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테러에 우왕좌왕하는 언론과 정부
지금 언론보도나 정부의 대책은 인질협상의 기본원칙을 모두 어기고 있는 듯. 보다 신중하고 원칙에 입각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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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의해 억류된 인질 한 명이 추가로 살해되었다는 소식으로 매스미디어와 정부는 혼란상태에 빠졌다. 탈레반의 전략과 전술적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 그 의도를 분석하거나 그 대책을 논의하는 수준이 전문가적 수준이 아니라 마치 운동경기를 중계하고 또 관람하는 듯한 대중적 수준이어서 걱정스럽다. 이런 일은 인명이 관계되어 있는만큼 한 마디 한 마디 조심해서 해야 하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행동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언론보도나 정부의 대책은 인질협상의 기본원칙을 모두 어기고 있는 것 같다. 보다 신중하고 원칙에 입각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런 인질사태가 발생하면 누구나 조심스러워 그에 대해 말하기가 쉽지 않다. 무척 민감한 상황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사태의 진행상황을 보면 상식에 어긋나는 점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보아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몇 가지 원칙을 간단히 말해보고자 한다.
  
  우선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공부하는 주된 이유는 우리들 각자가 모든 것을 직접적 경험으로만 배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테러나 인질 문제는 한국에서는 드문 경험이지만 테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국가가 있고 또 그 가운데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한 경험이 축적된 국가가 있으며 또 그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단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지 말고 그런 국가나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한국정부에서 백종천 안보실장을 현지로 보내 탈레반의 협상에 응한 것은 어쩌면 근본적 실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협상에 응하는 것 자체가 탈레반에 굴복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협상을 위해 현지로 간 것 자체가 그야말로 전략적으로 결정되었어야 할 행동이었다.
  
  또한 모든 협상은 그 협상이 단 일회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만약 탈레반과의 이번 인질 협상이 이번 한 회만 발생할 것이므로 이번 사건만 최선을 다해 해결하면 그만이라면 무슨 수를 쓰서든지 인질석방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인질사건은 원만한 해결자체가 또 다른 인질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인센티브를 범행자에게 부여하므로 그 점에 있어 신중하여야 한다. 앞으로 한국인들이 아프간을 비롯한 중동의 분쟁지역을 여행하여야 할 일이 많고 특히 아직 현지에 국군이 주둔하고 있으므로 이번 한 회에 걸쳐서만 해결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모하다. 이번 사건의 해결이 동일한 사건을 반복해서 발생케 하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도록 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정부는 무척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이번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하다. 한국이 가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아프간 정부에서 양보를 얻어내고 또 미국이 동정적으로 조치할 것을 기대하고 백종천 실장이 현지로 떠났다면 이것은 무척 순진한 생각이다. 세계도처에서 테러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으로서 이번 사건을 특별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또한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 직접적으로 대치하고 있어 더구나 이번 사건을 특별하게 취급하여 특별배려를 할 수도 없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테러나 인질사건을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고 따라서 장기적 측면에서 최적해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원론적인 측면에서의 고려 없이 단순히 한국의 사정이 급하니 한국의 사건은 특별하게 취급해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매스미디어의 역할이다. 이들은 탈레반의 협상전략에 놀아나고 있다. 탈레반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여론을 춤추게 만들어 정부가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한국 언론이 인질 가족들의 반응까지 세밀하게 보도함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모든 언론기관, 외국언론까지 포함하여 한국인질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일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중단할 것을 요청하여야 한다. 그리고 특히 한국언론은 침묵하여야 한다. 그래야 협상을 일관된 원칙하에 추진할 수 있다. 모든 사항을 일일이 보도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호기심은 충족시킬 수 있을는지 몰라도 여론을 춤추게 만들어 협상을 일관되게 이끌어 가는데 방해가 된다. 특히 인명이 관계된 만큼 언론은 보도를 자제하여야 한다.
  
  정부도 이 사건은 단순히 정권적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여 어떤 원칙상 양보를 하더라도 인질만 석방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사건은 대한민국이 세계화를 추진하는 한 앞으로도 여러 형태로 발생할 수 있는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인질사건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는 원칙 하에서 해결하여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마치 미국이 비인도적이라거나 한국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국민이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미국은 세계 도처에서 테러에 직면해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번 사건에 미국이 특별한 관심을 갖도록 공조하는 것조차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밀리에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는 인질석방에 최선을 다 하되 철저한 비밀 속에서 진행하여야 한다. 일일이 국민이 정부가 하는 행동을 알아서는 일관된 협상원칙을 세우고 또 추진할 수 없다. 모든 언론 보도를 통제하여야 한다. 다만 관계자들에게만 브리핑을 하여야 한다. 이런 사건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급급한 언론보도는 언론매체 자체에서도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국민은, 특히 인질과 가족은 정부의 최선을 믿고 따라야 한다. 이러한 신뢰가 밑바탕을 이루지 못한다면 불필요한 희생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은 의연하게 대처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미 이런 사건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국가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와 고립되어 단독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선다면 국제테러단체는 앞으로 한국인만을 노릴 가능성도 높다. 어려운 사건일수록 신중하게, 그리고 원칙에 맞게, 전문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출처:프리존)
[ 2007-07-31, 17:3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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