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위로…남의 고통에 共感하기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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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인기있는 국회의원이던 친구가 있다. 십여년 전 그가 미국의 한 여인과 간통을 해서 그 남편에게 고소를 당했다는 보도가 신문에 크게 났었다. 그의 유명세를 타고 그 소문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얘기는 잠잠해졌다. 얼마 전 그 기사의 주인공이던 친구를 만났다. 말 중에 그가 이런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때 미국을 갔다 오고 몇 달이 지났는데 검찰에서 소환을 하는 거야. 담당 검사가 나보고 미국 교포여성의 남편이 나를 간통죄로 고소했다는 거야. 그 여성이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는 과정에서 그 사실이 들통이 났다는 거지. 고소장과 함께 그 여자가 나하고 같이 잤다는 자백을 한 진술서도 증거로 왔다는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돌아버리겠더라구. 그 여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으니까 말이야.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검사가 피식하고 비웃더니 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어?”
  내가 물었다. 꽃뱀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검사에게 철저히 수사를 해서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지. 낙태 과정에서 사실이 드러났다면 그 병원에 확인을 해 보면 될 게 아니냐고 했어. 내가 여자와 잔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임신이 될 수가 있겠어? 그런데 검사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야. 남편의 고소장과 그 여자의 진술서 한 장만으로도 증거가 충분하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러면 그 여자와 같이 구속이 되겠네요? 하고 물었어. 간통죄는 남녀가 같이 구속되는 건 알았거든. 그랬더니 검사가 그 여자는 미국 시민권자라 구속이 안 되고 나만 감옥에 가면 된다고 하더라구. 정말 나는 돌아버리겠더라구.”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친구의 울분이 그대로 앙금으로 남아있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나를 더 미쳐 날뛰게 하는 일이 있었어.”
  “그게 뭔데?”
  
  “기사가 나가니까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 빙긋 웃으면서 ‘다 이해해 걱정 마’ 하면서 위로하는 척 하는 거야. 내가 간통한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거지. 위로하는 척 하는 게 더 화가 나더라구. 그럴 때면 ‘네가 뭘 다 이해해 새끼야?’ 하고 덤벼들어 싸우게 되는 거야.”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했어?”
  “미국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 그 여자가 낙태를 했다는 병원을 찾아가 확인해 보고 그 여자의 주변을 알아봐 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그 병원은 그냥 일반 건강검진센터라는 거야. 그리고 고소한 놈은 한국에서 사기를 치고 미국으로 도망을 간 놈이었어. 미국에서 비자를 얻기 위해 시민권이 있는 그 여자와 위장결혼을 한 거야. 그 두 명이 지역신문에 한국의 국회의원인 내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일을 꾸몄던 거지. 고소를 했다는 놈이 나한테 전화를 해서 몇억 원을 달라는 거야. 내가 이 미친놈아 하고 열을 받아 욕을 했지. 그랬더니 마지막에는 몇천만 원만 주시면 안되겠느냐고 사정을 하더라구.”
  
  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도 그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여자의 한국에서의 소송을 맡았던 적이 있다. 소송 도중에 나에 대한 배임죄 고소와 민사소송이 들어왔다. 상대방의 돈을 받고 자기에게 불리한 변론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터무니 없는 일인데도 검사나 법관 그 누구도 나의 편을 들지 않았다. 대법관을 지낸 조정위원은 이런 말을 툭 내뱉기도 했다.
  
  “그래도 설명을 잘 못했다던가 뭔가 잘못이 있었겠지”
  
  그런 무정함에 나는 가슴이 꽁꽁 얼어버리는 것 같았었다. 아무도 나의 고통을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그분만이 나의 고통을 알아주고 공감해 줄 것 같았다.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었다. 나의 결백을 믿어주고 나의 고통을 동정해 주는 그런 마음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때 나는 사람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통에 공감해 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위로가 되는 게 아닐까.
  
[ 2022-06-17, 08:3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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