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욕설의 이념적 본질은 親北反美

북한은 절대 비판하지 않고, 대한민국은 온통 부정하고 미국은 섬뜩 저주하는 자들의 본심이 김용민의 욕설에 결석처럼 단단하게 박혀 있다.
   욕설이 가장 적은 나라는 일본일 것이다. 일반 서민이든, 국가 지도자든, 일본인은 항상 상대방 입장을 고려해서 말하기 때문에 웬간해선 차마 욕설을 내뱉지 못한다. 일본어에는 욕에 관한 단어 자체가 거의 없다. 그나마 한자어로 순화되어 귀에 덜 거슬린다. 반면에 욕설이 우리말 한자어 할 것 없이 가장 풍성하게 난개발되어 아예 정권의 나팔수와 서기(書記)에 의해 변화무쌍하게 모조리 최상급 표현으로 무차별로 사용되는 나라(한국의 헌법이 아니라 유엔의 헌장에 따르면)는 단연 북한이다. 북한에선 욕설이 전략이요, 전술이요, 카타르시스(원래 의미는 설사)요, 습관이다. 옛날 전쟁에서 서릿발 이성의 전략가가 하잘것없는 부하들을 시켜 최상급 욕설로 적군의 부아를 돋우어 적군의 무모한 공격을 유발하려는 전략과 비슷하다.
  
   문제는 60년 넘게 북한은 쌍욕 전략을 써 먹었지만, 상대인 한국과 미국이 끄떡도 하지 않아서 전략적 효과가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친 개의 발작적 짖음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제풀에 지쳐서, 굶주림에 욕할 힘도 없어서 최후의 발악으로 으르렁 이빨(대포동 미사일과 핵무기)을 드러내며 무모하게 덤벼들다가, 일본이나 미국같이 뜨거운 욕설 대신 차가운 이성과 막강한 물리력을 보유한 자에게 한 방에 나가떨어질 일만 남았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욕에 버금가는 상소리를 불쑥불쑥 사용하여 국민이 아니라 광팬을 열광시킨 자가 대한민국에서 나왔다. 노무현! 그의 입에서 ‘깽판’, ‘맞장’이란 상소리가 거침없이 나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막 소감을 말하는 주인공의 가슴을 향해 사회자가 느닷없이 왁 토하듯이 그렇게 몰상식하고 역겹게! 그런 국가 지도자도 국민이 만든다. 이미 80년대말부터 고삐 없는 자유의 바람이 불면서 욕은 조폭과 감방과 난장판의 좁은 세계에서 시위현장과 시장과 학교로, 소설과 영화와 연극과 연속극과 노래에서, 방송과 인터넷과 전화에서 태풍에 찢어진 나뭇잎처럼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지금은 K팝의 소녀시대처럼 아름다운 여학생의 입에서도 예사로 욕이 삐쳐 나온다. 1020 내지 2030 중에 김용민에 열광하는 자들이 엄청나다. 민통당은 지금 그 미친 인기를 노린다.
  
   욕의 근원은 불만이고, 불만의 근원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분노다. 친일파, 독재, 천민 자본주의, 대미(對美)사대주의, 종속경제 등 그들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제멋대로 왜곡되고 부풀린 것과 부정적인 것 일색이다. 독재의 화신 전두환에게 국회의원의 명패를 집어던지고, 제국주의의 화신 미국을 향해 어엿한 국가 지도자로서 ‘반미 좀 하면 어때?’라고 그들의 속마음을 짜릿하게 대변해 줌으로써, 노무현은 광팬을 여럿 실신시켰다. 경제강국, 기술강국, 교육강국, 서구 수준의 소득분배, 자유 못지않은 평등, 우거진 산림, 사통오달 도로, 세계최고 통신망, 안전한 밤거리, 독립의 출발선에선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살던 나라들에서 온 노동자의 일확천금 등은 도대체 그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은 누구인가? 98% ‘닥치고’ 따르며 저주의 달걀 들고 멸망의 바위를 향해 일제히 돌진하는 자들(amplifiers) 외에 1% 여론 조성자(issue makers)와 1% 여론 퍼뜨리기 전위대(influencers)는 누구인가? 핵심 1%는 아직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1% 핵심의 충실한 마름 1% 주변부는 어느 정도 드러났다. 학계와 문화계, 노동계, 언론계, 정치계, 종교계, 노동조합, 농촌 등에 이들은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다. 그들은 철갑상어 먹는 좌파로서 누구보다 권력도 많고 돈도 많고 명예도 많다.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들도 어떤 무리보다 많다. 그러나 그들은 대한민국 욕하고 미국 저주하는 것에 시대적 소명감을 느끼는 꼭두각시다.
  
   계속 파고들면, 핵심 1%는 아직 묘연하지만(최근 야권연대 과정에서 머리 아닌 꼬리가 조금 드러나는 듯), 북한의 대한민국 욕하기와 미국 저주하기와 거울상처럼, 그림자처럼 유사하다. 2004년, 2005년만이 아니라 최근까지 계속된 김용민의 욕설은 민통당의 본심이고 통진당의 양심이고 노동당의 메아리다. 한미FTA 폐기와 강정해군기지 저지의 불쏘시개다. 신호탄이다. 소리 있는 아우성이다.
   (2012. 4. 8.)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