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날개를 압니까?”
'단군 이래 최고의 사기꾼'으로 불렸던 그는 대통령을 꿈꾸었다.

엄상익(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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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을 능력 범위 안에>
  
  나이 칠십이 다가오는 그는 감옥에서 인생의 반은 산 것 같다. 변호사인 나의 시각에 그는 세상이 욕하는 것처럼 파렴치한 사기범은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라고 불리는 욕심 많은 다수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다. 몇 년 전 그가 수감 중이던 공주교도소를 찾아갔었다. 카리스마가 넘치던 그가 하얗게 바래가고 있었다. 그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학원강사로 출발한 그는 교육열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타고 젊은 나이에 학원 재벌이 됐다. 그의 행진이 거기서 멈췄더라면 그는 일생을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는 더 높이 날고 싶었다. 이 나라의 최고가 되고 싶었다. 그는 정치권의 실력자에게 비싼 수업료를 내고 그 분야의 공부를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견고한 연을 만든 후 정치의 바람을 타면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치조직은 모래성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란 연결고리로 인간들을 묶어야 단단할 것 같았다. 삼십만 명 정도의 조직원만 확고하게 자신을 지지하면 그 가족까지 계산할 때 야망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자기의 성을 만들고 북치고 장구를 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성경 속의 다윗은 아둘람굴에서 하층의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수호지의 양산박으로 건달 낭인들이 몰려들어 세력을 형성했다. 모택동 역시 정강산에서 혁명을 할 홍군을 조직했다. 그는 서민들에게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며 자기의 성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추상이나 관념이 아닌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현실을 만들어 주었다. 성문으로 구름같이 사람들이 들어왔다. 돈도 따라서 함께 왔다. 그는 거의 신적인 존재가 됐다. 그는 청와대 입성을 꿈꾸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그의 주위에 검은구름이 몰려오고 벼락이 쳤다. 언론은 매일 집단적으로 그를 ‘단군 이래 최고의 사기꾼’이라며 인민재판식 보도를 했다. 그가 구속됐다. 나는 그의 변호인단 중의 한 명이 되었다. 나의 신문 칼럼을 우연히 본 그는 내게 사건의 본질을 파악해 글로 남기는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고위직 법관을 지낸 그의 변호사들은 그가 사기죄가 아님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사업이라는 성 안의 백성들은 그를 더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었다. 그가 감옥 안에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의 꿈은 대통령입니다. 재벌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삼십만 명의 조직 위에 정당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기성 국회의원 한 사람당 이삼십억만 주면 내 편으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이십 명을 끌어모으면 교섭단체가 됩니다. 국민적 신망을 받는 원로 정치인을 찾아가 대통령을 하시라고 권하면서 내가 만든 예비정당의 당대표로 모셨습니다. 그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속셈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전당대회에서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했습니다.”
  
  그는 치밀한 사람이었다. 계획이 아니라 이미 현실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지금 언론이 집단적으로 선정적으로 저에 대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습니다. 이 조류를 타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 어떨까요? 마지막에 무죄가 선고되면 멋진 반전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는 어떤 상황도 역으로 이용하면서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기라성 같은 그의 변호사들이 그의 무죄변론을 했다. 그가 호송차를 타고 법원으로 오면 플래카드를 든 수많은 지지자들이 그를 환호했다. 재판부도 그를 동정하는 눈치였다. 마지막법정이 열렸다. 재판장이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압니까?”
  
  그리스 신화였다. 밀납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까지 높이 날다가 날개가 녹는 바람에 떨어져 멸망한 내용이었다. 재판장이 선고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재판부라고 해서 여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또 법적 의미에서 사기죄라는 것도 상식과는 다르게 외연적으로 확장해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성 안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 게 잘못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재판부는 성벽에 균열이 가고 그 야망의 성이 무너지려는 순간에도 사람들이 들어오게 한 그 일부분을 문제삼는 것입니다.”
  
  재판장은 그에게 징역 십이 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이 화두같이 던진 ‘이카루스의 날개’라는 말이 의미심장했다. 그를 보면서 삶에는 제 몫과 제 몫이 아닌 것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제 몫이 아닌 할 수 없는 일을 바라는 욕망은 불행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가 욕망을 능력의 범위 안에 두었다면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 2022-11-02, 05:5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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