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에서는 한국인 4명 70일 넘게 억류중
원양어선 선장·선원들 해적에 지난 5월 피랍…같이 잡힌 외국선원 등 24명 몸값 70만달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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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예멘으로 향하던 원양어선 2척에 타고 있다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 4명의 석방 협상이 지난해 4월 발생했던 동원호 납치 때처럼 장기화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동원호 선원은 석방되기까지 117일간 억류돼 있었다.
  
  탈레반의 인질 사태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지난 5월 소말리아 해역에서도 한국인 선원 4명이 해적에게 납치됐다. 그 뒤 소식이 없다. 납치된 지 70일이 넘었다. 생계를 위해 배를 탔다가 납치된 이 사건은 거의 잊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건 경위
  
  외교통상부는 지난 5월 16일 “15일 아프리카 케냐 몸바사를 떠나 예멘으로 향하던 저인망 원양어선 마부노 1,2호가 15일 12시40분 소말리아 모가디슈 해안의 북동쪽 210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고 발표했다.
  
  납치된 선원은 모두 24명. 그 중 한국인은 한석호(40) 선장, 이송렬(47) 총기관 감독, 조문갑(54) 기관장, 양칠태(55) 기관장 등 4명이다. 그밖에 중국인 10명, 인도네시아인 4명, 베트남인 3명, 인도인 3명이 있다.
  
  외교부는 납치 소식이 알려진 직후 “김호영 외교부 제2 차관을 책임자로 하는 대책반을 구성하고 중국, 인도네시아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흘 뒤 납치 세력이 접촉을 제안하지 않아 협상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는 발표를 했고, 그 이후로는 공식적으로 협상 진전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은 누가 하고 있나?
  
  기자는 외교통상부 재외동포국에 소말리아 피랍 사건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문의했으나, 외교통상부는 “일체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채 재외동포국 국민보호과장은 “언론이 자꾸 보도를 하면 인터넷 등으로 국내 정보를 체크하는 해적들이 ‘한국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요구조건의 수위를 더 높이려고 든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적들은 70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적들과 접촉했던 앤드루 음왕구라 동아프리카 항해자 지원 프로그램 조정관은 “무장 단체(해적)는 몸값을 선원들의 모국인 5개 국가가 똑같이 나눠 지불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70만달러는 약 6억4000만원이다. 나눠서 낸다면 국가별로 1억2800만원씩을 내야 한다.
  
  ◆납치된 배
  
  해적들에게 납치된 배는 탄자니아 선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배의 주인이 한국사람이라는 점이다. 케냐에 사는 교민인 선주 안현수(49)씨는 지난 2000년 부산에서 ‘대창수산’이라는 원양어업 전문회사를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부도를 냈으며, 대창수산은 지난해 1월 17일 최종 부도처리가 됐다.
  
  안씨는 아프리카에서 다시 원양어업에 손을 댔고, 세금이 싼 탄자니아 선적으로 배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양노조의 한 관계자는 “안현수씨가 탄자니아에서 회사를 만든 뒤 한국인 선장과 기관사 등을 불러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현수씨는 케냐에서 한석호 선장 등을 고용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잡역부로는 임금이 싼 동남아 출신 선원을 쓰고, 고기잡이와 선박 운항 등 고급 기술이 필요한 인력은 한국인을 고용한 것이다.
  
  대창수산에서 근무했던 이모씨는 “납치된 한석호 선장은 이전부터 대창수산에서 일을 해왔다”며 “다른 선원들의 이름은 처음 듣는다”고 했다. 납치당한 한국인 선원 4명은 외국으로 나갈 때 ‘선원수첩’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여권을 통해 출국한 뒤 탄자니아에서 배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해운항만청이나 원양노조 등 국내 기관이나 단체에 그들의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여권으로 출국한 기록에 의해 외교통상부가 신원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납치된 뒤, 선주 안현수씨는 케냐 나이로비에 머물면서 대리인을 통해 소말리아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주나 협상 대표가 소말리아로 들어갈 경우 납치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고, 선주 입장에서도 섣불리 해적들의 요구를 들어줬을 경우 ‘다음에도 저 회사 배를 노리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어 서두를 수만도 없다는 것이다. 원양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개인 선주의 경우 돈이 없거나, 있어도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언제 해결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해적들
  
  소말리아 해적들은 지난해 4월 선원 25명을 태운 동원호를 납치했다가 117일만에 풀어준 적이 있다. 1991년 독재정권이 붕괴된 소말리아에는 지난 2004년 유수프 아흐메드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군벌들이 지역별로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 해적들은 군벌들의 비호 아래 쾌속정과 중화기로 무장한 채 약탈과 납치를 일삼고 있다. 주로 볼보 엔진을 장착한 쾌속정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볼보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납치한 선원은 몸값을 받고 넘기고, 배는 새로 칠해서 팔아 넘긴다. 소말리아는 해안선이 3300㎞나 돼서 해적들이 활개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번에 납치된 마부노 1,2호는 예멘으로 가기 위해 공해를 통해 이동하다가 해적들의 습격을 받았다. 바로 전날 해적 습격이 보고된 바 있어, 납치된 배들은 화물선인 이븐 유누스호 등과 함께 이동하며 해적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RPG7(대전차로켓포), AK-47소총 등으로 무장한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고, 이븐 유누스호만 간신히 납치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역에서 조업해 본 경험이 있다는 선장 C씨는 “소말리아 인근 바다는 4~6월에 날씨가 좋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기 때문에 작은 배를 탄 해적들도 공해까지 출몰한다”고 말했다.
  
  ◆동원호 납치와 동일범 소행 가능성
  
  지난해 납치됐다가 풀려난 동원호의 한 선원은 “최근 아내 핸드폰으로 해적들이 자주 연락을 해온다”고 했다. 그는 해적들의 베이스캠프에 억류됐을 당시 해적들에게 아내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다고 했다. 아내에게 자신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해적들은 몸값을 받기 위해 동원호 사건 때 알게 된 휴대폰 전화 번호를 이용해 지난 25일까지도 “한국인 선주(안현수)가 우리에게 전화를 하라고 전해달라”고 수십 차례 요구해왔을 정도다.
  
  지난해 해적들에게 억류 중이던 동원호를 찾아가 현장을 동영상에 담아 보도했던 김영미 프리랜스PD는 “정부에서는 해적들이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언론 보도 내용을 체크하며 이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언론의 취재를 봉쇄하고 있지만 현장을 가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며 “같은 국민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아는 것도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김PD는 “선주나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해적들과 협상을 하고 있다면 해적들이 뭐하러 동원호 선원들에게 연락을 해오겠느냐”고 덧붙였다.
  
  기자는 25~26일 이틀 동안 해적들이 걸어온 전화 번호를 역추적해 소말리아로 30여 차례 전화를 걸어 4차례 통화를 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거부했던 그는 “한국인 등이 탄 배 2척이 우리에게 있다”며 “선원들은 안전하다”고 했다. “요구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책임자와 통화하라”며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러나 26일 밤까지는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납치된 적 있는 동원호의 선장 최성식씨는 “외화벌이 하러 갔다가 해적에 납치돼 70일이나 억류된 선원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과연 관심이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2007-07-28, 21:3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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