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정을 해 보자. 조선일보 신입 기자들이 6개월 전 경영진들과 갈등을 일으켜 사직하고 나갔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 기자들에게 “계속 눕기만 해서야” 이렇게 비난을 하면 되겠나? 

그냥 경영진이 하고 싶은 것 다 했고, 신입 기자들은 사직하고 나갔고, 고참 기자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이게 어떻게 치킨 게임인가? 이제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때인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다 했으니까,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 기자를 뽑던가, 아니면 AI 기사를 쓰던가 하면 된다. 

현 의료계 사태를 치킨 게임으로 보는 것 자체가 상상에 기초한 것이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정부가 저지른 짓을 받아들여야, 어쩔 수 없다. 이런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신입 기자들이 사직하고 나갔는데 그 기자들에게 뭘 받아들이라는 것인가? 사직 기자에게 조선일보의 경영을 정상화할 책임이 있는 것인가? 

조선일보의 끝없는 양비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읊는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원인 중 제1의 책임자를 꼽는다면 언론에서는 조선일보다. 끝없이 정부의 주장을 읊어대면서 의사들에 대한 악마화에 앞장섰다. 물론, 의사들이 처한 현실에 관한 기사도 쓰기는 했다. 하지만, 그 귀결은 결국 이런 기사로 끝맺는다. 

제발 사실에 기초한 기사를 써라. 전공의는 사직하고 나갔다. 전공의를 새로 뽑는 것은 내년 3월이다. 정부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어떤 조치를 하고 관련 규정을 바꾸기 전엔 전공의가 돌아갈 수도 없다. 의대생들도 이미 돌아올 수 없다. 공부를 안 했는데 어떻게 진급을 하나? 

조선일보 기자들은 수업/임상실습을 전혀 하지 않고 의사가 된 사람들에게 진료를 받고 싶나? 대학교육은 의무가 아니다. 의대생들은 휴학을 선택했고 이미 휴학을 승인했어야 한다. 

결국 정부가 하고 싶은 짓을 다 했다. 그리고 전공의들은 사직하고 나갔고 의대생들을 휴학을 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의사들은 열심히 진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시스템은 망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이제 정부가 저지른 짓에 대해 책임을 지고 복구를 하라고 요구를 해야 한다. 

조선일보야, 수련병원들이 빨리 전문의들을 많이 뽑아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하라고 요구를 해라. 정부가 원하는 대로 신입생을 뽑는다면 내년에는 교수요원, 시설을 보충하여 내년에는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라. 이런 것을 요구하란 말이다, 조선일보야. 

정부가 그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호흡기 질환이 창궐하는 겨울부터 환자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 그것은 정부 책임이다. 정부가 저지른 짓을 정부가 책임져야지, 누가 책임지나? 그리고 내년에도 전공의 수련이나 의대 교육이 계속 파행을 걷게 될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조선일보의 이런 황당한 스탠스를 보니 내년에도 전공의들은, 의대생들도 돌아가지 않게 될 것 같구나. 그리고 내년에도 조선일보는 치킨게임은 제발 그만하라. 의대생 증원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를 읊을 것 같구나. 그리고 의료시스템은 망가지고 환자들은 끝없는 고통을 겪고. 불행한 나라를 이끄는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