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사건 피해지역 르포: 흉흉한 부산民心,
“2~3년 전 검찰 수사로 不法전모 알았으면서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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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피눈물

“2~3년 전 검찰 수사로 不法전모 알았으면서도 방치"

 

 

부산저축은행 금융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언론이 별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탓인듯, 이들의 불만은 금융감독당국과 검찰, 언론, 여당을 향한 거대한 불신의 늪으로 변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노력도 거의 없고, 피해 상황에 대한 사실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본점 점거했다고 ‘1일 100만 원 벌금’ 가처분 결정 통보

 

20일 오전 11시 부산 연제구 부산지검 앞 한 빌딩. 60~80대로 보이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이면서부터 서로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날 중요한 화젯거리는 ‘가처분 신청 통지서’에 관한 것.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20일 부산지검 앞 세종빌딩에서 시위를 벌였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20일 부산지검 앞 세종빌딩에서 시위를 벌였다.

 

 

조금 늦게 도착한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은 ‘J법무법인’과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 검찰에 항의하는 집회를 서둘렀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집회를 시작하니 조금 있다 이야기 하자”고 했다. 100여 명 가량 모이자 피해자들은 김 위원장의 선창에 따라 ‘J법무법인은 자폭하라’ ‘나라 썩게 만드는 전관예우 반성하라’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그렇지 않아도 ‘피 같은 돈’을 잃게 된 비대위 회원들을 더욱 화나게 한 건 지난 17일부터 집으로 날아오기 시작한 ‘가처분 통지서’ 때문이었다고 한다. 비대위 회원들은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단순 부실이 아닌 사기대출과 각종 법률을 위반한 ‘범죄’ 때문임이 밝혀지고, 예보가 피해자 구제대책은 내놓지 않고 서둘러 부산저축은행을 통째로 매각하려 하자, 지난 5월 초순부터 부산저축은행 본점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예보는 점거 사태 직후 자신들의 전속 법무법인인 부산 ‘J법무법인’을 통해 비대위 위원장과 임원 등 5명의 퇴거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부산지법에 냈다.

 

이 사건을 맡은 부산지법 민사 14부는 예보와 비대위 간의 조정 일자를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1차 공판일인 지난 6월 9일로 잡았다. 비대위 측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조정에 참석하기 어렵다’며 법원에 기일 연장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이 참석하지 않은 조정에서 법원은 ‘점거를 풀지 않을 경우 결정이 내려진 때로부터 하루 1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예보는 더 많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2차 가처분 명령 신청서를 다시 부산지법에 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가처분 통지서’를 받은 73명 중 부산저축은행 본점 점거는커녕 비대위에도 참석하지 않은 피해자 수십 명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이 그대로 찍힌 서류가 모두에게 전달된 것이다. 점거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 1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통지서를 받은 피해자들은 ‘왜 우리가 법원에서 통지를 받게 된 거냐’며 비대위 측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회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포함된 법원의 '부산저축은행 본점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서'. 노이즈 처리된 곳에는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회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포함된 법원의 '부산저축은행 본점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서'. 노이즈 처리된 곳에는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비대위 측은 비대위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점과 ‘가처분 명령’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뒤, 예보와 J법무법인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예보와 법무법인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새로 날라온 가처분 신청서 조정일 또한 1차 가처분 신청 때처럼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2차 공판일과 같은 날(6월 23일)로 정해졌다. 비대위 측은 담당 판사실에 전화를 걸어 '왜 저축은행 공판일과 계속 겹치는지 이상하다'고 문의했지만, 판사실 직원은 “그건 판사님께서 결정하실 일”이라며 짜증을 내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예보의 일을 맡은 ‘J법무법인’의 J변호사와 L변호사가 부산지법 부장판사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전관예우 아니냐’며 분노했다. 김옥주 위원장은 “L변호사의 경우 예보에서 자료를 받아 가처분 명령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본점 점거를 하기 전부터 수차례 본점을 찾아왔었고 본 적이 있다”며 L변호사가 73명에 대한 가처분 명령 신청서를 작성한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2009년 검찰에 발각됐는데도 대전저축은행 넘겼다”

 

집회가 시작된 지 2시간가량 흐른 뒤, 다른 회원에게 마이크를 넘긴 김옥주 위원장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김 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건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의 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12월 울산지검에서, 2009년에는 부산고검에서, 김 양, 안화순, 성종기 등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4명을 구속 수사한 적이 있다”며 “이때 성종기 이사가 SPC에 불법대출을 해주고 직접 사업을 벌이는 등의 불법행위를 모두 자백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2008년에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3년 째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산분리법과 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이런 비리를 저지르면 저축은행 인가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당시 지금과 똑같은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서 부산저축은행 인가를 취소하지 않고 대전저축은행 인수를 그대로 밀어붙인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비대위 회원들은 부산저축은행이 2009년 들어 예금자들을 대상으로 수백억 원의 후순위 채권을 팔기 시작했다며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이때부터 돈을 빼돌릴 준비를 한 게 틀림없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의 사기를 눈감아줘서 후순위 채권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예보도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된 뒤 예보가 '부산저축은행 자금을 모두 관리한다. 예보 허락 없이는 자금을 인출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뒤에도 박연호, 김 양 등 임원들의 차명계좌로 수천만 원의 급여를 준 게 말이 되느냐. 그러자 예보 관계자는 이번엔는 ‘5월 들어서야 부산저축은행을 완전 장악했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는 달리 비대위의 집회를 취재하러 온 언론사는 2~3곳에 불과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는 달리 비대위의 집회를 취재하러 온 언론사는 2~3곳에 불과했다.

 

 

그는 “여기다 2010년 말께부터 부산저축은행 경영진들이 주요 계좌에서 돈을 인출만 하고 입금은 하지 않는 등 2,500억 원을 인출해 어디론가 빼돌린 정황도 찾아냈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금융 당국과 예보, 검찰은 뭐 하느냐”며 “모두 한 통속으로 보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속아서 산 후순위채권 등 피해자 2만5000여 명, 2,540억 원 배상 어려워

 

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비대위 회원들은 구호를 외치며 J법무법인과 법원을 비판했다. 마이크를 잡은 한 회원은 “내가 6.25때 피난 온 뒤부터 시장에서 고사리 팔아서 마련한 돈, 자식들에게 맛있는 거 좋은 거도 제대로 못 사주고 평생 모은 돈인데, 그걸 다 빼돌린 놈들을 왜 살려두느냐”며 분노했다.

 

일부 회원은 “서울과 부산이 뭐가 다르다고, 서울의 저축은행은 돈 다 대주고, 부산은 그냥 내버려뒀냐. 부산은 무시하냐”며 “금융위고 금감원이고 법원이고 언론이고 모두 썩었다. 대한민국이라고 부르지 마라. 정부는 그냥 자폭하라”고 외쳤다.

 

김 위원장은 “최근 프라임 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에서 예금인출사태가 일어나 유동성 위기가 생기자 정부에서 수백억 원을 긴급 지원을 한 것 때문에 더 분노하는 것”이라며 “부산저축은행이 영업 정지 됐을 때 부산2저축은행은 정상영업 중이었다. 그때 정부는 왜 지원을 해주지 않았는지 하는 것도 우리가 가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한 방송사가 비대위 임원들이 J법무법인을 방문한 것을 ‘점거농성 중’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한 성토도 있었다. 비대위 회원들은 “부정을 감시해야 할 방송이 우리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보도했다. 어디서 돈 받아먹었냐.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보도할 거면 언론이라 하지 마라. 나라 모두가 썩었다”고 분노했다. 

 

20일 현재 온라인에 모인 비대위 회원 숫자는 1193명. 이들 대부분은 5,000만 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을 구매한 사람들이다. 이들 외에도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돈을 잃게 된 5,000만 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피해자는 모두 2만5,000여 명, 피해액은 2,54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국회와 함께 예보법 개정안을 준비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일 100만 원의 벌금 처분 명령을 신청한 예보와, 2008년과 2009년에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감독당국 등에 대한 불신은 이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의 불만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퍼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정부만 믿고 참아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우리가 찾아낸 걸 하나씩 터뜨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권이고 금융 당국이고 어떻게 되는가 한 번 보자”며 이를 악 물었다.

 

오는 24일(금) 오후 3시 부산역광장에서는 국민행동본부 주최 시민궐기대회가 열린다.

 

국민행동본부는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단군 이래 최대의 부정사건'으로 규정하고 "정의로운 부산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금융마피아와 비호세력의 범죄 카르텔'을 폭파시키자"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지속적으로 이번 사건의 배후를 추적해온 조갑제(조갑제닷컴대표) 조영환(올인코리아 편집인) 최종봉(전 금감원 저축은행 감사반장)씨 등이 연사로 나와 저축은행 비리 구조를 설명할 예정이다.

 


뉴데일리 전경웅 기자

 

 

[ 2011-06-22, 22:3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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