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당한 판사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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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것>
  
  판사를 하다가 퇴직을 하고 변호사를 한 친구가 있다. 속칭 전관변호사라고 해서 고객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 전관 예우를 받는 그 몇 년 사이에 평생 먹고 살 걸 마련해 두어야 하는 게 변호사 사회에서 통용되는 소리였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절망한 표정으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변호사 개업을 하고 몇 년 동안 벌어서 모아둔 돈이 있어. 사업을 하는 친구가 그 돈을 자기에게 맡기면 매월 이자도 주고 그 돈을 몇배 늘려주겠다는 거야. 어려서부터 친해 와서 내가 믿었지. 그 친구가 몇 달 이자를 주더니 갑자기 자기 사업이 망해서 못 주겠다는 거야. 판사 경험으로는 그 친구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거야. 정말 밤에 잠이 오지 않더라구. 전관예우를 받아 번 돈을 다 날렸어.”
  
  돈이 밀물같이 들어와도 고이지를 못하고 그렇게 썰물같이 흘러나간 것 같았다. 그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다. 판사를 하다가 변호사를 개업한 대학 후배가 있다. 그가 사기를 당한 사연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내 변호사 사무실로 어느 날 안면이 있는 사람이 찾아왔어요. 판사를 할 때 재판을 했던 사람인데 나름대로 사심 없이 도와줬죠. 그 사람이 은혜를 갚으러 왔다면서 귀한 정보를 주겠다는 거야. 그러면서 어떤 종목의 주식을 사라고 하는 거야. 당연히 믿지 않았지. 그런데 그 사람 말대로 단번에 몇 배가 오르는 거야. 다음번에 그 사람이 또 찾아왔어. 또 어떤 종목의 주식을 사라고 하는거야. 은혜를 갚는 차원인데 자기가 뭘 바라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거야. 또 흘려들었지. 그런데 며칠 후에 보니까 그 사람 말대로 주식이 엄청 올랐더라구. 나한테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정보를 준 건데 그게 두 번이나 맞아떨어지니까 마음이 움직이더라구. 세 번째 찾아와 정보를 주는데 그것도 족집게 정보였어. 더 이상 안믿을 도리가 없더라구. 그래서 그동안 번 돈을 투자해서 그 친구가 말하는 주식을 샀봤어. 그랬더니 대박이 나는 거야. 단번에 수십억을 벌었어. 변호사로 힘들게 푼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다음에도 그 친구가 정보를 제공하더라구. 내가 알아서 정보비를 챙겨주고 이번에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그 친구에게 줬지. 그랬더니 그 놈이 내 돈 가지고 필리핀으로 도망가 버린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내가 물었다.
  
  “그래도 명색이 법을 한 난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더라구. 그래서 그 놈이 잠적한 곳을 찾아내서 내가 직접 필리핀으로 날아갔지. 작살을 내려고 말이야. 그런데 가서 그 놈을 보니까 내 돈을 다 날리고 오도가도 못하고 쪽박을 찬 신세가 되어 있더라구. 어떻게 하겠어? 그냥 용서하고 돌아왔지. 세상이라는 게 허탈해지더라구.”
  
  성경 속의 욥같이 자기가 쌓아둔 재산이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수가 종종 있었다. 잃어버린 재물에 집착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건강도 해치고 생명을 잃는 경우도 봤다.
  
  욥은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가져가시는 분도 하나님이니 무슨 원망을 하겠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인간이 그 정도가 될 수 있을까는 의문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은행원 출신으로 외환위기 시절 수천억의 부자가 된 사람이 있다. 부인은 변두리에서 약방을 하고 있던 평범한 부부였다. 그 부인은 내게 부자가 된 과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외환위기 때 기업에서 노른자 땅이 막 쏟아져 나오더라구요. 남편은 평생 은행 부동산 파트에서만 일을 해왔어요. 물건을 감별하는 눈이 있었죠. 융자받기도 하면서 매물로 나오는 노른자 땅을 샀는데 하늘에서 돈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심지어 수백대 일의 땅 경매에서도 우리 부부가 당첨이 되더라니까요.”
  
  “그렇게 해서 지금도 강남에 대형빌딩도 여러 채 가지고 계시고 주식이나 현금도 많이 가지고 계신 부자가 됐는데 그 재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그렇게 정면으로 물어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이나 이 사회에 대해서는 그 재산들이 내 거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러나 저는 그것들이 모두 하나님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갑자기 아팠어요. 죽을 뻔했죠. 그때 보니까 재산이나 사업뿐만 아니라 건강도 생명도 다 하나님 거에요. 따지고 보면 애착을 가지는 자식도 하나님이 주신 것 같아요. 하나님 앞에서 내 것은 없죠.”
  
  신앙심 깊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내 것’이라는 관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 2022-05-27, 09:4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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