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적 잔재와 싸우다가 戰死한 박정희
저승에서 그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싸움을 가슴 졸이며 觀戰하고 있을 것이다.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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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자신의 포부를 미리 밝히고 이를 충실히 실천해간 예로서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 있다. 히틀러는 아리안족의 우월성과 순수성에 대한 집착을 바탕으로 하여 민족의 생활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줄기차게 추구하다가 세계를 2차세계대전의 참화로 몰고 갔다. 朴正熙도 집권 3년째인 1963년에 『國家와 革命과 나』에서 피력한 조국 근대화란 목표와 자조-자립-자주-통일의 단계적 방법론을 죽을 때까지 견지하였다. 전술, 정책적인 수정은 있었지만 본질적이고 전략적인 수정은 없었다.
  
   시인은 언어감각의 천재이고 화가는 색감(色感)의 천재이듯 영웅은 행동의 천재이다. 복잡하거나 절망적인 상황의 본질을 간단하게 파악한 다음 단순화된 목표와 전략에 일생을 투척하는 도박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영웅이다. 영웅의 생애가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행동의 집중적 투자를 위해서는 생략하고 무시해야 할 인정, 사정, 과정, 때로는 인명의 희생 때문이다. 이런 영웅의 생애가 고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범인(凡人)은 살았을 때의 그를 알아주지 못하고 그가 죽고 나서는 그가 성취한 것들만 공짜로 즐기려 하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죽음은 그가 혁명의 대상으로 삼았던 봉건적 잔재, 즉 사대주의, 위선적 명분론, 당파성과 그가 도전의 대상으로 삼았던 미국식 민주주의가 연대하여 그를 삼킨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국내 민주화세력에 내재(內在)된 사대성과 명분성을 중시하는 시각이다. 1979년 10월 그는 미국의 인권 압력과 국내 민주화세력의 도전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김영삼(金泳三) 신민당 총재가 『뉴욕 타임즈』와 한 기자회견이 미국의 내정간섭을 요청한 것이라 하여 화를 낸 박정희는 김 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하게 되었고 이는 부마(釜馬)사태의 한 요인이 되었다. 이런 정치적 불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권부(權府) 깊숙한 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드디어 김재규(金載圭)는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게 된다. 이 김재규로 하여금 방아쇠를 당기게 한 여러 요인 가운데는 차지철(車智澈)에 대한 증오심과 車 실장을 편드는 박정희에 대한 원한 이외에 민주화세력으로부터의 영향과 미국의 어떤 작용을 상정할 수 있다.
  
   김재규는 10월 26일 밤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라고 중얼거리면서 궁정동 식당으로 들어가 총을 쏘았고 법정에서는 박정희가 사력(死力)을 다해서 추진한 자주국방정책을, 한미(韓美) 안보협력체제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박정희는 김영삼을 조선조의 양반정치 전통을 이어받은 사대적 정치인으로 보았고 김영삼은 박정희를 인권탄압을 자행하는 독재자로 보았다. 미국과 국내의 지식인, 학생세력은 김영삼 편을 들었다. 박정희의 지지 기반은 '침묵하는 서민대중'이었다. 이들 속에서 박정희는 항상 영웅이었다.
  
   요즈음 들어서 박정희에 대한 인기가 갑자기 높아진 것같이 말하지만 서민 대중 속에서 그의 인기는 변함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 정치인(그것도 민주계 정치인)과 지식인들 사이에서조차 평가가 높아진 것이 새로울 뿐이다.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를 앞당긴 것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의 실정(失政)이었다. 소위 민주투사 출신 대통령들이 보여준 민주화세력의 나상(裸像)을 알게 됨으로써 박정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의 죽음을 예약한, 봉건적 잔재와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당돌한 도전의 가치를 범인(凡人)들도 이제는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그는 한반도의 봉건적 잔재와 싸우다가 戰死했다. 그 싸움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정일-김대중-노무현 세력이 봉건적 잔재를 지키려는 守舊세력으로 뭉쳐 진정한 진보세력인 대한민국 수호세력과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저승에서 朴 전 대통령은 이 싸움을 가슴 졸이며 觀戰하고 있을 것이다.
  
[ 2006-03-05, 04:4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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