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눈 미움의 눈
嚴相益 연재소설 ‘환상(幻想)살인’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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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많은 성격이에요. 개도 키우고 닭도 먹였어요. 주말농장 사람들에게 물도 주고 농기구도 빌려줬어요.”

 

수사기관은 강철윤을 아예 살인범으로 단정하고 몰고 간 느낌이 짙었다. 사건 당일 그가 비닐하우스를 떠난 사실을 도주로 봤다. 그러나 그는 인근의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체포됐다. 그게 도주한 것일까? 그가 키우던 닭을 처분해 달라고 사료가게에 부탁한 것을 경찰은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로 봤다. 이상했다. 모든 게 유치한 억지 추정 같았다.

이런 얘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도끼를 잃어버린 농부가 이웃집 남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웃집 남자의 말도 행동도 모두 도둑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도끼를 찾았다. 그러자 이웃남자는 다시 보통사람 같이 행동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그물 속에 든 용의자가 그럴 수 있었다.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그들의 욕구는 진실여부를 떠나 혐의자가 살인범이 되어주어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반대의 시각에서 변증법적으로 사건을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은행에 다니는 강철윤 동생의 의견은 신선했다. 나는 동생의 얘기를 계속 듣고 있었다.

“1심 판사는 형이 대담하고 교활하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끝까지 범죄를 부인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 형 성격은 교활 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형은 스무 살 때 먹고 살기 힘들어서 특전사에 하사관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거기서 20년의 세월을 다 보냈죠. 그러다가 나중에 군수물자 창고를 맡았는데 상관의 횡령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군을 나오게 됐어요. 막말로 말하면 물건 빼다 파는 데 협조하지 않는 게 쫓겨난 이유죠. 형은 동생인 저에게나 자식에게도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식이예요.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 이예요. 그런 형을 보고 교활하다고 판결한 건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를 않아요.”

판사들은 범죄를 부인하면 교활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벌이 앞에 놓인 순간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을 ‘교활’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럴 때 자백이 쉬운 것일까?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였다. 판사가 불륜을 저질렀을 때 바로 자백할 수 있을까? 그런 판사가 교활한 것일까? 인간은 항상 이중적이었다.

“어려서 본 형의 기억과 나중에 본 형의 모습을 말해주시죠.”
내가 물었다. 사람은 변할 수도 있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었어요. 우린 2남2녀 인데 저는 은행을 다니고 큰누나는 엄청 잘 살아요. 그런데도 형은 비닐하우스에 살면서도 누나에게 손 한 번 벌려본 적이 없어요. 그런 성격이에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졸병으로 갔었어요. 그때 공수부대 하사관이었던 형이 제가 있는 부대로 면회를 왔어요. 그때 형이 내게 배고플 때 사먹으라고 돈을 줬어요. 그걸 받으면서 생각하니까 형도 하사관이고 월급도 얼마 안 되는데 그걸 받을 입장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형에게 그 돈을 돌려줬죠. 그랬더니 형이 ‘나를 어떻게 알고 이러니?’ 라면서 저에게 화를 냈어요. 그때 형이 한 여자를 데리고 왔는데 영 아니더라고요. 술집화류계 같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형에게 편지를 써서 그 여자하고 헤어지라고 했죠. 그러니까 형은 내가 임신시켰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하는 거예요. 어려서부터 형은 책임감이 있어요. 자기 책임을 남에게 넘기지 않아요. 형은 성격이 온순하고 남하고 싸우는 성격이 아니에요.”

“제대 후 형의 형편이 어땠어요?”
나는 사건 무렵으로 화제의 방향을 돌렸다.
“제대 후 형은 조경사업에 손을 댔는데 사업이 잘됐어요. 무쏘를 몰고 다니고 트럭도 큰 거 작은 거 두 대 있었어요. 종업원도 항상 서너 명 데리고 일했죠. 그러다가 IMF가 되고 타격을 받았어요. 카드를 쓴 지 오래되는데 그래도 불량흔적이 없어요.”
은행원답게 형의 카드를 체크해 본 것 같았다.

“형은 어떤 성격이죠?”
“정이 많은 성격이에요. 비닐하우스를 하면서 개도 키우고 닭도 먹였어요. 주변에서 취미로 주말농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수돗물도 대주고 농기구도 잘 빌려줘요. 직장에 다니는 큰 딸 생일 챙겨주려고 밤에 찾아가기도 하고 그렇게 정이 많은 사람인데 살인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를 않아요. 아들은 고모에게 맡겨놨는데 정말 귀여워해요. 형하고 저는 세살 차인데도 어려서부터 형한테 한 번도 맞아보지 않았어요. 형은 그렇게  온순한 성격입니다. 그런데 기록을 읽어보니까 형은 포악하고 악랄한 사람으로만 되어 있더라고요….”

은행원인 동생의 말이 편파적으로 형을 두둔하는 것 같지만은 않았다. 그는 공정하려고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다. 형사나 검사들도 외눈이었다. 의심의 눈에 포착된 대상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포획해야 할 사냥대상인지도 몰랐다. 잡은 사냥감을 풀어주기에 그들의 현실은 너무 각박한지도 모른다. 그가 돌아간 후 나는 수사기록에서 참고인들의 진술을 살피기 시작했다. 목격자는 아파트 4층에서 모퉁이를 돌아가는 범인의 뒷모습을 본 주부 한 사람뿐이었다. 사건당일 그녀는 파출소에 가서 최초의 진술을 했다. 그녀가 본 남자의 인상은 뒷머리가 짧은 것 같다는 한마디였다. 손에 도끼나 흉기를 든 건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 사람을 다시 보면 알아보겠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잘 모르겠다며 자신 없는 대답을 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의 기억이 정확할 수 없었다.

5일 후 본서의 형사들이 검거한 강철윤을 끌고 와 그녀가 목격한 지점에 뒷모습이 보이도록 세우고 그날 봤던 사람과 같으냐고 물었다. 조서에 “머리모양은 짧아졌지만 비슷하다”고 적혀 있었다. 다른 모습이라면 아니어야 했다. 그런데 비슷하다고 했다. 목격자들은 의외로 형사 눈치를 보며 그 비위를 맞출 때가 많았다. 다시 며칠 후 형사들은 정식으로 목격자 진술조서를 받았다. 거기에는 ‘당시 도망갔던 사람이 맞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기억이 불명확한 여자를 유도해서 억지로 조서를 꾸민 게 틀림없었다. 유일한 목격자의 진술조서는 허위였다. 또 다른 참고인의 조서가 눈에 들어왔다. 강철윤과 사건 전날 함께 지냈다는 군대 후배였다. 조서 속에서 그는 검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는 공사를 도급받아 하는 사람이고 강철윤은 조경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조경도 들어가야 하니까 그 일로 강철윤을 소개받아 알게 됐죠.”
“강철윤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검사가 물었다.
“그 사람은 한마디로 뭐랄까 정상이 아니었어요. 사업관계로 만나면 일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오로지 죽은 여자 얘기만 했습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정신이상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면 살인범으로 몰고 싶은 악의가 번득이는 내용이기도 했다.

“사건 전날 강철윤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그날 강철윤이 만나자고 해서 저녁 8시쯤 커피숍에서 만났어요. 일관계로 만났는데도 그 사람은 내내 죽은 여자 얘기만 했어요. 제가 밥을 먹고 돌아가려고 했더니 꼭 보여줄게 있다고 하면서 자기 농장에 가자고 해서 그 사람의 화물차를 타고 비닐하우스로 갔어요. 그런데 거기서도 날 불러놓고는 그 죽은 여자말만 하는 거예요. 그래 하도 지겨워서 밤 10시30분쯤 거기서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죠.”

“죽은 여자에 대해 뭐라고 말하던가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자기에게 접근해 돈 빼먹고 도망한 여자인데 거꾸로 자기에게 나쁜 헛소문을 퍼뜨린다고 화를 냈습니다. 그 여자 가족한테도 당했다고 그래요.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어요. 강철윤은 한마디로 맛이 간 사람이었죠.”
판사를 납득시킬 살인의 동기가 그렇게 적혀 있었다. 

“당시 그 사람은 다음날 어떻게 할 거라는 말은 없었어요?”
“자기가 다음날 태백산으로 떠날 것 같으니까 저한테 꿔준 돈 600만 원을 준비해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그 다음날 온라인으로 부쳐 줬어요. 그 사람은 정신이상자라고 할 만큼 그 죽은 여자한테 집착했어요.”

조서자체가 빈틈없이 짜 맞추어진 퍼즐같이 강철윤을 살인범으로 만들고 있었다.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며 알던 사람이 그 정도로 악의적으로 등에 칼을 꽂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답변을 하는 행간에는 강철윤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가 면도날 같이 번득이고 있었다. 흙을 만지던 농부인 강철윤의 온순한 성격과는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속)

 

목격자들은 눈치를 보며 형사의 비위를 맞췄다.
엉터리 조서가 틀림없었다.

[ 2011-10-17, 09:3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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