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 충격 전말…尹 보고 때마다 500→1000→2000명

과학적 근거도, 의료계와의 협의도 없었다. 의대 정원 배정과정도 졸속! 대통령이 요구한 숫자에 근거를 끼워 맞췄다.

윤석열 정부 최악의 정책으로 평가되는 의대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도, 의료계와의 협의도 없이 추진된 졸속 정책이었음이 드러났다. 더 황당한 것은 필요한 의료인력 규모를 산출한 다음 의대증원 규모를 정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요구한 규모에 끼워 맞추기 위해 사후적으로 근거가 되는 보고서를 취사 선택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27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00명 증원’의 핵심인 ‘부족 의사 수 추계’에 대해 근거가 부족했고, ▲증원 규모에 대해 의사단체와 협의하지 않았으며, ▲발표 직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에서 위원들에 충분한 정보와 논의 시간도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늘어난 의대 정원을 전국 40개 의대에 배정하는 과정에서도 현장 실사나 의대교수들의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지적했다.


1.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었다


감사원은 먼저 보건복지부가 증원 규모의 근거로 활용한 ‘2035년 부족 의사 수 추계’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2024년 2월6일 복지부는 보정심 회의를 거쳐 ‘2천명 일괄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사 인력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복지부는 2천 명 증원의 근거로 2035년에는 의사 1만5천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들었다.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등 3개 기관의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2035년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시점 부족한 의사 수를 4786명으로 산출했고, 3개 연구보고서의 결과를 합쳐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부족 의사 수가 과다 산출되었으며 복지부가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한 추계에 근거해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현재 시점 ‘부족 의사 수’ 산출은 이관섭 당시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의 의견에 따라 진행되었는데, ‘4786명 부족’의 근거가 된 2023년 A씨 연구는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에 대한 연구로 ‘의료취약지에서 전국 평균 수준의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 수’를 도출한 수치이지, 전국 총량 측면에서 부족한 의사 숫자를 계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자 A씨도 감사 기간 감사원에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2035년 1만 명 의사 부족’ 시나리오도 KDI등 3대 보고서에 제시된 수십 개의 추계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공급 및 수요 측면에서의 여러 변수에 따라 의사 부족, 의사 과잉 등 결과 값은 달라지지만 복지부는 여러 시나리오 중 ‘1만 명 부족’ 시나리오만 취사선택했다.


감사원은 “부족 의사 수는 의사 인적구성, 근로행태, 기술 발전 등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가정에 따라 그 값이 크게 달라진다”며 복지부의 다른 연구에서는 부족 의사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결과도 나왔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2023년 11월 내부적으로 1)초저출산, 2)근로시간 감소, 3)고령층 의료이용 감소 추세 등 최신 경향을 반영한 결과, 부족 의사 수가 10,650명에서 5,841명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해당 연구는 대통령실 요청에 따른 것으로, 국정기획수석이 ‘워라벨 등을 반영하면 부족 의사 수가 늘 수 있다’고 판단해 최신 경향을 반영한 부족 의사 수를 재산출하도록 복지부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해당 연구 결과는 배제되었다.  

  

2. 尹에게 보고할 때마다 500명→1000명→2000명


감사원은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애초 복지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연간 400명 증원보다 100명 많은 500명으로 내부 논의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거듭 “충분히 늘리라”고 요구함에 따라 1천명으로, 2천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의대 증원이 추진된 시발점은 2022년 8월19일의 복지부 업무보고였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이슈가 됐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근무 중 뇌출혈 사망 사건의 원인을 묻자 복지부는 “의사 수 절대 부족이 원인이므로 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2023년 6월2일,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00명씩, 6년간 총 3천명을 늘리는 방안을 보고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매년) 1천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조 장관은 10월 6일 다시 2025∼2027년 각각 1천명씩 늘리고 2028년에는 2천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4년간 총 5천명 증원으로 규모를 키운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고받고도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고 재차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회수석에게 “그래서 복지부는 2천명으로 가는 것이냐”고 묻는 등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의중을 드러냈다고 한다. 거듭된 지시에 조 장관은 2035년에 의사 수급 균형을 달성하는 것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기로 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서울대 등의 연구를 토대로 부족 의사 수를 추계했다.


이 과정에서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미래가 아니라) 현재 부족한 의사 수도 포함하라”고 요구해 추계 규모가 1만명에서 1만5천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후 정책실장이 된 이 수석은 조 장관에게 단계적 증원이 아닌 ‘2천명 일괄 증원 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3.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없었다.


감사원은 의료현안협의체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 절차 등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역시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2020년 의정 합의에서 ‘재추진 시 협의’를 명시했음에도 실제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법적 논의 기구로서 2000명 증원을 심의한 보정심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됐다고 했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23년 1월30일부터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28차례 개최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협이 먼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2024년 2월6일 증원을 발표했다. 2월6일 단 한 차례의 보정심 회의에서 2000명 증원 규모가 처음 나왔고, 충분한 자료 제공과 논의 없이 단 1시간 회의 끝에 복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를 강행했다. 


4.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과정도 문제...의대교수 배제


감사원은 2000명 증원 규모를 전국 40개 의대에 배정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배정위원회 구성에서 의학계 및 의대교수가 배제되었다. 배정 위원 7명 중 대통령실 추천이 3명, 복지부 추천 3명, 교육부 1명으로 의학계 위원은 없었다. 위촉된 7명 대부분이 연구자 및 공직자로, 의대 교수로서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해 본 경험이 없어 대학이 제출한 현황 및 향후 계획을 평가할만한 전문적 지식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했다. 


특히 현장 점검을 하지 않았고 배정기준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는 등 정원 배정의 타당성·형평성도 저해됐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교육부는 당시 대학 유형별 배정 기준을 적용한 뒤 ‘수도권 병원 임상 실습 시간 비율 과다’, ‘지역인재전형 법정 비율 미준수’ 등을 이유로 6개 대학의 배정 규모를 조정했다. 하지만 특정 대학에만 ‘감소 조정 사유’를 적용하고, 같은 사유가 있는 다른 일부 대학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여기에 배정 위원들이 대학의 학생 수용 역량을 확인하려면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교육부는 복지부의 관련 보고서를 활용하면 된다고 답변한 뒤 실제로는 보고서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다만 감사원은 일부 공무원의 위원 위촉과 배정위 회의록 미작성, 관련 메모 파기 등의 사안은 부적정하거나 현행 법령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감사는 올해 2월 국회가 의대 증원과 관련해 그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구함에 따라 시행됐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증원 결정 및 정원 배정 과정을 우선 처리 분야로 정해 이날 결과를 발표했으며, 배정 이후의 추진 상황과 관련한 감사 결과도 추후 내놓을 예정이다.


감사 과정에서는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장상윤 전 사회수석비서관, 복지부의 조규홍 전 장관 및 박민수 전 차관 등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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