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명박의 촛불 이후
촛불시위에 깔보인 공권력 남은 임기 令(영) 설까 걱정. 지지자들 환멸·실망 씻어야 '선진화 개혁' 동력 생겨.

류근일(조선닷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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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특별기자회견과 인사 경질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쇠고기 추가 협상으로 '30개월 미만'에 대한 미국의 협조도 얻어냈다. 그래서 그런지 '촛불'에 뛰어들었던 '초심(初心)'들이 갈수록 빠져나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정권퇴진 요구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저명한 '진보' 인사까지 피력했다. '광고주 협박'에 대한 기업인들의 반발도 일어났다. '노노데모' 등 우파 청년 네티즌들도 결집하기 시작했다. MBC, KBS에 대한 항의도 대규모로 행동화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사태는 '최악'은 넘겼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상식인들의 공통분모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측면과는 달리 이번의 사태 전개과정에는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운 치명적인 상처가 파인 것도 사실이다. 우선, 한 번 깔보인 공권력이 앞으로 5년 동안 '권위'와 '힘' 두 측면에서 과연 한 나라의 공권력으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모도 한 번 체통을 깎이면 아들과 며느리 앞에서 큰소리 못 치는 법이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경찰 등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꼭 그 짝이 되었다.
  
  초등학생이 경찰관을 향해 '야, 이 거지 ××야, 우리 놀자' 하고 야유했다. 그리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이가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에 '야, 우리 애기 깨겠다, 호루라기 불지 마!' 하고 호통을 쳤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찍소리도 하지 말라'는 식으로 나갔다. '웃분'들의 그런 '법보다는 정치'라는 속내를 간파한 전경들로서는 더 이상 무슨 '기댈 빽'이 있다고 바보처럼 '폴리스 라인 수호'를 위해 일신의 위험을 마다하지 않을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졸속(拙速)'에 대해 사과한 것은 잘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이렇게 사과하니 여러분도 법질서를 존중해 주기 바란다'는 대통령으로서의 한 마디 똑바른 메시지는 던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래 가지고야 어떻게 공권력은 고사하고 통치권의 영(令)인들 제대로 설 수 있을 것인가. MBC, KBS의 선동 방송에 대해서도 그는 한 번도 단호한 유감의 눈찌를 보낸 적이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권위를 잃자 그가 장담하던 다른 개혁 현안들까지 덩달아 시들시들해지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 반대자들의 '내 배 째라'식(式) 막무가내, 국가통제 획일주의에 꼼짝달싹 못한 채 갇혀 있는 우리의 교육현실, 광우병 괴담과 방만경영의 원산지였던 전파매체의 역기능, 이 모든 구시대의 잔재들에 대해 '촛불' 광풍으로 넋 잃은 이명박 정부가 과연 더 이상 어떤 여력과 원기가 남아 있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심히 회의적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선택해야 한다. 청와대, 내각, 국회 의석을 차지한 것으로 자족하고 그것이나마 건지기 위해 사회 문화 교육 방송·통신…의 '진보' 헤게모니는 아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말 것인지, 아니면 '선진화 개혁만은 명운을 걸고 돌파할 작정'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전자(前者)는 일종의 '좌, 우 반반(半半) 집권'으로 떼어주는 길이고, 후자는 국민적 정당성을 끌어내 당당히 싸워 나가는 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자의 길을 간다면 '지난 10년'을 사실상 계주(繼走)하는 셈이다. 그러나 후자의 길을 가겠다면 '지난 10년'을 거부했던 1500만 표의 마음을 다시 사야 한다. 범(汎)보수의 환멸감과 중도우파의 실망감도 씻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 다수의 지지를 업고 자유주의 개혁의 비장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로비 아닌 싸움은 수주(受注)에 해롭다'고 믿을 '기업인 이명박'이 과연 이런 '리스크'를 떠안으려 할까? 그래서 결국은 '진보' 세(勢)에 적당히 굽혀서 '그럭저럭 가는(muddling through)' 5년이 될 확률이 지금으로선 더 높다.
  
  
  
[ 2008-06-24, 05:4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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