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통신] 천안함 爆沈 1년 맞은 한국, 安保상황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일본 정부, 지진 이후 '국가비상사태' 선언하지 않아 초기판단에 실패…한국도 安保문제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洪熒(前 駐日공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대지진이 발생한지 이제 2주가 지났습니다. 어제(3.24)는 4월에 시행될 전국지방선거가 고시됐습니다. 재해지역엔 4월 중 예정되었던 70개 선거 중 58선거가 연기되었습니다. 사실은 재해지역 외에서도 통상적인 선거운동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재해지역에 동원되거나 지원 나간 사람들도 투표가 매우 번거롭게 됩니다. 이런 비상사태시에 선거를 꼭 4월에 예정대로 치러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미 사망과 실종자가 2만7천명을 넘었습니다. 해안가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의 80%가 희생됐습니다.
  
  주민정보를 유일하게 보관하는 자치체의 서류가 유실된 곳도 있어, 아마 희생자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건 영영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재해지역에 한파가 온 것이 희생자들의 시신 부패를 막아주고 있다는 보도가 이번 재해의 참혹상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제 자신도 일본에서 사는 동안 이러한 재해를 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항만과 고속도로, 철도 등이 많이 복구되어 피해지역으로 가는 물자수송이 점점 원활해지고 있습니다만, 전기와 가스, 수도 등은 복구되려면 아직 멀었고, 지금도 재해지역에 연고가 있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살피러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이번 대지진 피해를 16조엔 내지 25조엔(약340조원)으로 발표(3.24)했습니다. 물론 여기엔 후꾸시마원자력발전소 문제는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웬지 일본당국이 피해 규모와 후유증을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느껴집니다. '카오스理論'을 들지 않더라도, 당장 (파악) 보고 받은 피해 액수를 종합한 것이 피해 규모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명피해만 해도 그동안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희생자수와 비교하는 것은 피해규모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걸로 생각됩니다. 사상 최대 희생자를 낸 관동대지진(1923년 9월1일)은 사망, 실종자가 14만여 명이었지만, 인구통계를 보면 그래도 다음 해인 1924년엔 인구가 75만명 정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은 일본은 2005년부터 인구증가가 멈추고 2008년부터 본격적 인구감소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2009년엔 전년보다 18만명 이상 인구가 줄어듭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최소 2만7천명 이상 희생자를 낸 이번 대지진이 인명 피해면에서는 關東대지진보다 피해와 충격이 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난 2주 동안 '천년에 한 번'의 대재앙을 직접 겪고 보면서, 제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습니다. "칸 나오또 민주당 정부"가 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지 않았는가 입니다. 이번 대재해가 우선 千年에 한 번 정도 찾아 온 재앙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천 년에 한 번 정도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광범위한 재해지역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전국적인 통신혼란, 수도권의 교통과 물류 마비, 심각한 에너지 부족,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주민대피 명령 등, 결국 자위대 병력의 절반 가까이를 동원하고 예비자위관(예비군)까지 사상 처음으로 소집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비상사태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동맹국(美國)은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중요한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원자력 항공모함까지 재해지역에 긴급전개 했는데, 동맹국 군대의 지원까지 받는 일본정부가 '국가 비상사태선언'을 혹시 전쟁상태 선언이라도 하는 걸로 오해(착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물론, 대재앙과의 싸움도 당연히 일종의 전쟁입니다. 더우기, 칸 나오또 총리 스스로가 제1야당 당수에게 사태수습을 위해 入閣을 요청했었으니, 이번 사태가 보통이 아님은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위기관리'를 생각해 보는 입장에서 스스로 답을 구해 보았습니다. 칸 나오또 내각은 어쩌면 대지진 직후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한다는 '초기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적절치 않은 '초기판단'(최초판단)을 수정할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 봅니다.
  
  인간은 흔히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는 것을 자신의 과오와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나아가 겁내기 쉽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초기판단')을 깨닫고도 수정하지 않는 행동이야말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모르는) 잘못이며 무능일 수 있습니다. 배나 항공기가 정상 항로를 이탈했을 때는 즉시 정상항로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은 安全운항의 상식입니다. 의사가 자신의 誤診을 깨닫고 나서도 환자에 대한 치료와 처방을 바꾸지 않으면 환자가 죽을 수 있습니다. 誤診을 깨닫고 나서도 '오진'이 아니라고 우기는 의사는 사람을 죽이는 의사입니다.
  
  제 추측(가정)이 맞는 것인지는 시간을 가지고 관찰해 볼 겁니다. 혹시 제 가정이 비슷하게 맞았다고 하더라도, 물론 이런 경우는 '칸 나오또 민주당 정권'에 한정되는 일이 아닙니다. 제겐 한국의 상황이 더 신경 쓰입니다. 내일(3.26)은 천안함이 북괴군에 폭침당한지 1주년입니다. 천안함 침몰 당시 청와대, 우리사회, 정치권, 그리고 특히 언론 보도기관들의 '초기판단'은 제대로 됐었는지, 그리고 혹시 '초기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나서는 즉시 수정했었는지 반성해 볼 일입니다. 어디 천안함 사태 뿐입니까? 北核사태며, 금강산이며, 개성공단 등 남북관계 전반, 혹은 "수도 이전문제" 등 크고 작은 정책판단과 무엇보다 안보문제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경우는 '초기판단'이 문제가 아닙니다. 만물 중에 인간에게만 과학적인 예지, 예견 능력이 부여되었다고 하는 데, 한국사회는 이 예견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한반도 상황이 우리가 "천 년에 한 번의 각오"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현상변화에 대비할 것인지, 아니면 기왕에 어차피 닥쳐올 현상변화를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주도해 나갈 것인지, 지금처럼 동맹국과 국제사회의 선의를 마냥 기대할 것인지 선택과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1.03.25 東京에서)
  
  
[ 2011-03-26, 21:3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