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가 말하는 박정희의 고뇌
"朴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일해도 국민이 알아주질 않아 배신감을 느낀 거예요."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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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필자가 1999년에 盧泰愚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이다(월간조선에서 인용).
  
  ―1964년 6·3 사태 당시의 신문을 읽다가 이런 점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民政 출범 후에 朴대통령은 민주적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尹潽善(윤보선)씨나 야당 쪽에서 선수를 쳐서 선동하고, 거짓 폭로전을 벌이니까 이런 것들이 朴正熙 대통령으로 하여금 독재의 길로 가도록 부추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朴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에게 직접 들은 얘긴데, 朴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일해도 국민이 알아주질 않아 배신감을 느낀 거예요. 朴대통령이 유신으로 나간 것도 그런 동기가 깔려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주의라는 교과서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朴대통령을 독재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수준이 이 만큼 높아진 상태에서 나라의 책임을 맡은 나도 민주주의 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습니까. 하물며 그보다 훨씬 못한 시절에 야당 주장대로 민주주의식으로 했다면 나라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12·12 사건과 그 이후에 全斗煥 전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지 않으면 안됐던 과정도 오늘의 시각에서 달리 단정됐지만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어쩔 수 없었던 겁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5·16에 이어 또 다시 「軍의 현실정치 참여」라는 선례를 남겼는데, 軍의 현실참여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보십니까.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광주에서 시위대와 계엄군 충돌사건이 벌어졌는데도 崔圭夏(최규하) 대통령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통령으로서 결심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 때 周永福(주영복) 국방부장관이 3軍 참모총장과 함께 청와대에 가서 몇 시간 동안 「결심을 해주십시오」 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崔圭夏 대통령을 모시고 광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 때 우리 사회 일각에 「시대가 이렇게 혼란해서는 안되겠다. 국가적 혼란을 잠재우고 질서를 잡아주는 지도자가 있어야겠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봅니다』
  
   ─1979년 朴正熙 대통령 시해사건 후 朴대통령의 뜻을 정치적으로 이어받은 세력은 물리력으로는 정규 陸士 출신이고, 정치적으로는 공화당의 金鍾泌씨 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 「서울의 봄」 상황이 펼쳐지자 金鍾泌 공화당 총재는 민주화 세력으로 자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金鍾泌씨가 유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혼란을 수습하는 길로 나갔다면 군부는 그 분을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책임을 벗어 던지고 「나는 유신을 반대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나오니까 군부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린 것이라고 봅니다』
  
   ─金鍾泌씨는 1963년 공화당을 창당하면서 패러다임이 민간 정치인으로 바뀌었다고 봅니다. 그 분은 1980년 봄에 軍部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린 것이 아닐까요.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과 현실로 볼 때 그것이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길이 아니라 해도 정치적 동지의식이랄까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아직까지는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피를 나누고, 뜻을 같이하는 동지적 유대가 필요하다는 뜻이죠. JP의 경우 이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내가 1987년 大選(대선)이 끝난 후 金鍾泌씨에게 「1980년 서울의 봄 당시에 여건이 그렇게 좋았는데, 왜 軍에서 金선배(편집자 注:金鍾泌 총리는 盧 전 대통령의 육사 선배)를 지지하는 동지가 없었습니까」 하고 질문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나는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이렇게 답하더군요. 말하자면 朴正熙 대통령 치하에서 2인자로서 24시간 감시를 당했기 때문에 군부에 어떤 인맥을 만들 상황이 아니었다는 뜻이었다고 봅니다』
[ 2006-02-03, 01:2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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