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對北정책의 빛과 그림자
'악당(惡黨)'은 아니다. 그러나 '용사(勇士)'도 아니다. 문제의식은 있지만 행동은 잘 따르지 않는 '겁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金成昱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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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序
  
  李明博 정권의 對北정책은 납북자·탈북자 정책을 포함해 구체화된 것이 없다. 다만 「非核·開放·3000」이라는 추상적 선언과 대통령과 측근들의 발언들이 상당부분 나왔을 뿐이다.
  
  以上의 자료로 판단할 때, 새 정부 對北정책은 「얼렁뚱땅 해나가겠다(muddling through)」는 식의 애매하고 모호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癌덩어리를 수술(手術)하는 것이 아닌 봉합(縫合)해 버리는 듯한 인상도 짙다. 아래에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분석해 보기로 한다.
  
  2. 李明博 정권의 햇볕정책 이탈 가능성
  
  새 정부가 기존의 햇볕정책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 12월20일 李대통령은 첫 당선 기자회견 이후 『이념이 아니라 실용이다. 일방적 양보는 없다. 무조건 퍼주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새 정부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북한인권 문제에서도 기존 左派정권과 다른 입장이다.
  
  ▲ 12월20일 李대통령은 『북한인권도 거론하겠다. 북한에게 쓴 소리도 하겠다』고 말했다.
  
  ▲ 1월10일 李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는 전략적 차원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월15일 통일부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안했다. 내용은 북에 경제협력 형태의 대가를 제공하는 대신 국군포로·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상봉, 송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 등 4~5가지 해법이었다.
  
  4~5가지 해법 중 첫째는 소위 「독일식 해법」이었다. 과거 서독 정부는 1963년부터 89년까지 약 34억4000만 마르크(약 1조7000억원)의 현금과 물자를 동독에 주고 3만4000여 명의 정치범을 데려온 바 있다. 서독은 초기에는 현금을 줬지만 점차 커피·원유·구리 등 현물 지원으로 대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밖에도 『日本이 정치적 압박과 쌀 지원 등을 통해 북에 납치된 일부 자국민을 데려온 사례와 美國이 현금을 주고 미군 전사자 유해를 돌려받은 사례 등을 보고했다』고 했다.
  
  ▲ 1월17일 李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관심은 첫째가 핵이고 또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선당장 이산가족 1세대의 연세가 많아졌다. 나이 많은 분들은 자유롭게 북한 왕복하면서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본다. 그 다음에 서로 국군포로 문제, 어민 납북 문제 등도 서로 협의해서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제 깊은 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李대통령은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는 것은 도전적 발언은 아니다. 이 말은 보다 솔직한 대화(對話)를 하겠다. 남북 간에 보다 솔직한, 열린 마음으로 대화(對話)하는 게 필요하고 우리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납북자·국군포로,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 톤이 후보시절은 물론 당선 직후 기자회견 때보다 약(弱)해졌고, △이들 의제가 북핵문제 다음 후순위로 밀려났으며, △문제해결의 방법론으로 『대화』와 『협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강조했다.
  
  ▲ 1월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활동 강화」를 6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인권위가 북한인권 전반을 公式 중점과제로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이날 발표한 「2008년 주요 업무 계획」을 통해 『탈북자 관련 인권 정책뿐 아니라 국군포로 및 납북자 등의 인권 문제로 외연을 확대하겠다』며 『보편적 국제인권 규범에 근거하여 북한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인권자료실에 북한 인권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이행해야 할 세부 내용으로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송환 방안 모색 △북한 인권 상황의 모니터링과 국제 협력 강화 △북한 인권에 관한 자료의 체계적 수집 및 관리 △在外탈북자의 인권 보호 강화 △새터민의 인권 상황 조사와 개선 방안 마련 △이산가족에 관한 인권 개선 방안의 모색 등을 꼽았다.
  
  ▲ 1월28일 대통령직인수위는 통일부 및 관련 민간단체들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 사례를 수집해 기록하는 일은 對北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작업이자 향후 인권침해 발생을 줄이는 압박수단으로 제시돼왔다.
  
  ▲ 2월1일 李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이 힘들다. 對北정책의 중점이 주민의 삶과 인권의 개선에 맞춰져야 한다는 국내외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한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금 북한 경제는 어렵고 인간의 기본권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북한을 인도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주민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구분하기가 힘들다. 차기 정부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전략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거론할 것이다. 그래야 북한을 정략적,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 북한 인권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북한 주민에게 급한 것은 빵이다. 그러나 먹는 문제를 도와주면서 인권 문제를 등한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 발언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거론하겠다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 2월5일 대통령직인수위는 새 정부의 192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국군포로·납북자 및 이산가족 문제 등과 관련된 「남북간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핵심 과제에 포함한 바 있다.
  
  ▲ 2월22일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組織)을 통일부 안에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담조직은 통일부 본부에 신설될 인도지원국(가칭)의 한 팀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문제의 발생 배경 및 실상을 정리해 국민에게 알리는 백서(白書) 발간 등이 이 전담조직의 업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는 현재 통일부 사회문화교류본부 내 사회문화총괄팀과 인도협력기획팀의 일부 당국자들이 형식적으로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같은 업무를 처리하지는 않았었다.
  
  ▲ 3월3일 정부 대표인 박인국 외교부 다자외교실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7차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과 북한 인권특별보좌관의 존치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방침 표명은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한다」는 李明博 대통령의 취임 전 공약이 적극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용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3월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다른 사안과 별도로 추구해야 할 인류 보편적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趙대변인은 올해 말로 예상되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정부는 여러 국가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구상과 노력에 동참하면서 관련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며 「찬성」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과거 左派정권은 북한 핵 실험 직후인 2006년 한 차례를 빼고는 5차례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불참 또는 기권했었다. 따라서 새 정부의 이 같은 발언은 매우 전향적 입장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 최근 국가정보원의 기능회복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左派정권 아래서 자유롭게 활동해 온 親北반국가행위자들에 대한 검거도 힘을 받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한 구체적 접근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2. 李明博 정권 對北정책의 한계 ; 햇볕정책 승계 가능성
  
  (1) 盧정권의 對北기조 계승 입장

  
  새 정부의 전향적인 對北발언에도 불구하고, 한계점 역시 분명해 보인다. 핵심은 지난 10년간 계속돼 온 「햇볕정책」을 부정(否定)하는 것보다 계승(繼承)하는 게 아니냐는 것. 「실용」이라는 이름 아래 좌파와의 투쟁(鬪爭)이 아닌 타협(妥協)을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 1월17일 대통령직인수위는 「쉽게 이해하는 새로운 정부조직」자료에서 『李明博 정부는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盧武鉉 정부의 對北정책에 대한 기본 틀과 방향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 1월17일 李대통령은 『남북관계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 간 화해(和解)와 평화(平和)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對北포용은 지속하되, 일정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말이다.
  
  ▲ 2월1일 李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협력 사업은 취임 후에도 계속 유지하겠다』며 『남북이 합의한 사업이라도 북핵 문제의 진전을 감안하고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해 경제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측근들 사이에선 盧정권의 對北기조 불변(不變)을 강조하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柳明桓 신임 외통부장관은 2월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李明博 정부의 소위 對北관계 냉각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서자, 『남북화해를 추구하고 긴장완화를 추구하는 것은 절대명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화해협력정책, 북한에 대한 화해협력정책의 기조는 변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李明博 정부는 이런 기조는 계속 지켜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李明博 정부에서도 화해협력 정책은 계속돼야 한다』·『비핵개방3000은 對北포용정책을 다 아우르는 정책』이라고 했다.
  
  以上의 발언들은 새 정부가 金大中 정권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盧武鉉 정권의 포용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요지이다. 李明博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보수층 지지철회를 의식한 탓인지 『햇볕정책 재검토』를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그러나 정작 정권이 바뀌자, 「근본적 노선 수정은 하지 않겠다」 또는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발힌 것이다.
  
  새 정부가 북한 문제를 보는 기준은 경제(經濟)에 있는 것 같다. 예컨대 盧武鉉·金正日 간에 맺어진 2007년 10·4선언도 헌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전면 부인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돈이 많이 들면 안 하고, 적게 들면 하겠다」는 것으로서 물질을 넘어선 원칙(原則)과 기준(基準)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2) 안보사령탑을 장악한 盧정권 고위직들
  
  새 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인사(人事)에 있다. 새 정부 안보(安保) 사령탑이 좌파정권 고위직 출신들에 의해 독점됐기 때문이다.
  
  李대통령은 盧정권에서 합참의장과 駐日대사를 지낸 이상희(李相熹)씨와 유명환(柳明桓)씨를 각각 국방부장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신임 통일부장관으로는 3월2일 정통보수 남주홍(南柱洪)씨 후임으로 김하중(金夏中) 駐中대사를 내정했다. 작년까지 盧정권하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던 김성호(金成浩)씨는 국정원장에 임명했다.
  
  李相熹 장관은 盧정권 아래서 합참의장(2005.4~2006.11)을 지냈으며, 이 기간 韓美연합사 해체가 결정되고, 북한선박의 제주해협 통과가 허용됐다. 柳明桓 장관은 盧정권 아래서 외통부 차관(2005.7~2006.11)과 駐日대사(2007.3~2008.2)를 지낸 인물이다. 金夏中 장관 내정자는 金大中 정권에서 대통령 의전비서관(1998.4~2000.8),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2000.8~2001.10)을 거쳐 駐中대사(2001.10~2008.2)로 일해 왔다.
  
  소위 햇볕정책과 포용정책 실무자 역할을 해 온 이들이 신정부 외교·통일·국방장관으로 임명 또는 내정되면서 향후 「햇볕기조」가 지속될 것은 물론 탈북자·납북자 문제 등에 있어서도 左派정권과 큰 차이가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관측은 金夏中 내정자의 駐中대사 시절 행적에서 비롯한다.
  
  실제 金夏中 내정자가 대사시절 駐中한국 대사관과 영사관 등은 『조용한 외교』라는 미명 아래 중국에서 유랑하는 탈북자들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버림받은 사람 중엔 국군포로와 납북자까지 끼어있었다. 당시 탈북자 등 주요 대처사례를 보면 아래와 같다.
  
  △ 2004년 6월 투먼 수용소 수감 탈북자 7명 강제북송
  △ 2004년 8월 텐진 일본인 거주지역 진입 탈북자 5명 중 4명 강제북송
  △ 2004년 11월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 진입 탈북자 8명 전원 강제북송
  △ 2004년 11월 베이징 민가 2곳서 체포된 탈북자 62명 강제북송
  △ 2004년 12월 국군포로 출신 한만택씨 옌지서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 2005년 9월 옌타이 한국국제학교 진입한 탈북자 7명 전원 강제북송
  △ 2006년 10월 국군포로 가족 9명 탈북 후 강제북송
  △ 2007년 1월 납북어부 최욱일씨 선양영사관 담당자에게 전화 걸어 도움요청했으나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냉대
  
  (3) 당근만 있는 對北정책
  
  새 정부가 비핵·개방·3000에서 지적했듯 북한의 非核化와 開放化 입장을 천명했고,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서 전향적 발언을 해왔다. 그러나 이를 위한 압박(壓迫)수단이 결여돼 있어, 결과적으로는 과거 정권과 본질적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실제 비핵·개방·3000과 李대통령 및 측근들의 지금까지 발언을 종합하면, 북한의 非核化·開放化 및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對話』『說得』『支援』 만 말하고 있다. 대화·설득·지원으로 지난 10년간 아무런 성과가 없었으니 뭔가 다른 수단을 말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 원론만 있고 각론이 없는 셈이다.
  
  ▲ 예컨대 李대통령은 1월17일 非核化를 위한 압박책(壓迫策)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에 핵을 포기하는 것이 북한 정권에도 또 북한 주민들에게도 유익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설득(說得)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대한민국 5천만 국민, 북의 2천만 주민들이 모두 핵의 위협 속에서 가난하게 사는 것보다는 핵을 포기하고 보다 나은 삶과 인간다운 삶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양국의 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래서 북한을 설득(說得)하며 적절한 협력(協力)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했다.
  
  ▲ 李대통령은 같은 날 인터뷰에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서도 『對話』와 『協議』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강조했다.
  
  ▲ 李대통령은 2월1일 인터뷰에서도 非核化의 수단을 묻는 질문에 『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설득(說得)해야 한다』,『북한이 사회주의적 정당을 통해 신뢰를 맺어온 (독일 등) EU 국가들이 북한을 설득(說得)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설득이라는 단어를 연발했다.
  
  ▲ 북한의 태만한 核신고에 대한 新정부의 태도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해 말 북한은 6자회담 2·13합의에 따라 이행해야 할 核신고, 불능화의 데드라인을 넘겼다. 그러나 李대통령은 1월1일 KBS·SBS TV 신년대담에서 『조금 늦어지더라도 성실한 신고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면서 『신고 기한을 지키는 것보다 확실히 신고해줌으로써 신뢰가 생기고 진정한 폐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金正日이 변하기를 마냥 기다리자는 전형적인 宥和論인 셈이다.
  
  ▲ 한편 올 초 대통령직인수위에서 韓·美·日 3각 협력체제의 복원을 강조하고, 그 연장선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정식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자극을 우려한 탓인지, 인수委 대변인은 『당장 검토한다는 게 아니라 장기과제』라고 해명했다.
  
  (4) 金正日 정권 체제보장론
  
  새 정부 對北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거듭되는 『북한체제 보장론』이다.
  
  ▲ 1월10일 李대통령은 힐 美동아태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측이 북한 군부 사람들과도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최근 버시바우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려면 북한이 체제에 대한 불안을 갖지 말아야 하는데 결국 그 열쇠는 미국이 갖고 있다』말했다.
  
  ▲ 1월14일 조선일보는 『李당선자(李대통령)가 북한의 체제보장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 대해, 북한 군부와 대화를 통해 체제 붕괴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켜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 新정부 對北정책 책사로 알려진 남성욱(南成旭) 고려대 교수는 이미 여러 차례 북한체제 보장을 해줘야 非核化·開放化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2008년 1월1일 KBS토론회에서도 『절대 새 정부는 북한을 붕괴시키는 「레짐체인지」를 할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능력도 없고, 필요도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국정원에서 對北문제를 총괄하는 3차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2월1일 李대통령은 「북한이 非核化에 나서면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이렇게 재확인했다.
  『우리는 핵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체제(體制)를 유지(維持)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설득(說得)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 신뢰(信賴)할 수 있는 보장(保障)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6자회담 참가국들이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북한이 100% 믿지 않기 때문에 진전이 잘 안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북한이 사회주의적 정당을 통해 신뢰를 맺어온 (독일 등) EU 국가들이 북한을 설득(說得)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체제 보장론(體制保障論)」의 치명적 결함은 북한을 非核化·開放化시킬 수 없다는 데 있다. 自由·人權·法治가 보장되는 보편적 체제는 金正日 정권이 붕괴돼야 가능하다. 이것은 현실이며, 상식이다. 결국 「북한체제 보장론」은 「수령독재」를 강화시켜, 북한주민의 고통(苦痛)과 남한국민의 공포(恐怖)를 연장시키는 햇볕정책의 또 다른 가면이다. 대통령과 측근들은 「북한체제 보장론」을 통해 자신들의 對北노선이 좌파정권과 본질적 차이가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3. 小結 ; 이념을 버린 실용주의의 미래
  
  (1)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는 거듭된 발언

  
  새 정부의 애매한 對北觀은 金正日 정권과 親北·左派에 대한 문제의식 결핍과 직결된다. 李대통령과 측근들은 『실용』이라는 이름 아래 『이념을 넘어서자』는 발언(發言)을 계속하고 있다.
  
  李대통령은 연설 때 마다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 『이념논쟁은 낡은 것이다』 『이념을 뛰어넘어 실용으로 가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우익(柳佑益)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세월이 아니었다』며 앞으로는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民族은 같은데 理念이 달라 분단됐고, 6.25라는 理念전쟁을 치렀으며, 死活을 건 理念대결이 北核위기라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북한은 김일성주의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이 지배한다. 결국 한반도에서 이념은 체제의 생존과 직결된다.
  
  따라서 『이념의 시대가 갔다』는 李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이념대립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낭만적(浪漫的)·관념적(觀念的) 발상이다. 『낡은 이념논쟁』이라는 발언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김일성주의를 모두 비난하는 양비론(兩非論)이다. 남북문제의 양비론은 반역자·위선자·비겁자들의 논법이다. 잘못한 세력이 있는데 판단을 안 하고 양쪽 다 나쁘다고 욕하는 것이다.
  
  『낡은 김일성주의 이념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양비론을 동원하는 이유는 결국 북한의 金正日과 남한의 좌익들 눈치를 보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새 정부는 金正日과의 정면대결을 피하면서, 경제협력과 남북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아니라 남북한 공동번영이라는 불가능한 좌표를 설정한 셈이다.
  
  군통수권자이기도 한 대통령이 이념의 중요성을 망각하면 安保는 물론이고 法治와 經濟도 무너진다. 朴正熙, 레이건, 대처는 경제전문가는 아니었지만 투철한 이념형 지도자였기에 경제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2) 시작된 북한정권의 李明博 테스트
  
  향후 친북좌익의 발목잡기,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관료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북한정권은 벌써부터 李明博 정권의 對北정책을 테스트하며 공갈정치를 시작한 상태다.
  
  ▲ 북한 對南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6일 대변인 담화를 내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이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데 대해 『남북관계를 대결로 몰아가는 반민족적 망발』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조평통 담화는 북한이 직간접으로 새 정부를 겨냥해 내놓은 각종 반응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다.
  
  담화는 李明博 정권을 처음으로 『보수집권세력』과 『독재정권의 후예』라고 규정하고 『현실은 남조선 보수집권세력이 「우리 민족끼리」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6·15공동선언과 북남관계를 호상(상호) 존중과 신뢰의 관계로 전환할 데 대한 10·4선언의 정신을 거역해 나서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 북한 언론매체들은 3월8일 한미합동 키 리졸브 군사연습과 연합야외기동 훈련인 독수리 훈련이 종료된 데 맞춰 논평 등을 통해 이들 훈련이 『북침』용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이 전쟁의 길로 질주할수록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전쟁 억제력을 더욱 튼튼히 다져나갈 것이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믿음직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온라인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의 보수집권세력은 그 어느 해보다도 위험한 공격적 성격을 띤 미국과의 북침합동 군사연습에 적극 가담하는 것으로써 그 호전정권으로써의 정체를 만천하에 드러내놓았다』고 주장하고 더 이상 이들 훈련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 金正日 정권에 대한 압박(壓迫) 대신 『대화』와 『협력』을 선택한 李明博 정권은 자신도 모르게 金正日 정권과 친북좌파세력의 압박(壓迫)에 빠져들고 있다. 새 정부는 알음알음 「類似햇볕정책」을 계승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질지 모른다. 그 경우 정권교체에 큰 공을 세운 보수파와 李明博 정권의 밀월(蜜月)관계는 긴장⋅갈등관계로 비화될 수 있다. 자칫하면 친북좌익과 보수우익으로부터 협공(挾攻)을 받아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된 李明博은 「保守」를 고수한 레이건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保守」를 배신, 친북좌익의 집권을 가능케 한 金泳三의 길로 갈 것인가? 李明博 정권의 실용주의(實用主義) 노선의 실체(實體)가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지는 가운데 선택과 결단의 분기점도 다가오고 있다.
  
  李明博 정권은 對北문제에서 金大中·盧武鉉 정권처럼 「악당(惡黨)」은 아니다. 그렇다고 많은 이들이 바라듯 「용사(勇士)」가 아니다. 문제의식은 있지만 행동은 잘 따르지 않는 「검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자유민주세력의 사명도 여기서 도출된다. 「악당」은 말로 타이를 수 없고 싸워야 하는 대상이지만, 「검쟁이」는 달래고 용기를 줘 「악당」과 싸우게 해야 하는 대상이다. 자유민주세력은 李明博 정권이 金正日 정권과 싸워 우리의 아들, 딸들을 구출해낼 수 있도록 때론 달래고 때론 용기를 주고, 때론 압박하고 때론 비판해 나가야 할 것이다.
  
[ 2008-03-10, 01:1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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