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忘年)의 동해바다에서 떠올린 ‘그리움, 기다림, 외로움‘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69)그리움은 가슴마다(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 1967년)

김장실(前 국회의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1959년 권영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최무룡, 문정숙, 전계현 등을 캐스팅하여 만든 영화 <가는 봄 오는 봄>은 6·25 전쟁 중 부모를 잃고 의지할 곳 없이 이곳저곳을 헤매는 고아들의 서러운 삶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수많은 고아들이 거리를 헤매는 시대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크게 히트하였다. 또한 박시춘이 작곡하고 백설희와 최숙자가 부른 이 영화의 주제가 <가는 봄 오는 봄>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되자 1967년 장일호 감독이 김지미, 윤정희, 남진을 동원하여 최금동이 쓴 같은 내용의 영화를 <그리움은 가슴마다>로 제목을 바꾸어 다시 제작하였다. 또한 전편에는 박시춘이 주제가를 담당했다면, 이번에는 박춘석이 작곡을 맡아 <잘 살아 보자>, <그리움은 가슴마다>, <애수일기> 등 세 곡을 작곡하였다. 그 세 곡 중에 <그리움은 가슴마다>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 <그리움은 가슴마다>의 작사와 관련하여 아주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65년 말 그 당시 흔히 있었던 송년회, 망년회 등 술로 밤을 지새는 온갖 형태의 술판을 피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작사가 정두수는 동해바다로 갔다. 그는 그 전에 몇 번 왔던 어부의 집에 머물면서 해가 서산에 지는 황혼녘에 해변을 거닐다가 홀로 먼 바다를 바라보며 걷고 있는 미모(美貌)의 여인을 보았다. 정말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 다음날도 같은 시각에 나가보았더니 여인은 또 홀로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3일 연속 그렇게 고독하게 산책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자 집주인에게 그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집주인의 설명에 의하면 그녀는 대학 다닐 때 겨울이 되면 이곳에 왔었는데, 3년 전에는 약혼자와 함께 다녀갔다고 설명해주었다. 정두수 선생은 그 말을 듣자 혼자 이곳에 온 여인이 겪고 있는 불행이 갑자기 연상되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그 여인에게 일어났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그 다음날 만나면 물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어제와 같은 시각 해변을 나갔더니 그 여인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아! 너무나 아쉽게도 이미 그녀는 이곳을 떠난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자 엄청나게 밀려오는 공허감을 느끼며 그는 <못 잊을 당신>이라는 노래시를 썼다. 1971년 박춘석이 작곡하고 이미자가 부른 이 노래는 김지미가 주연한 영화 <못 잊을 당신>의 주제가로 사용하였다.
  
   <못 잊을 당신>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
  
   생각하면 그 얼마나 꿈같은 옛날인가
   그 세월 잃어버린 서러운 가슴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워하면서도
   입술을 깨물며 당신 곁에 가지 못하오
  
   옛 추억의 하루 해는 오늘도 저물건만
   그 세월 잃어버린 사무친 가슴
   장미꽃은 시들어도 사랑은 별과 같이
   영원히 비춰도 당신 곁에 가지 못하오
  
  또한 그는 같은 감흥의 연장선상에서 <그리움은 가슴마다>라는 가요시를 작사하였다. 작곡가 박춘석이 이 가사에 어울리는 선율을 입혀 이미자의 목소리에 담아 영화 <그리움은 가슴마다>의 주제가가 되었는데,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크게 히트하였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우리는 추억이 남아 있는 한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정두수 선생은 그의 책 <노래 따라 삼천리>에서 ‘사랑은 그리움이고, 기다림이고, 외로움’이라 말했다.
  
  그 여인이 다녔던 해변을 한 바퀴 더 돌아본 다음 그는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이미자가 불러 크게 인기를 모았던 <대답해 주세요>도 작사하였다.
  
  단 하나의 사건을 보고도 그는 이처럼 예리한 시적 감수성으로 무려 세 편의 가요시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작사가였다. 사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중반까지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가 나오는 즉시 히트를 하는 전성시대였다.
  
  <그리움은 가슴마다>
  
  애타도록 보고파도 찾을 길 없네
  오늘도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그리움만 쌓이는데
  밤하늘의 잔별 같은 수많은 사연
  꽃은 피고 지고 세월이 가도.
  그리움은 가슴마다 사무쳐 오네
  
  꿈에서도 헤맸지만 만날 길 없네
  바람 부는 신작로에 흩어진 낙엽
  서러움만 더하는데
  밤이슬에 젖어드는 서글픈 사연
  꽃이 다시 피는 새봄이 와도
  그리움은 가슴마다 메아리 치네
  
  
[ 2021-06-08, 03:2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