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고아 출신에게 신용대출…회수율은?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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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돕는 쾌락>
  
  오랜만에 광화문 근처의 파스타 집에서 몇몇 대학 동기들이 모였다. 나는 동해 바닷가에 살아도 대학 동기회에는 더러 참석한다. 묘하게도 그곳은 훈훈한 정이 고여있는 저수지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얼마 전 똑똑한 아이가 있는데 돈이 없어 고생한다는 소리를 들었어. 성적을 알아보니까 사점오 만점에 사점삼을 받은 거야. 성실하다는 증거지.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몰래 이천만 원을 보냈어. 돈은 그렇게 써야 하는 거 아니야?”
  
  쉽지 않은 일을 그는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정년 퇴직을 하고 십여 년이 흘렀고 인생 칠십 고개에 오른 친구들이었다. 수입이 없어 돈에 집착할 만한데도 의외로 돈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았다. 그 친구는 몇 년 전 아파트를 팔았을 때 값이 오른 차액의 절반을 기부하는 걸 봤다. 그런 성품이었다. 그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더 늙기 전에 한번 푸드트럭을 운전해 곳곳에 돌아다니면서 직접 노숙자에게 밥을 나누어줬으면 좋겠어. 조금씩 투자를 해서 같이 해 보지 않을래?”
  
  그는 경제적으로 부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음이 부자인 건 틀림없었다. 그날 만난 또 다른 친구가 있었다. 그가 최근 자기가 하는 일을 털어놓았다. 대학 동기회의 강점은 제각기 자기 속내를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단점이나 실패를 그대로 말하기 때문에 마음들이 활짝 열리곤 했다.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곳에서 나와 혼자 살아야 해. 그런데 그 아이들이 뭔가 해 보려면 돈이 없으니까 사채를 쓰기 마련이야. 사채라는 게 원래 이율이 높아서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팔더라도 갚을 길이 없는 거야. 내가 그런 젊은 청년들에게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어. 사채를 나의 거의 무이자 대출로 바꾸어주는 거지.”
  
  그렇게 도와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돈 없는 고아 출신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건 사실 못 받을 확률이 많아. 사채업자들은 돈을 회수하려고 협박부터 별 짓을 다하지만 나는 내 밑의 직원들과 함께 그런 청년들의 창업이나 경영을 도와주고 있어.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커피점을 하겠다고 하면 관련된 경험자들을 불러 가르치게 하기도 하고 실습을 할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하지.”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친구가 물었다.
  
  “요새는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도 떼먹으려고 하고 복지라고 하면서 정부의 공짜돈만 바라는 세상인데 담보도 없이 그렇게 빌려주는 돈이 회수가 되는 거야?”
  
  “그렇지 않아. 열 명에게 담보 없이 그냥 돈을 빌려주면 그중 여덟 명은 이자와 함께 돈을 갚아. 회수율이 팔십 퍼센트를 넘고 있어. 처음에 심사를 할 때 담보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인간의 내면을 보는 거야. 성실하게 일을 하려는 사람인지 정직한지 그런 걸 보는 거야. 담보보다 그게 더 정확할 수 있어.”
  
  그는 신용정보회사의 사장을 지냈다. 국내 각 은행이 일정한 금액을 갹출해서 그에게 좋은 일을 하도록 집행책임을 맡긴 것이다. 그의 인품이 금융계에서 인정을 받은 것 같았다. 그는 대학시절 대부분이 고시공부에 매진할 때 그는 청계천 빈민가에 들어가 남몰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다. 김진홍 목사의 두레교회 마당에서 야학교실을 운영했던 주인공이었다. 그는 정치권을 기웃거리거나 드러난 시민운동을 하지 않고 회사에 들어가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했다. 그가 퇴직을 한 후 금융권에서 그에게 일을 맡긴 것 같았다. 숨겨진 저력은 나타나기 마련인 것 같았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쾌락이 있다. 친구들 중에는 자기보다 불행한 사람을 돕는 일을 인생 최대의 쾌락으로 삼는 경우를 봤다. 그들은 정치나 종교의 구호처럼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지 않았다.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을 찾아내 그런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할 수 있는데도 무위도식하는 사람을 무조건 도와주는 건 오히려 그를 망친다는 것이다. 대학동기 모임에는 인간적인 향기가 진하게 감돌고 있었다. 같이 있으면 좋은 냄새가 배는 것 같다. 그래서 기차를 타고 모임에 간다. 다음번에는 그런 친구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기로 했다.
  
[ 2022-09-18, 22:3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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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과오답   2022-09-19 오전 5:51
웬지 진실이 아니고 상상을 말씀 하는듯 합니다
아무튼 상상이던 진실이던 아름다운 글이군요
엄상익 선생님같은 분이야 말로 사회의 소금 같이 꼭 필요한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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