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양심이 아프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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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 안에서 한 절도범이 내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저는 도둑질을 한 적이 참 많아요. 그런데 양심이 전혀 아프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가책을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왜 그런 게 전혀 없죠?”
  
  그는 진심으로 내게 묻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양심이 왜 작동을 안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 외에도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다시피 한 상습절도범을 변호한 적이 있었다. 법원은 그를 석방했다. 그는 나이를 먹었어도 다시 도둑질을 했다. 먹고 살 돈이 있는데도 도둑질을 또 했다. 어느 날 그를 만나서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씩 웃으면서 “프로는 은퇴가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가장 솔직한 대답일 수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도둑질을 시작한 그는 처음에는 남의 집 부엌으로 들어가 은수저를 훔치는 것 붙어 시작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도둑질을 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보니까 안방으로 들어가 큰 라디오를 훔친 아이가 부러웠다. 남의 집 장롱을 뒤져 금반지를 가져온 아이는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들 사회에서는 보다 큰 물건을 훔치는 게 가치의 기준이었다. 그의 목표는 큰 도둑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양심이 마비되고 범죄가 습관이 되면 철저히 이기주의적이 되는 것 같다. 트럭을 가지고 다니면서 공사장의 자재를 훔치는 남자가 있었다. 가난하다고 해서 변호료도 몇 푼 받지 못하고 원주교도소와 검찰청을 수없이 드나들었다. 사건기록을 읽고 또 읽고 법정에서 그의 선처를 호소했다.
  
  그가 비교적 가벼운 형의 선고를 받고 몇 달쯤 지났을 때였다. 대한변협 조사위원회에서 내게 소환장이 왔다. 그 절도범이 내가 돈을 받고 엉터리 변호를 했다고 진정을 한 것이다. 조사위원회는 내가 받은 돈과 일에 대해 심사했다. 의외로 기본세금과 출장비에도 못 미치는 작은 액수의 돈이었던 게 밝혀졌다. 조사위원회는 나의 변론서들을 검토하면서 얼마나 성실하게 변호를 했는지를 파악해 나갔다. 위원회는 진정을 한 그 절도범에게 왜 엉터리 변호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 절도범은 변명거리가 궁색했던지 마지막에 이렇게 조사위원회에 써 보냈다.
  
  ‘이렇게 감옥에 다시 들어와 앉으니 변호사 트집을 잡아 돌려받은 돈으로 영치금이라도 할라고 그랬수다. 왜?’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조사위원회에서 풀려났다.
  
  자기 여자 친구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강도가 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게 범죄 세계의 이기주의이기도 했다. 내가 변호를 한 사기범이 있었다. 그는 자기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구치소 안에서 그는 틈만 있으면 문고본 영어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독서를 했다. 나는 그의 무죄를 확신하고 그렇게 변호를 했다. 그가 형기를 마치고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그는 정수기 외판원을 하면서 열심히 살려고 하니까 한 대 사달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정수기를 샀다. 그는 미국수표 한 장을 나에게 내밀면서 워낙 돈이 급해서 그러니까 그걸 한화로 바꾸어달라고 했다.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얼마 후 그가 준 수표를 은행에 넣었다. 은행에서 가짜수표라는 통보가 왔다. 그가 사기꾼인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변호사 생활 삼십 년 동안 그런 사람들을 무수히 보아왔다. 뼈 속까지 범죄의 균이 침투하면 그 영혼은 고쳐지기가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며칠 전 불교 쪽에 심취한 한 친구로부터 이런 소리를 들었다.
  
  “껍데기는 사람이라도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니야. 그 속에는 아직 미숙한 짐승의 영(靈)을 가진 사람도 있고 뱀이나 쥐의 영을 가진 사람도 있어. 아수라나 축생에 있던 존재가 인간의 껍데기를 쓰고 세상을 걸어다니는 경우도 많거든.”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그냥 놔두시는 존재가 있었다. 상통하는 의미는 아닐까. 그런 존재들은 사고를 치면 막대기나 채찍으로 몰아 한 곳에 가두어 두는 게 감옥일지도 모른다. 하나님이 만드신 동산에는 풀을 뜯는 양떼도 있고 싱그러운 잎을 반짝이는 나무도 있다. 하나님은 그 동산에 뱀도 쥐도 바퀴벌레도 살게 하신다. 자연에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를 잘 모르듯 인간의 동산 속에 함께 있는 범죄인에 대해서도 나는 모르겠다.
  
[ 2021-08-18, 12:5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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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21-08-18 오후 4:34
여기도 양심이 없는 자들이 흔합니다
그런 자들의 뎃글이 넷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엄상익님에게도 쌍욕을 하는자가 흔합니다
별 이유없이 쌍욕을 하는건지는 선생님의 본문에 나온거 같긴 합니다
더러운 자들이 갈수록 큰소리 치는거 같아 씁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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