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괭이자루 하나 들고 10년을 찾은 탄맥(炭脈)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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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자를 고치자>
  
  대학에 가서 처음 고시 공부를 하려고 법서를 살 무렵이었다.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는 숙부가 나를 보며 말했다.
  
  “고시가 되는 집안이 따로 있지. 우리 집안은 아니다.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이 없어. 함경북도 회령에서도 우리 집이 아마 제일 가난했지? 잘되는 집안은 따로 있는 거야.”
  
  되지도 않을 걸 괜히 고시 공부를 한다고 험한 길로 들어가지 말라는 충고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낙담했다. 그 말을 듣고보니 할아버지는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집안에서 제대로 학교를 나온 사람이 없었다. 무식은 가난을 초래하고 그게 대물림을 해 온 것 같았다. 나는 냄새나는 더러운 물이 흐르는 개천 같은 환경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남의 밑에서 평생 눈치보며 주눅 들어 사는 것보다 차라리 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으로 평생을 혼자 살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조상은 왕에게 밉보여 조선시대 이백 년을 그렇게 산 속에 숨어 살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 집안인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이십대 중반 무렵 한여름 태백의 탄광촌에 있는 절에서 묵었던 적이 있다. 옆의 정자에는 그 탄광 오너의 형수인 상주 할머니라고 불리는 분이 있었다. 상주 할머니는 절밥이 시원치 않다면서 더러 나를 사골국물이 놓인 밥상으로 초청을 해 주었다. 상주 할머니는 밥먹기 전에 꼭 기도를 했고 나는 다소곳이 눈을 감고 있었다. 당시 그 탄광의 오너는 이름난 부자였고 공화당 재정위원장인 권력자였다. 상주 할머니는 시동생이 그렇게 성공한 배경을 내게 이렇게 얘기해 주었다.
  
  “시동생이 광산학교를 나오고 스무 살부터 곡괭이자루 하나 들고 강원도 오지의 산 속을 돌아다녔수. 몇 달 만에 한번씩 완전 거지꼴이 되어 돌아와서는 형수인 내게 돈을 만들어 달라고 했지. 다시 험산 산들이 모여있는 산으로 들어가서 탄맥을 찾느라고 돌아다녔다오. 시동생 말에 의하면 나무들 키가 작고 바위가 많은 곳이 석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시동생은 곡괭이자루 하나 가지고 그런 지형을 찾아다녔지. 그걸 보니까 바닷가 모래밭에서 바늘 하나 찾는 게 더 쉬울 것 같았어. 그 허망한 일을 시동생은 끝도 없이 하는거야.”
  
  내가 들어도 가능성 없는 일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상주 할머니의 다음 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시동생은 스물아홉 살까지 십 년 세월을 구름처럼 강원도 깊은 산들을 다녔어요. 찾아도 찾아도 막연하고 형을 비롯해서 친척들에게 빌린 돈도 많아지고 정말 세상 모든 게 다 귀찮아지더래. 차라리 나뭇가지에 줄을 달고 목매달아 죽을 생각까지 했대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곡괭이자루 끝에 묻어있는 검은 가루를 본 거지. 그게 황지 탄광의 시작이야.”
  
  나는 어떤 일을 하든 절대적 신념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 탄광의 오너에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 게 아니었다. 남들은 모두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일을 그는 간절히 기도하면서 끝까지 간 것 같았다. 내가 대학시절까지 그 탄광에서 나온 석탄으로 만든 연탄으로 밥을 하고 방을 따뜻하게 하고 살았다. 그 탄광의 오너가 이십대를 산 속에서 방황했듯이 나는 이십대 고시에 도전하고 떨어지고 또 도전했다.
  
  항상 마음 속에서 두 존재가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한쪽은 “안 된다 너는 반드시 실패할 거야”하고 나를 낙담하게 했다. 다른 쪽은 그와 반대로 “노력해라 내가 너를 도우마”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한쪽은 소극적이었고 다른 한 쪽은 적극적이었다. 한쪽은 두려움을 주었고 다른 한 쪽은 위로를 주었다. 고시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은 지 십년이 가까이 되던 어느날 밤이었다. 나는 확실히 알았다. 나는 안 될 놈이라고. 능력이 부족한 내가 확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잘 되는 놈은 따로 있다는 숙부의 말이 악담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억울했다. 타고난 팔자를 벗어나기가 그렇게 불가능한지를 그 누구에겐가 따지고 싶었다. 점쟁이를 찾아가 운명을 알아보고 체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악령이 나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패와 열등의식이 깔린 그런 마음으로 살다가는 일그러진 정신을 가진 병자가 될 게 틀림없었다. 나는 하나님이라는 분에게 처음으로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악령이 지배하는 병자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그때 올렸던 간절한 기도는 하늘에 닿은 것 같았다. 그 해에 좋은 성적으로 고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나중에야 깨달았다. 내 속에 한쪽은 악마의 영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성령이 공존했던 걸. 나는 확신한다. 그분은 사주팔자를 바꾸어 줄 수 있는 분이라고.
  
[ 2022-05-26, 08:5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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