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을 살래? 내 말을 들을래?”
정말 고마운 사람들 (1)1년 동안 권투를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은 물론 형님들도 주먹 쥐는 법마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무학산(회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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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이 스스로 한 약속대로, 우리가 자라고 살면서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 올리겠습니다 읽기에 귀찮으시더라도 너그러이 봐 주십시오.
  
  山은 얼추 40년 전에 경상남도 아마튜어복싱연맹 전무이사를 했다. 그때 책을 쓰기로 작정하고 미리 그 제목도 정해 놓았었다. '경상남도 아마튜어 복싱사(史)'였다.
  
  부산이 경상남도에서 떨어져 나가자 일대 혼란이 왔다. 특히 체육계가 심했다. 허허벌판에서 바늘찾기 식으로 너무나 막막했다. 1년에 수천만 원이 드는 경기 비용을 누가 대주며 선수는 어떻게 뽑고 관리하나? 그러나 시대는 때맞추어 영웅을 낳는 법이다.
  
  마산의 한 시내는 오동동. 창동. 남성동이다. 남성동 파출소에서 순경으로 1년 근무하면 달셋방에서 전세방으로 이사한다는 시절이었는데 그 파출소장이 황무지나 다름없는 경남 복싱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남성동 고급 술집과 식당에서 무전취식하고 잡혀 오는 사람이 매일 같이 넘쳐났다. 이 이가 그런 사람들 중에서 어리고, 눈매가 있어 보이는 아이를 유심히 보고 있다가 이렇게 말한다.
  
  “야 이 새끼야. 니 몇 살이고?”
  “열 살입니더.”
  “그래. 그럼 징역을 살래? 내 말을 들을래?”
  
  당연히 말을 들겠다고 대답한다. 대답이 끝나자마자 파출소장이 바로 원 펀치 먹여버린다. 맞고도 금방 일어서는 놈. 성을 내며 달려드는 놈들을 데리고 권투방에 간다. 그것이 山이 새 세상을 만나는 출발점이었다.
  
  권투회관 입관 절차를 마치고 그가 우리를 데리고 가서 짜장면을 사 주었다. 허겁지겁 먹는데 그이가 또 말한다.
  
  “너. 내 말만 잘 들으면 중학교도 보내준다.”
  “정말입니꺼?”
  “그라모. 너는 낼부터 권투방 선생님에게 어쨌든지 잘 보여야 한다.”
  “예 그런 거는 자신 있습니더.”
  
  그 이튿날 첫새벽부터 권투방 앞길과 권투방 링을 쓸고 닦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했다. 일과를 마친 밤에도 그렇게 했다. 형님들의 잔심부름은 도맡아놓고 한 것은 물론이다. 얼마 후 선생님과 파출소장이 하는 이야기를 귓등으로 들었다
  
  “저런 아는 첨 본다. 오데서 저런 물건을 데꼬 왔노.”
  “잘 키와봐라. 괜찮을 끼다. 저 놈이 내 주먹을 미스시켰다(피했다).”
  
  그러나 권투를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은 물론이고 형님들도 주먹 쥐는 법마저 가르쳐 주지 않았다. 1년 동안 그랬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가르침이었다. 스스로 보고 깨닫고 연구하는 것을 침묵으로 가르쳤던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선생님이 “저 애에게 절대 무엇이든지 가르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려놓았던 것이다. 1년 동안 형님들이 섀도 복싱(shadow boxing)하는 것. 샌드백 치는 것. 스파링하는 것. 맞고 다운되었다가 일어서는 법. 반칙하는 법(라이옹). 치고 빠지는 법(쑥빡). 권투는 원투로 시작해서 원투로 끝난다는 말. 공격하러 들어갈 때와 빠져나올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말까지 공책에 적어놓고 그림으로 그려놓기도 했다.
  
  1년 하고도 한참 지난 어느 날, 선생님이 형님에게 “저 애와 저 애를 스파링 붙여봐라.” 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형님들이 스파링할 때 글러브를 끼워주고 풀어주는 것만 1년을 했는데 내가 그 글러브를 끼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 감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는데 한 형님이 “선생님 안 됩니다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을 어떻게….” 하자 선생님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붙이라.” 하였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스파링에서 중학생을 KO시켜 버렸다. 그때부터 형님들이 고난도의 스텝 밟는 법. 샌드백 스텝 밟는 법. 주먹 피하는 법. 더킹과 위빙. 스트레이트의 장점. 훅의 장점 등을 본격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그러다가 한번은 한참 나이가 많은 선배와 언쟁을 했다 그 선배가 하는 말이 “스트레이트가 쎄다.” 그러나 나는 “아입니더 훅이 쎕니더” 옥신각신하다가 선배가 “스트레이트가 세다 이 새끼야.” 하며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던졌다. 맞고 비틀거리다가 “훅이 셉니더” 하며 레프트 훅을 슬쩍 걸었는데 그가 KO돼 버렸다. 그때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맞았다. 그리고 “너. 다시는 도장에 오지마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었다. 그래서 파출소장을 찾아갔다. (계속)
[ 2021-06-18, 21:2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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