“실제로 사람 하나를 죽인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청부살인범이 된 재벌 회장 부인의 운전기사겸 보디가드..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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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
  
  청부살인범과 감옥 안에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아마추어였다. 재벌 회장 부인의 운전기사겸 보디가드를 하다가 명령을 받고 살인까지 하게 된 것이다.
  
  “사모님은 거액의 상금을 걸어놓고 불륜 현장만 발견하면 돈을 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몇 날 며칠을 눈을 까뒤집고 미행을 해도 불륜을 볼 수가 없었어요.”
  운전기사는 고기 한 조각에 눈에 불이 켜진 굶은 개 같이 회장 부인의 사나운 개가 되어 있었다.
  
  “그룹의 임원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라고 명령을 받은 적도 있어요. 일을 잘 처리하면 평생 먹고 살 돈을 주겠다고 했어요.”
  
  “어떻게 그 그룹 임원을 죽이려고 했죠?”
  “제가 운전을 하니까 그 임원의 차를 몰래 따라다니다가 인적이 드문 산 길에서 그가 탄 차를 계곡으로 밀어 넣거나 아니면 교통이 번잡한 네거리 같은 데서 대형충돌사고를 일으켜 병원에 실려 가게 하는 거였죠.”
  
  “그래서 그렇게 해 봤어요?”
  “아침마다 그 임원의 집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직접 차를 운전하고 나오는 임원의 뒤를 따랐어요. 그런데 그 임원이 어떻게 차를 험하게 빨리 모는지 그 차를 따라가다가 오히려 내가 사고가 나겠더라구요.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어요.”
  
  “어떻게요?”
  “이번에는 머리를 좀 썼어요.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그 임원의 차를 뒤에서 추돌시켜 간단한 접촉사고를 내고 인근 정비소에 같이 갈 계획을 세웠죠. 더운데 죄송하다고 하면서 음료수를 한 병 건네려고 했어요. 슈퍼에서 파는 포도쥬스에 주사기로 액체 쥐약을 넣었죠. 그 계획은 어느 정도 실행됐어요. 접촉사고를 일으키고 그 임원과 자동차 정비소를 갔어요. 제가 정말 미안하다고 하면서 독약이 든 쥬스병을 권했죠. 그랬더니 자기는 속이 약해서 찬 쥬스는 먹지 않는다고 나보고 먹으라고 하면서 사양하더라구요. 그래서 실패했어요. 나중에는 집 앞 골목 으슥한 곳에 숨어 있다가 돌로 깔 생각도 했고 별별 방법을 다 해 봤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쉽게 되는데 실제로 사람 하나를 죽인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왜 그런 짓을 해요? 보기에는 선량해 보이시는데?”
  “계약을 했으니까 이행해야죠”
  
  “계약이라뇨? 그건 이행하지 말아야 하는 거에요. 사람을 죽여 준다는 게 어떤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인간의 말을 하고 있어도 그는 짐승이었다.
  
  고대에는 직접 복수를 했지만 현대는 법에서 대신 적절한 보복을 해주는 셈이다. 판사가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돈이라는 가림막이 쳐지면 죄가 왜곡되기도 하고 연기같이 흐려지기도 한다. 대법관을 지내고 감사원장을 역임한 선배 법조인 한 명이 사석에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재판장을 할 때 아주 괘씸한 나쁜 놈을 본 적이 있어.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었어. 속으로 이 놈은 꼭 엄벌에 처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그 놈이 나하고 제일 친한 친구를 변호사로 선임한 거야. 몇 달 후 선고할 때가 됐는데 그때 내가 달라져 있는 걸 발견했어. 그 놈이 하나도 나쁘게 보여지지 않는 거야. 그놈한테 내 친구의 얼굴이 덮쳐져서 그렇게 된 거지. 판사라는 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마술같이 세뇌가 되더라구.”
  
  그래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재판장과 친한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했다. 이십 년 전 한 명문고 출신의 남자가 내게 와서 절규같이 하던 호소가 아직도 기억의 벽에 화석같이 새겨져 있다. 그는 재벌가의 비리를 계속 추적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그가 처절한 보복을 당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회장이 고용한 건달들이 저를 납치했어요. 어느 건물 옥상으로 저를 데리고 갔는데 이빨을 드러낸 사나운 개가 우리 안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는데 저를 발가벗겨 그 안으로 쳐 넣는 거에요. 죽음의 공포가 닥쳤었죠. 그래도 죽지는 않았어요. 그때 당한 걸 검찰에 고소했는데 증거가 없다면서 무혐의 결정을 내리더라구요.”
  
  나는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증거가 있을 리가 없었다. 무기력한 나는 그를 조금도 도울 수 없었다. 몇몇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한테서 말썽 많은 재벌회장의 사건을 입건 유예해 주고 몇십억을 선임료로 받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돈이 있으면 건달을 사서 어떤 범죄도 저지를 수 있었다. 또 돈이 어떤 처벌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된다. 성경은 나의 임무를 이렇게 말해주었다.
  
  ‘우리의 전투 상대는 권세와 권력과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
  나는 그게 변호사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2021-05-21, 20:3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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