修女보다 더 수녀 같았던 우리 시대의 聖女

이분들을 단지 ‘소록도의 천사’라고 부르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수녀보다 훨씬 더 수녀 같았던 마가리타 수녀님, 아니 간호사님이 돌아가셨단다. 모국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에서는 마가레트로, '소록도 천사'로 불리셨던 분이다. 다들 꺼려하는 나환자들을 장갑도 안 끼고 맨손으로 만지고, 치료하다 나환자의 피고름이 얼굴에 튀어도 전혀 개의치 않으시던 분,

마가리타 피사렉(Magaritha Pissarek) 할머니. 향년 88세. 한국에서 40년 동안 나환자들을 돌보시다가 '이젠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부담되기 싫다'며, 편지 한 장 써놓고 2005년, 7순을 앞두고 오스트리아로 떠나가신 분. 한국에 오실 때도, 가실 때도 친구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öger) 간호사님과 같이였다.

마가리타와 마리안느.
이 두 분의 간호사는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 후원을 받아 소록도에 의약품을 보급하고, 영아원과 결핵병동, 목욕탕 등도 지을 수 있도록 도왔다. 섬 밖으로 퇴소하는 옛 환우들에겐 정착금도 지원했단다. 그렇지만 자신들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 심지어 사망한 환자의 옷을 수선해 입기도 했고, 지네가 출몰하는 낡은 사택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집 수리에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하니, 이분들을 단지 ‘소록도의 천사’라고 부르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나병 환자들은 이 두 분을 ‘마리안느 할매’ ‘마가레트 할매’라고 불렀다. '천사'라는 추상명사보다는 '할매'라는 호칭이 더 친근하면서도 인간적이어서 콧등이 시큰해진다.

하지만 마가리타 간호사님은
천사도, 할매도 아니라
수녀보다 더 수녀같았던
우리 시대의 성녀가 아니셨을까?
마가리타, 아니
마가레트 간호사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 오스트리아 가토릭부인회에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우리 식으로 하면
'가토록여신도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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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산 2023-10-03 오후 3:49

    교육감선거의 상세한 이면은 모르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전혁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는데 만약에 만약에 박선생님이 성녀가 되어서 양보하셨더라면 조희연 12년을 막을 수 있었지 않나요?

  • 북한산 2023-10-03 오전 8:51

    박선생님, 다음 교육감선거에도 출마하십니까? 민주당에 12년 서울교육감을 주는데 기여하신 듯한데 할 말이 있으시겠지만 , 내용을 잘 모르지만 잘못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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