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殘雪(잔설)
대형 除雪車(제설차) 석 대가 줄지어 눈을 치우는 모습을 보고 하루면 다 되겠구나 생각한 것이 誤算이었다. 제설은 결국 人力으로 마무리되는 일이었다.

金東鉉(조갑제닷컴 美특파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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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 끝날인 12월26일 50~70cm의 暴雪(폭설)이 내린 뉴욕시는 나흘이 지난 12월30일까지 殘雪(잔설)로 고통을 받고 있다.
  
  워낙 큰 눈이 내리다 보니 제설작업이 오래 걸리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거의 매일 대여섯 명의 시청 간부들을 帶同(대동)하고 언론에 나와 제설작업 상황을 보고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오늘은 블룸버그 시장이 맨해튼 위주로 제설작업을 해 브루클린, 퀸즈 등 외곽 지역은 제대로 못했다며 시장을 비난하는 보도가 많았다. 뉴욕1 텔레비전에서는 거의 매시간 뉴스에 시민들이 나와 시청의 제설작업 지연에 따른 불만을 보도했다. 市에서는 집 앞과 자기 가게 앞의 눈을 치우지 않은 사람들에겐 최대 1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협박(?)하면서도 집 앞에 눈이 많을 경우엔 사람이 다닐 통로 정도라도 치워달라고 애원도 했다.
  
  
  
  주민들이 뉴욕시와 시장에게 불평을 털어놓는 이유중엔 12월30일부터 지하철과 버스요금이 2달러 25센트에서 2달러 50센트로 오른 것도 한 이유다. 폭설로 지하철과 버스가 제대로 운행도 못하고 있는 시점에 꼭 올려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異邦人(이방인)의 눈으로 본 뉴욕의 제설작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눈이 쌓인 월요일(12월27일) 오전부터 맨해튼 곳곳은 제설차가 다니면서 大路(대로)의 눈을 치워나갔다. 그날 오전 파크 애비뉴를 걷다가 제설차들을 처음 보았다. 北에서 南으로 뻗은 이 도로의 가장자리 차선으로 세 대의 제설차가 동시에 지나면서 車道(차도)의 눈을 人道(인도) 쪽으로 몰아냈다. 대형 트럭, 그것도 세 대가 눈을 치워나가는 걸 보고 하루면 거리의 눈은 다 치우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殘雪(잔설)은 그대로였다. 나는 12월 초순 미국에 온 이후 거의 매일 맨해튼을 두세 시간 이상 걸어다닌다. 지하철 요금도 서울보다 비싸고 웬만한 거리는 걷는 게 건강에도 좋고 거리 구경에도 좋아서였다. 폭설 이후엔 거리를 걷는 게 정말 힘들고 짜증스러웠다.
  
  뉴욕 맨해튼의 도로는 바둑판처럼 가지런하다. 길다란 고구마 모양의 맨해튼엔 세로로 12개 정도의 애비뉴가 있고 한 애비뉴의 4분의 1 정도 간격으로 스트릿이 가로로 구획돼 있다. 주요 도로는 세로 길인 애비뉴이고 스트릿中엔 14가, 23가, 34가, 42가 정도가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다. 제설작업도 이런 큰 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車道 제설작업 후 차량은 소통시켰지만 걸어다니는 이들은 전보다 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맨해튼의 애비뉴와 스트릿이 교차되는 모든 사거리엔 신호등이 네 곳에 있다. 횡단보도도 넷이다. 사거리마다 한두 곳의 횡단보도엔 사람이 다닐 수가 없다. 제설작업을 하면서 눈을 人道쪽으로 몰아내다 보니 횡단보도 주변으로 치워놓은 눈이 1m 가까이 높게 쌓여 보행자가 넘어갈 수 없는 벽이 만들어진 탓이다. 빌딩숲이라 종일 해도 들지 않고 싸늘한 바람이 늘 부니 시간이 지나도 눈이 녹지 않는다. 人道쪽에 밀어놓은 눈을 차도로 밀어넣어 지나가는 차의 열기로 녹이는 게 눈을 치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30일 오후에 2 애비뉴 28가부터 2 애비뉴 12가를 거쳐 파크 애비뉴와 만나는 유니온 스퀘어를 구경나갔다. 맨해튼 남쪽의 핵심 교차로인 유니온 스퀘어 부근 횡단보도는 장화가 없는 사람은 통행이 불가능했다. 인도로 치웠던 눈을 녹이려고 다시 車道로 보냈고 그게 다시 진창이 되어 횡단보도 쪽으로 몰려와 횡단보도 일대가 폭 2~3m, 깊이 5~10cm 정도의 물웅덩이로 바뀐 것이다. 사람들은 오던 길을 돌아 한 블록 뒤에서 길을 건너 목적지로 再접근해야 했다. 30m쯤이면 건너갈 길을 200m 이상 돌아서 가야 했다. 이렇게 막힌 도로 곳곳을 돌다가 보니 걷는 길이 30% 정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런 불편을 겪으면서도 짜증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30일 오후에 제설차가 내 집 부근 횡단보도의 눈을 정리하러 왔다. 제설차는 도로변에 주차해 두고 두 남자가 나와 큰 삽으로 교차로를 막고 있는 1m 가량의 눈을 치워 폭 1m 정도의 통로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두 곳의 횡단보도 통로를 여는 작업인데 30여 분이 걸렸다. 기계로 할 수 없는 수작업이었다. 그 장면을 보니 맨해튼 도로 제설의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맨해튼의 애비뉴를 열 개로 보고 스트릿이 150개라 치면 1500개의 교차로를 소통시키기 위해 이런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비가 오지 않으면 봄날까지 제설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설은 기계가 아닌 수작업이라야 한다는 걸 알았다.
  
  
  
  10여년 전 중국 동북 3省의 대도시인 요녕성 심양에서 폭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거리에 한 무더기의 남녀노소 주민들이 붉은 旗(기)를 앞세우고 도열해 삽과 비를 들고 눈을 쓸어내는 광경을 보았다. 구호를 외치고 노래도 부르며 인력만으로 눈을 치우는 게 미련하고 무섭게도(?) 보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기계 제설보다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제설은 기계가 아닌 人力으로 마무리될 일이었다.
  
  어제부터 도로에선 여자들이 장화를 신고 다니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건널목 사정을 알게 된 사람들이 아예 水中戰을 예상하고 나온 것이다. 가죽구두를 신고 밖에 나갔다 오면 신발 둘레에 흰 얼룩이 생긴다. 하도 도로에 소금을 많이 뿌려놓아 소금물이 말라붙은 흔적이다.
  
  제설도 貧益貧(빈익빈) 富益富(부익부)다. 부자동네는 눈의 흔적도 없이 깨끗하고 가난한 동네는 그 반대다. 파크 애비뉴 40~45街 사이의 고급 아파트 주변 人道엔 눈이 사라졌다. 관리자들이 사람을 사서라도 눈을 다 치웠기 때문이다. 반면 1~2 애비뉴의 차량 통행이 한적한 스트릿엔 눈이 그대로 쌓인 것은 물론 동네 쓰레기까지 쏟아져 나와 인도와 차도를 덮었다. 인근 가게 종업원들이 가끔씩 나와 집앞 눈을 치우는데 내 일처럼 열의가 없어보인다. 텔레비전 뉴스에는 시청에서 눈을 못 치운 구역을 私費(사비)를 들여 길을 뚫은 사람들이 나와 그 경비를 免稅(면세) 처리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2010-12-31, 19:4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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