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혼자서 충분하다
“자네가 정말 부정에 분노한다면 남보고 어떻게 하라고 하기 전에 혼자 일인시위라도 하면 어떨까?”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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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싸우는 인생>
  
  문재인 정권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내게 한 시간짜리 긴 동영상을 보내주면서 끝까지 보라고 했다. 수학적 통계와 확률로 부정선거가 분명하다고 했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모든 걸 걸고 선거전을 벌였다가 피해를 당한 낙선의원들이 불같이 일어나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조용했다. 오히려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짜뉴스도 판치는 세상에서 언론의 움직임도 미미했다. 진실은 깊이 숨겨져 천천히 드러나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걸 속단할 수는 없었다. 부정선거 규탄에 몰입된 친구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나에게 친한 문인이나 명사들을 동원해 여론을 만들라고 했다. 그는 운동가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내가 그에게 조용히 한 마디 했다.
  
  “자네가 정말 부정에 분노한다면 남보고 어떻게 하라고 하기 전에 혼자 일인시위라도 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명확하게 세상에 드러내 보는 게 어떨까?”
  
  살아오면서 운동가의 이기주의적 행태를 더러 보았었다. 혼자 자기 몸을 내던질 생각도 용기도 없었다. 다수를 긁어모아 내 몸은 버리지 않고 남을 내 대신 희생시키려고 했다. 그러면서 운동의 과실은 따먹으려 했다. 나는 선거부정을 침 튀기며 말하는 그가 어떤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가 한풀 가라앉은 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생업에 종사하니까 일인시위 하기가 곤란해. 그러니 더러 컬럼을 쓰고 사회활동을 하는 자네가 명사들을 동원해 부정선거를 규탄해 줘.”
  엘리트이고 지성을 자랑하던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네만 생업에 종사하고 바쁜가? 나도 그런데.”
  나는 그의 제의를 그렇게 우회적으로 사양했다.
  
  직접 진실을 확인하지 않으면 선동에 놀아나기 쉽다. 박근혜 정권에서 촛불시위가 번질 무렵이었다. 산책을 하는데 한 방송에서 원로 김동길 교수가 분노한 어조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었다. 청와대에서 무당을 불러들여 굿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것이다. 존경받는 원로의 말이라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조선말 민비도 궁내에서 굿을 하고 솥을 기둥 밑에 묻는 비방을 했었다. 그리고 나라가 망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별별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거리에 촛불의 물결이 쓰나미같은 정권타도의 횃불의 파도로 변했다. 분노한 민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감옥으로 보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 관련된 사건의 변호사로 법정에 나가 진실을 확인했다. 세상을 들끓게 한 것들의 대부분은 거짓이었다. 가짜뉴스가 여론으로 포장된 광풍을 동반하면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광우병 사태 때였다. 거짓방송에 선동된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미쳐 날뛰는 것 같았다. 군중을 뒤에서 선동하는 운동권 출신 한 사람의 간절한 소원을 들었다. 백만 명만 광장에 집결시키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거리에 깔린 붉은 촛불의 바다를 보고 두려움에 청와대 뒷산으로 올라가 숨었다고 했다. 다수의 군중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시대인 것 같다. 다수가 아니면 국회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법률을 만들 수도 없다. 다수를 만들고 여론화시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수가 아니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여긴다.
  
  정의와 진실은 다수의 속에 있을까? 아니면 소수 편에 있을까? 변호사라는 직업은 다수 앞에 단독자의 역할을 할 때가 많았다. 광우병 사태 때 거짓방송을 한 사람들을 고소했었다. 미국산 소고기만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말은 허위가 분명했다. 혼자서 여론의 물결을 역류한 셈이다. 당시 농수산축산부 장관이 자신의 태도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내게 물어보았다. 나는 도피하지 말고 군중 속으로 들어가 두 팔을 벌리고 얻어맞으라고 권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이 여론화가 되고 사회를 들끓게 했다. 그 사건을 맡았었다. 진실 편에 선다면 해결은 간단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공인된 대학병원에서 세상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검진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만약 시장의 아들에 대한 비리가 있으면 시장직을 물러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과학적 진실은 바로 규명됐다. 진실은 다수를 끌어모으지 않아도 혼자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탐욕을 바탕으로 계산을 하니까 세상은 복잡해 지는 것이다. 다수에 편승한 익명의 인간이 되지 말고 혼자서 당당히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예수는 제자들이 모두 도망치고 세상이 비웃어도 홀로 남아 모든 걸 이루었다. 그분의 영과 함께 있으면서 홀로 누명을 쓴 자의 편에 서고 홀로 슬픈 사람의 옆에 있어 주는 게 변호사인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 2021-10-05, 19: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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