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에 떨어진 밥알을 물에 씻어 먹은 김연수 회장

“재벌 집이라고 시집을 왔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면 그 분량을 줄여야 했어요. 며느리인 저는 배고플 때가 많았어요." 조선 시대 퇴계 선생은 한평생 반찬을 세 가지 놓고 먹었다고 한다. 무말랭이와 가지무침 그리고 산나물이었다. 그러다가 손님이 오면 간고등어를 내놓았다고 한다. 아침에 작가 김훈의 수필 ‘오이지’를 읽다가 알았다. 김훈 씨는 한여름에 냉수에 밥을 말아 오이지를 반찬으로 해서 먹는다고 했다.

무말랭이 얘기가 나오니까 오랜 징역 생활을 마치고 쪽방에서 혼자 살던 남자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는 시장에 가서 일주일 먹을 무말랭이와 콩자반 그리고 김치를 사다가 먹는다고 했다. 그의 한 달 생활비는 이십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퇴계 선생 시절부터 몇백 년 세월을 건너온 성남 쪽방에서 사는 남자의 먹고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재벌 회장은 기름진 좋은 반찬만 먹고 살까. 한국 최초의 재벌인 삼양사의 김연수 회장의 일생을 취재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는 한 끼의 반찬은 세 가지를 넘지 못하고 그 반찬이 절대 남아서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회장인 그는 조선의 최고 부자이면서도 수채에 떨어진 밥알을 손자들이 보는 앞에서 주워 물에 씻어 먹은 사람이었다. 그 집안의 음식을 아끼는 전통은 그대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집의 손자인 운동기구를 만드는 회사를 하던 낫소의 회장은 함께 점심을 먹다가 남은 굴비 조각을 은박지에 싸갔다. 금융그룹의 회장인 또 다른 손자는 함께 냉면을 먹을 때 내가 반쪽의 달걀을 남기는 것 같아 보이자 젓가락으로 얼른 그걸 가져다 먹었다. 그 집안의 며느리한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재벌 집이라고 시집을 왔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새벽에 일어나면 꼭 한복을 입어야죠.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면 그 분량을 줄여야 했어요. 그러다 보면 며느리인 저는 배고플 때가 많았어요. 재벌 집이 도대체 뭔가 하는 회의가 들었죠.”

아버지가 큰 건설회사를 일으킨 부잣집 아들인 친구가 있었다. 그는 무서운 아버지의 기억을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열네 살 때 곡괭이 한 자루를 가지고 서울로 와서 공사판을 돌아다녔지. 건설회사 사장이 됐는데도 아버지의 생활은 철저했어. 어머니가 시장에서 고등어를 사다가 간장에 졸일 때 보면 냄비 제일 밑바닥에 무를 두껍게 썰어놓고 고등어를 그 위에 놓는 거야. 밥을 먹을 때 가운데 토막은 아버지가 드시고 머리와 꼬리는 우리 형제들이 먹었어. 그러다 보면 어머니는 밑바닥의 간장이 배인 무만 먹었어. 남들은 잘사는 줄 알고 어머니를 부러워 하지만 아들인 내가 본 엄마는 그렇게 불쌍했어.”

그게 오육십년대를 거쳐 칠십년대까지 우리 주변의 모습이었다. 내게도 평생 인이 박힌 반찬이 있다. 어머니는 더러 돼지비계만 사다가 그걸 몇 점 썰어 냄비에 넣고 기름을 뺐다. 그리고 기름에 김치를 볶았다. 그게 최고의 맛있는 반찬이었다. 겨울이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볶은 김치 몇 젓가락이면 한 끼가 만족스러웠다.

얼마 전 서울역 앞 노숙자 급식시설에 갔다. 식당 안은 구수한 카레 냄새가 번지고 있었다. 감자와 당근 그리고 고기가 윤기 나는 노란 카레 국물 속에 먹음직스럽게 들어 있었다. 그곳에는 시내의 제과점에서 보낸 빵들이 가득 쌓여 있기도 했다. 소박한 보통사람들의 식사와 노숙자의 밥이 별로 다르지 않은 세상이 된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세습되어온 보편적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아파트의 재활용 물품 수거함을 보면 아직 입을 만한 옷들이 가득 쌓여 있다. 작은 아파트를 마련하는 게 꿈이었던 게 현실화 됐다. 서울만 벗어나면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널려있다. 중학교 시절 선생님은 마이카 시대가 앞으로 올 것이라고 하면서 이런 세상을 우리들에게 말해 주었었다. 그게 정말 온 것이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우리는 여전히 가난한 것 같다. 양극화와 부의 편중에 따른 구조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할까. 거기서 벗어나는 길은 물질이 아니다. 우리 영혼의 문제다.

소나무는 진달래를 내려다보되 무시하지 않는다. 진달래는 소나무를 올려다봐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남과 비교하니까 불행하고 가난하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부자가 되려면 남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지구와 수성 천왕성이나 해왕성은 애초부터 그 크기가 다르다. 다른 곳을 보려면 나보다 못한 사람이나 힘들었던 과거 쪽을 봐야 하지 않을까. 인생이란 타고난 자기 그릇에 주어진 자기 몫을 채우는 것으로 감사하고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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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020-01-06 오후 8:11

    거지가 얻어먹은 남은밥으로는 또 찌꺼기 반찬이라도족해야하지만 다음은 더 많이 더맛있는것하며 자기의 생각 만 하는 거지꼴이 무지한 영혼의 부족에서 비롯된 자의 것아닌가 한다!!! 허기진 배를 채운 남은밥 한덩어리,찌꺼기 반찬을 감사할줄 모르면 더 이상 감사할 일이 없어 굶주려야하는 꼴이된다!!! 떡 주고 밥주며 한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의 눈에는 국민이 거지로 보이는것같아 슬프다!!! 영혼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며 밝은 세상이 국민의 힘으로 이루어질날을 기다린다!!!

  • 白丁 2020-01-02 오후 8:47

    찬 물에 밥 말아 오이지 반찬으로 먹는 맛 – 아는 사람은 압니다. 또 한 가지 – 찬 물에 밥 말아 마른 멸치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도 한번 보십시요 . 한 가지 반찬으로 밥 한 그릇 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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