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도쿄역 천지개벽처럼…종묘 맞은편 142m 빌딩숲 만든다》

기사의 허두는 이렇다.

“서울시가 종로구 종묘(宗廟) 앞 재개발 지구의 건물 높이 규제를 완화하자 국가유산청이 반발하고 나섰다. “낙후한 도심 재개발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세계유산인 종묘 주변에 고층 건물을 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나는 국가유산청의 막가파식 반대주의를 반대한다.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은 과거지향적이며 서울시는 미래지향적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점잖게 말하는 것보다 막대 놓고 말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그래서 막말 같은 것을 하겠다. “이태리는 조상 덕에 먹고 산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반면에 우리는 조상이 망쳐 먹은 나라를 다시 세우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조선조 임금들이 후손들에게 로마인처럼 해 주었나? '종묘'가 밥 먹여주나?

먼저, ‘도쿄역 천지개벽’은 2023. 7. 7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과 소제목은 이렇다

“낙후한 서울역, 초고층 즐비한 도쿄역… 규제가 차이 만들었다
[엇갈린 韓·日 도심 개발] [3]
첩첩 규제에 둘러싸인 서울역
40층 빌딩에 둘러싸인 도쿄역”

다음, 나에 관한 얘기를 내 스스로 말하려니 입이 잘 안 떨어지지만 이야기의 전개상 머쓱함을 무렵쓰고 이야기 해 본다.

나는 꽤 오래 전에 구입한 집에서 지금까지 사는데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 작정이다. 좀 비싸게 샀다. 집이 마산 앞바다 제일선에 있고, 바다 너머 먼 산에서 먼동이 퍼질 때는 온 바다가 붉은색인데 끓는 물처럼 이글이글 해 보인다. 밤에는 달이 떠서 바다에 달그림자를 띄우는데 그 광경에 반해서 비싼 줄 알면서도 산 것이다. 이내 속에서 떠오르는 달, 빈 하늘에 걸린 달, 바닷물에 일렁이는 달그림자, 반짝이는 윤슬 등을 보면 보는 사람은 반드시 탐미주의 시인이 되고 만다. 이곳의 이름은 반월동(半月洞)인데 이곳을 기준으로, 왼쪽은 월포동(月浦洞) 그 뒤쪽은 완월동(玩月洞)이며, 오른쪽은 월영동(月影洞)이고 그 너머는 해운동(海雲洞)이다. 동네 이름만으로도 짐작되는 게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경치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해 뜨는 모습도 안 보인다. 마산시가 바다를 매립하여 ‘해양신도시’라는 걸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다시 볼 수 없지만 어쩌겠나. 옛말에 “성현도 세상 변화는 막지 못한다.”고 했잖은가. 사람은 세상을 이루는 개체이므로 그 변화를 도와야 한다고 본다. 맹자도 거이양이(居移養移)라고 가르쳤다. 사람이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맹자가 제(齊)나라 왕자의 의젓한 풍채를 멀리서 바라보고는 “지위가 기상을 변화시키고 생활이 체질을 변화시킨다.(居移氣 養移體)” 했다 –맹자-

마침 이런 일이 있었다.

몇 해 전, 서울이든가 어디든가, 고층 아파트 단지의 완공을 눈앞에 두고서, 문화재청이 공사 중인 아파트가 어느 왕의 무덤의 전망을 막는다면서 공사를 못하게 막았다. 이미 계획된 층수까지 완성되었는데 그제서야 문화재청이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짓겠다 못 짓는다 설왕설래 말이 많았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 있는 사람도 좋은 경치를 빼앗기며 산다. 이게 사람살이 아니겠나. 죽은 왕은 왜 매양 전망 좋은 데만 누워 있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