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日의 목표는 '남북정상회담'이다
2.13 합의의 表裏 -남한 내 정치 상황에 대하여 김정일 정권이 느끼는 위기감은 노무현 정권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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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이번 합의가 이룩한 성과는 기껏해야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로는 6자회담이 파국을 모면(謀免)하고 계속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둘째로는 북한에 의한 더 이상의 핵무기 및 핵무기 제조용 물질의 생산이 ‘당분간’은 중단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셋째로는 북한에 의한 더 이상의 핵실험이 ‘당분간’은 없게 되었다는 것 정도다. 이번 <6자회담>에서의 2.13 흥정을 북한이 수용한 것은 당장 경제적 실리보다는 한편으로는 <6자회담>의 파국은 회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 문제가 해결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처럼 ‘허상(虛像)’을 조작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김정일의 결단(決斷)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2.13 <6자회담> 합의의 表裏 - 金正日의 목표는 <남북정상회담>이다
  
   2월13일 제5차 베이징 <6자회담> 3단계 회의의 결과를 놓고 대다수의 보도 매체들은 “북핵 타결”이라는 큰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을 본질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이루어진 합의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 합의서>일 뿐이다. 북한 핵문제의 타결이 아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이번 합의가 이룩한 성과는 기껏해야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로는 6자회담이 파국을 모면(謀免)하고 계속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둘째로는 북한에 의한 더 이상의 핵무기 및 핵무기 제조용 물질의 생산이 ‘당분간’은 중단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셋째로는 북한에 의한 더 이상의 핵실험이 ‘당분간’은 없게 되었다는 것 정도다.
  
   여기서 필자가 아직도 ‘당분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아니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번 합의도 1994년의 <제네바 합의>처럼 많은 부분이 ‘원칙적 합의’로 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해석’의 차이를 이유로 북한이 또 다시 합의를 번복(飜覆)하는 전철(前轍)을 밟을 가능성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2.13 <초기 조치 이행 합의서>가 채택ㆍ발표되자마자 그 같은 징후는 이미 나타났다. 이번 합의의 핵심 중의 하나가 <합의서> IV항의 ‘불능화(disabling)'라는 생소한 단어로 표현되어 있다. 즉 ‘초기 단계’ 이후의 ‘다음 단계’ 중에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흑연감속로 및 재처리시설을 포함하는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합의문>을 이끌어 낸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정부와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이 ‘불능화’라는 표현을 가지고 과거와는 다른 성과라고 선전한다.
  
   문제의 ‘불능화’라는 표현은 6자회담의 주최국인 중국이 발표한 <합의서>에 분명히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내적으로 <합의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북한은 <합의서>의 이 핵심적 표현을 가지고 이미 딴 소리를 시작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등을 통하여 <합의서>의 “핵시설 ‘불능화’”라는 표현을 “핵시설 가동 ‘임시 정지’”로 임의로 바꿔서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불능화’된 핵시설은 재가동이 불가능해야 한다. 반면, ‘임시 정지’된 핵시설은 언제든지 재가동이 가능하다. 벌써 180도 다른 ‘해석’의 차이가 들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재작년 9.19 <공동성명> 때 이미 있었던 일이다. <공동성명>의 핵심적 합의는 “‘조속한 시일’ 안에 <핵확산금지조약(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안전조치협정>에 복귀한다”는 북한의 ‘약속’과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를 북한에 제공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데 동의한다”는 여타 참가국의 ‘약속’으로 이루어졌었다. 문맥상으로 “선(先) 북한의 ‘약속’ 이행, 후(後) 여타 참가국의 ‘약속’ 이행”의 수순에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더구나 경수로에 관한 ‘약속’은 “제공한다”는 약속이 아니라 “제공 문제를 논의한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은 엉뚱한 해석과 주장을 들고 나와서 6자회담의 진전을 교착시켰다. “경수로를 먼저 제공하지 않으면 다른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지금 2.13 <초기 조치 이행 합의서>도 9.19 <공동성명>이 갔던 길을 이미 가기 시작하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의 ‘불능화’ 문제는 그에 대한 ‘대가(代價)’로 다른 5개국(처음에는 일본을 제외한 4개국)이 제공할 95만 톤의 중유 상당분의 ‘경제ㆍ에너지ㆍ인도적 지원’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6자회담 관계자들은 여기에 ‘성과급(成果給)’ 개념을 도입ㆍ적용했다고 자화자찬(自畵自讚)에 여념이 없다. 중도에 성과를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주는 시기와 함께 제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우선 제공 분 5만 톤의 중유에 추가하여 제공할 95만 톤 상당의 ‘경제ㆍ에너지ㆍ인도적 지원’은 “북한이 ‘초기 조치 기간’ 중의 ‘약속 사항’을 이행했다는 것이 확인되었을 때라야 제공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북한의 ‘약속’ 사항은 ① “궁극적인 포기를 목적으로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을 폐쇄(shutdown)ㆍ봉인한다는 것, ② IAEA와 ‘합의할’ 모든 필요한 ‘감시(monitoring)’ 및 ‘검증(verification)’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시킨다는 것 및 ③ 9.19 <공동성명>에 따라 포기하도록 되어 있는 사용 후 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루토늄을 포함하여 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다른 참가국들과 ‘협의’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2.13 <합의서>의 문면을 보면 여기에 “‘성과급’ 개념을 도입했다”는 노무현 정부 <6자회담> 관계자들의 주장에는 중대한 허점(虛點)이 발견된다. 왜냐 하면, <합의서> IV항의 문제 대목의 문면이 “최초 선적분 5만 톤을 포함한 100만 톤의 중유 상당 경제ㆍ에너지ㆍ인도적 지원”을 “‘초기 조치 기간’ 및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흑연감속로 및 재처리시설을 포함하는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를 포함하는 ‘다음 단계 기간’ 중 제공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면 상으로는, 소위 ‘다음 단계 기간’은 물론 ‘초기 조치 기간’ 중에도“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흑연감속로 및 재처리시설을 포함하는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의 충족(充足)이 95만 톤 상당의 경제ㆍ에너지ㆍ인도적 지원 제공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합의서> IV항의 단서(但書)는 다만 “상기 지원에 대한 세부 사항은 <경제 및 에너지 협력 실무 그룹>의 ‘협의’와 ‘적절한 평가’를 통해 결정된다”라고 되어 있을 뿐이다.
  
   <합의서>의 문면에 따르면 “‘불능화’ 속도에 따라 ‘반대급부’를 증가시키기로 했다”는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허구(虛構)에 불과하다. <합의서> II-5항에 의거하여 최초 선적분 5만 톤이 60일 이내의 ‘초기 조치 기간’ 중에 제공되도록 되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합의서> IV항의 문면에 의하면, <실무 그룹>에 의한 ‘협의’와 ‘평가’ 과정에서 북한이 문제의 95만 톤 상당의 ‘경제ㆍ에너지ㆍ인도적 지원’을 ‘다음 단계 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초기 조치 기간’ 중에, 그것도 단계적으로가 아니라 한꺼번에, 제공할 것을 요구해도 <합의서>의 내용에는 어긋나지 않게 되어 있다.
  
   뿐만이 아니다. <합의서>의 핵심부분인 II에서 IV항까지의 문면에는 ‘해석’상의 차이 때문에 이번 <합의서>로 하여금 1994년의 <제네바 합의>가 갔던 길을 다시 가서 이번 합의의 이행도 또 다시 불발탄(不發彈)으로 만들 수 있는 뇌관(雷管)들이 수없이 발견된다.
  
   첫째로는 이번 <합의서>는, 문면에 의하면, ‘폐쇄’와 ‘봉인’의 대상을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에 국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상당량의 무기급 플루토늄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여 8-10개의 핵무기를 제작ㆍ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변 소재 핵시설’은 이미 전략적 가치가 소멸된 ‘폐품(廢品)’이나 진 배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북한의 핵능력은 영변 이외의 지역에 소재하는 것들이다. 그 중에는 이미 북한이 완성하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들, 함경북도에 위치한 핵실험시설, 우라늄 고농축 시설과 고농축 우라늄의 존재 그리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탈북 북한군 장성 오영철 등이 과거 해체 과정 중의 구 소련으로부터 밀수입하여 실전배치(實戰配置)하고 있다고 증언하는 수미상(數未詳)ㆍ종류미상의 완성된 실전용 핵무기와 핵물질 등이 있다.
  
   결국, 이번 <합의서>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진짜 핵능력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하게 한 채, ‘사마매골(死馬賣骨)’식 상술(商術)을 발휘하여 실질적으로는 용도 폐기 상태의 한 물 간 핵능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엄청난 ‘반대급부’를 챙긴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둘째로는 “북한이 IAEA와의 ‘합의에 따라’ 모든 필요한 ‘감시’ 및 ‘검증’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하도록 초청한다”는 I항의 문면이 갖는 문제점이다. 여기서 ‘합의에 따라’라고 노무현 정권이 번역한 어구(語句)의 영어 원문은 ‘as agreed’다. 이미 ‘존재하는 합의에 따라’가 아니라 ‘앞으로 합의되는 데 따라’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의 과정을 보면, IAEA와 북한 간에 이 부분에 관한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우선, 이번 <합의서>에 의하면, IAEA는 ‘영변지역’에 국한해서 ‘북한과 합의하는 대상’을 상대로 ‘감시(monitoring)’와 ‘검증(verification)’을 실시하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감시’와 ‘검증’이 IAEA의 ‘안전조치’가 요구하는 ‘사찰(inspection)’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냐의 여부, 북한이 IAEA가 원하는 ‘감시’와 ‘사찰’ 대상을 수용할 것이냐의 여부, 그리고 IAEA가 ‘감시’와 ‘검증’ 활동을 ‘영변지역’에 국한시키는 것을 수용할 것이냐의 여부 등이다.
  
   이번 <합의서>가 북한의 NPT 및 IAEA 안전조치에의 복귀 문제를 전혀 다루지 못한 것은 <합의서>가 갖는 치명적 결함이다. 이 때문에 IAEA는 북한의 핵능력에 대하여 범세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는 IAEA ‘안전조치’ 차원의 ‘감시’ 및 ‘사찰’ 활동을 하지 못하고 ‘감시’와 ‘검증’의 대상과 방법에 관하여 일일이 구체적으로 북한과 합의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 같은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는 것이 그 동안의 경과가 증언해 준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이처럼 왜곡된 내용의 ‘감시’와 ‘검증’을 IAEA가 과연 수행하는 데 동의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로는 소위 ‘다음 단계 기간’ 중 ‘불능화’의 대상에 관하여 <합의서>에 언급되어 있는 표현들이 갖는 문제점이다. <합의서>는 II항에서 “(9.19 공동)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 프로그램’,” 그리고 IV항에서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흑연감속로 및 재처리시설을 포함하는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표현은 ‘모든 핵 프로그램’이라는 표현과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이라는 표현이다.
  
   우선 지적되어야 할 사실은 이번 <합의서> II항에 “(9.19 공동)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 프로그램’”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모든 핵 프로그램’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문제의 9.19 <공동성명>에도 ‘명기’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9.19 <공동성명>의 이에 관한 언급 내용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을 공약했다”는 것이 전부다. 문제는 ‘모든 핵무기’ㆍ‘모든 핵 프로그램’ㆍ‘모든 핵시설’이 구체적으로 과연 무엇을 지칭하는 것이냐에 대하여 6개 참가국들 사이에 아무런 컨센서스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4년 13건의 ‘핵시설’을 IAEA에 신고했었다. 북한이 2.13 <합의서>에 의거하여 이때 이미 신고되었던 것 이외의 ‘핵 프로그램’과 ‘핵시설’을 과연 추가적으로 ‘신고’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예컨대, 북한이 이미 북한이 완성하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8-10기의 핵무기들, 함경북도에 위치한 핵실험시설, 우라늄 고농축 시설과 고농축 우라늄의 존재 그리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탈북 북한군 장성 오영철 등이 과거 해체 과정 중의 구 소련으로부터 밀수입하여 보유ㆍ배치하고 있다고 증언하는 수미상(數未詳)의 완성된 실전용 핵무기와 핵물질들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신고’하겠느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때는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되면 2.13 <합의서>는 휴지화(休紙化)를 면할 길이 없다.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사실은 2.13 <합의서>에서는 재작년 9.19 <공동성명>에서 언급되었던 ‘모든 핵무기’라는 표현이 누락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공식으로 선언했고,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6자회담>에 나와서, 아직 이 문제를 가지고 크게 떠들지는 않고는 있지만, 스스로를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면서 <6자회담>을 ‘핵군축회담’으로 변질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고 북한이 이미 8-10개의 완성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사실상 공인(公認)되어 있는 상황에서 2.13 <합의문서>에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누락되었다는 사실은 작위적(作爲的)이라는 느낌을 지워버리기 어렵다.
  
   결국, 이라크 전쟁으로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지배로 넘어간 의회를 상대해야 하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의도가 북한이 이미 제작ㆍ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당분간 모르는 체 외면(外面)ㆍ묵인(默認)하면서 추가 개발ㆍ생산 능력을 봉쇄하고 해외 유출을 저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번 2.13 흥정을 성사시킨 목적은 “적어도 필요한 당분간” 북한이 더 이상의 ‘핵실험’과 더 이상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었을 뿐이라고 보여 지는 것이다.
  
   이번 <합의서>에서 참가국들은 “한(조선)반도 비핵화의 조기 달성 목표와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5개 ‘실무 그룹’ 가운데 하나로 <한(조선)반도 비핵화 실무 그룹>을 설치ㆍ운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서>에서 북한이 즐겨 사용하는 ‘한(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는 것도 이 <합의서>의 순조로운 이행을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왜냐 하면 북한이 사용하는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용어는 ‘비핵화’가 아니라 ‘비핵지대(nuclear free zone)’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용어는 상반(相反)된 개념을 가지고 쓰여 진다. ‘비핵화’는 “핵 비보유국으로 하여금 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반면, ‘비핵지대’는 “핵 보유국이 핵을 폐기하고 또 사용하지 않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두 용어를 한반도에 대입할 경우 한반도의 ‘비핵화’는 남북한의 핵을 말하는 것이고 ‘비핵지대’는 미국의 핵을 말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면서 실제로는 ‘비핵지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입장은 “북한의 핵을 이야기하기 전에 미국의 핵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된다. 이제 앞으로 설치될 <한반도 비핵화 실무 그룹>은 가동을 시작하는 순간 북한으로부터 ‘비핵지대’의 차원에서 ‘비핵화’를 다루자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즉, 첫 번째로, 북한에 대한 미국으로부터의 핵전쟁 위협을 제거ㆍ해소시키는 문제, 그리고, 두 번째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여 <6자회담>의 성격을 국제적 <핵군축회담>으로 전환시키는 문제 등이다.
  
   바로 이 같은 상황이 1992년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ㆍ발표한 뒤 이에 의거하여 구성된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에서 ‘핵사찰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마자 전개되었었다.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는 이로 인하여 아무런 진전도 이룩하지 못한 채 결국 난파되었다.
  
   이렇게 되면, 이 문제를 둘러 싼 미-북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하여 북한의 핵은 ‘초기 조치 기간’ 중 ‘폐쇄(shutdown)’된 상태로부터 소위 ‘다음 단계 기간’의 ‘불능화’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해 지게 되고 결국 이번 2.13 <합의서>도 1992년 남북한 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그리고 1994년 <제네바 합의>가 갔던 길을 따라 가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2.13 <합의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1994년의 <제네바 합의>의 아류(亞流)에 불과한 또 하나의 ‘부실(不實) 합의’가 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문서임에 틀림없다.
  
   사실은 이번 2.13 <합의서> 타결을 통하여 북한이 확보한 실익이 별로 신통치 않다는 점이 지적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이 이번 흥정을 통해 확실하게 확보한 실익은 향후 60일 이내에 제공 받을 중유 5만 톤이다. 앞에서도 살펴 본 것처럼 추가분 95만 톤의 ‘경제ㆍ에너지ㆍ인도적 지원’은 <합의서>의 문면 상으로는 그 시기와 조건이 매우 애매모호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다음 단계 기간’은 물론 ‘초기 조치 기간’ 중에도, 심지어는 일괄해서, 제공을 요구할 수는 있게 되어 있지만, 바로 그 애매모호한 표현 때문에, 북한이 이를 실제로 제공 받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밖에 미국은 마카오 소재 BDA 은행의 동결된 북한 계좌 중 최소한 일부를 30일 이내에 해제하기로 약속한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이 취한 대북 금융제재가 전면적으로 해제되는 것은 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은 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과정에 착수를 약속했고 미-북, 일-북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대화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한국전쟁의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시킨다는 원론적 합의가 이루어져 이 문제들을 다룰 ‘실무 그룹’들을 설치하기로 합의가 되었지만 여기서 다루어질 문제들이 타결되는 것은 앞으로 60일간의 ‘초기 조치 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장기간의 시간을 소요하게 될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보면, 김정일의 북한이 무슨 의도로 이 같이 적은 실리(實利)를 취하면서 이번의 흥정을 타결시켰는지가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오는 12월에 있을 남한에서의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남의 노무현 정권과 북의 김정일 정권이 함께 느끼고 있는 위기감에서 찾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남한의 대선 정국은 그 동안 9년간 계속된 ‘좌파’ 정권의 ‘친북ㆍ반미’ 행각(行脚)과 이로 인한 국정 전반에 걸친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로 인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한 자리 숫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50% 이상의 선에서 고착되는 현상이 구조화되어 그 결과로 열린우리당의 총체적 와해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남한 내의 정치 상황에 대하여 북의 김정일 정권이 느끼는 위기감은 남의 노무현 정권보다도 훨씬 심각하다고 보아야 한다. 남의 노무현 정권의 고민은, 성패(成敗) 여부가 분명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북한 카드’ 외로는 이 같은 불리한 대선 정국을 반전(反轉)시키는 데 활용할 만 한 다른 카드가 아무 것도 없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상황 인식은 북의 김정일 정권도 공유(共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인식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남의 ‘좌파’ 정권과 북의 김정일 정권 사이에 이른바 ‘반 한나라당ㆍ반 보수세력 연합전선’의 형성으로 한나라당을 포위하고 고립시켜 한나라당의 승리를 저지시킬 필요에 대한 공감대(共感帶) 형성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공감대의 산물(産物)이 <남북정상회담>이다. 남의 노무현 정권과 북의 김정일 정권 간에는 그 동안 이 같은 공감대의 바탕 위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물 밑 흥정이 지속되어 온 것이 틀림없다. 이번 <6자회담>에서의 2.13 흥정을 북한이 수용한 것은 당장 경제적 실리보다는 한편으로는 <6자회담>의 파국은 회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 문제가 해결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처럼 ‘허상(虛像)’을 조작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김정일의 결단(決斷)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아니나 다를까, 남북의 두 정권은 2.13 <합의서>가 공식적으로 타결되기가 무섭게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즉각 이를 활용하는 발 빠른 행보(行步)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2.13 <합의서>가 타결되기 하루 전에 비공개리에 <남북장관급회담>의 개최를 북한에 제의했고 북한은 즉각 이에 호응하여 2월15일 북측 지역인 개성에서 준비회담이 열리고 여기서 불과 4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지난 해 7월 이래 열리지 않았던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오는 27일에서 3월2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평양에서 개최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장관급회담>이 열리면 그 동안 중단되었던 대규모 대북 쌀 및 비료 지원이 재개되고 아마도 6.15를 전후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열차편 평양 방문 실현에 이어 8.15를 전후한 <남북정상회담> 성사로 연결되는 일련의 상황 전개가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
  
   이 같은 상황은 특히 한나라당에게는 신중하고도 냉철한 대응을 요구한다. 한나라당은 <6자회담>에서의 2.13 <합의서> 타결을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이 같은 다분히 즉흥적(卽興的)인 반응은 현명한 것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이 <6자회담>을 대선 정국 관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저지할 절대적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도 이번 <6자회담>의 2.13 <합의서> 타결에 대해서 우선 <6자회담>의 파국을 모면하게 했다는 관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방하다. 그러나, 이번 2.13 <합의서> 타결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식적 평가는 “앞으로 60일 간의 ‘초기 조치 기간’ 중의 합의사항 이행 성과를 확인할 때”까지 ‘유보’되었어야 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에 대하여 그 동안 ‘유보’되어 온 쌀과 비료는 물론 그 밖의 대북 경제 지원을 ‘재개’하느냐의 여부도 문제의 “‘초기 조치 기간’ 중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느냐의 여부”와 연계시키도록 요구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급하게 서두르고 있는 쌀과 비료는 물론 그 밖의 대북 경제 지원은 문제의 ‘초기 조치 기간’ 중에 북한이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평가’가 이루어진 후에 제공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확보한 제1당의 위치를 이용하여 ‘대북 퍼주기’의 방만한 재개를 견제하는 효과적인 원내 활동을 전개하고 그 같은 활동의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도 역시 북한에 의한 문제의 <초기 조치> 이행 이후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끝]
[ 2007-02-16, 10:0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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