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神堂)과 염불소리
嚴相益 연재소설 ‘환상(幻想)살인’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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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윤이 도끼 가지고 일하는 거 혹시 못 봤어요?” 평소 옆에서 지켜보던 그 영감이야 말로 도끼의 존재를 확인해 줄 사람이었다.


나는 강철윤이 살던 비닐하우스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와 주말농장으로 가꾸는 바둑판같은 작은 밭들이 혼재해 있었다. 건너편에는 지난 겨울 눈썰매장으로 사용했던 언덕이 보였다. 근처에서 혼자 일을 하고 있는 칠십대쯤의 영감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넸다.
“저는 여기 비닐하우스에 살다가 살인혐의로 잡혀간 강철윤의 변호사예요. 그 사람이 살던 집을 한번 살피러 왔어요.”
“나도 강철윤 그 사람같이 지주한테 땅을 빌려서 비닐하우스를 하는데 내년에는 돌려 달라고 합디다. 아파트가 선데요.”
영감이 대답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영감은 농기구 손질을 하면서 말을 계속했다.

“나는 강철윤 그 사람을 잘 몰라요. 일하면서 이웃에서 눈이 마주치면 그저 꾸벅 인사나 할 정도였지. 저기 건너 사는 아주머니가 그 사람을 잘 아는데 하는 말이 데리고 사는 젊은 여자 언니랑 가족이 와서 때려죽이겠다고 행패를 했다고 그러데. 젊은 여자를 데리고 사는 게 그런 건지 원….”
그가 무덤덤하게 내뱉었다. 수사나 공판기록에서는 부각되지 않은 다른 얘기였다. 살인에는 엉뚱한 범인과 전혀 다른 동기가 숨어있을 수 있었다.

“강철윤 씨가 살던 비닐하우스로 들어가 보고 싶은데요.”
내가 영감에게 부탁했다.
“일 년 동안 문을 잠가놨는데…. 그리고 그 집 열쇠는 우리 집사람이 가지고 가서 지금 없어요.”
힘들게 온 길이었다. 그냥 갈 수는 없었다.
“비닐하우스인데 아무 데나 뚫고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요?”
내가 제의했다.
“참 베니다 창으로 넘어 들어가면 되겠구만.”

영감이 생각이 떠올랐다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데리고 비닐하우스의 옆으로 갔다. 중간쯤 베니어판 한 장이 가로로 붙어 있었다. 영감이 그걸 들어올렸다. 각목을 중간 부분에 걸쳐 세우니까 열린 상태가 고정됐다. 창문 겸 바깥공기가 들어오게 하는 환기구였다. 나는 머리를 안으로 넣어 둘러보았다. 습기와 곰팡이 냄새가 훅 끼쳤다. 어둑한 저녁 무렵의 오래 비워둔 비닐하우스 안은 괴괴한 적막이 감돌았다.
“보지만 말고 안으로 들어가 보슈.”
영감이 흥미를 느꼈는지 오히려 나를 재촉했다. 나는 좁은 구멍으로 다리를 올려놓았다.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이 걸렸다. 팔십 킬로의 나 같은 뚱보에게 창문이 너무 좁았다.

“이 가방 좀 들고 계세요”
난 메고 있던 수첩과 카메라가 든 가방을 영감에게 맡겼다. 간신히 창문을 넘어 비닐하우스 안 바닥에 발을 디뎠다. 그가 체포된 후 일 년 간 비워 둔 그의 거처였다. 여기저기 곰팡이가 두껍게 피어 있었다. 곰팡이는 가구나 비닐소파에서도 자랐다. 벽에 걸린 달력은 6월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시점에서 강철윤의 이곳과의 인연은 끝이 난 것이다. 파란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문이 보였다.

“아 거기도 들어가 보슈”
밖에서 영감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재촉했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노란 리놀륨 비닐장판을 깐 숙소로 쓰던 방이었다.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가운데 앉은뱅이  책상이 삐딱하게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낡은 전동 타자기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있었다. 강철윤은 그 타자기로 집요하게 편지를 써서 죽은 여자에게 보냈었다. 죽은 여자의 언니는 몸서리를 쳤다. 벽 쪽에 비닐옷장이 보였다. 그 안에는 몇 벌의 양복이 곰팡이를 뒤집어 쓴 채 그대로 걸려 있었다. 구석에는 나무침대가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은 방은 괴괴했다.

한쪽 구석에 검은 휘장이 보였다. 커튼이 아니고 문을 대신해 걸어놓은 것 같았다. 나는 살며시 휘장자락을 들쳤다. 울긋불긋한 오방색의 탱화를 배경으로 금박을 한 부처가 입을 꽉 다물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했다. 그 앞에는 놋쇠로 만든 제기들이 줄지어 있었다. 바닥에는 무당들이 쓰는 무구들이 놓여 있었다. 나는 밖에 있는 영감에게 물었다.
“저 신당은 뭐죠?”
“그 여자가 나간 뒤부터 산책을 갈라고 이 비닐하우스 옆을 돌 때면 염불소리하고 목탁소리가 납디다. 그래서 한번 가 봤더니 염불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놓고 그 남자가 목탁을 치고 있었어요. 거의 매일같이 그러데. 중이 되려고 그러는지…. 머리도 빡빡 깎았어.”

신당을 보면 강철윤은 다른 영혼을 가진 세계를 넘나들던 사람이 틀림없었다. 강철윤이 박수무당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신당과 젊은 여자 그리고 집요한 편지는 뭔가 관련성을 가지고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애욕과 집착을 가득 불어넣은 악령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영감님 사건이 일어났다는 날 아침에도 평소같이 일어나셨습니까?”
내가 서 있던 영감에게 물었다.
“우리 늙은 사람이야 항상 비슷하죠.”
“그 날 아침에도 카세트에서 염불하는 소리가 났어요?”
내가 물었다.
“잘 모르겠는데요.”

경찰은 강철윤이 알리바이를 조작했다고 장황하게 수사보고서에 쓰고 있었다. 그가 정말 그랬다면 옆집 영감이 확실히 기억이 나도록 뭔가 했어야 맞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영감은 특이점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강철윤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사람은 동네 노파였다. 노파는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매일 강철윤이 사는 비닐하우스 뒷산을 돌아 내려와 부근의 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었다. 그 노파의 아침 이동 경로 중에 강철윤이 사는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강철윤은 더러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다 밭에 남은 열무도 주고 대신 그 할머니는 김치를 담아다 주기도 하는 사이였다.

“참, 사건이 일어난 그날 아침 동네 할머니가 비닐하우스에 들어갔었나요?”
내가 물었다.
“그 할머니가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니까 강철윤이 트럭이 보이더래. 그래서 안에 있나보다 하고 들어가서 김치통을 찾아갔다던데?”
그렇다면 그가 범행에 자신의 트럭을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택시를 이용했다는 경찰의 말도 맞지 않았다. 죽은 여자가 살던 아파트 앞은 택시 잡기가 어려웠다.
“그게 아침 몇  시인지 혹시 아세요?”
“나나 그 할머니나 뭐 시간을 보고 사나요. 그냥 아침인거지.”

“강철윤이 평소 쓰던 연장들을 모아두는 곳을 보여주세요.”
내가 부탁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죽은 여자의 두개골이 도끼에 맞아 파열된 것으로 감정을 했다. 그러나 범죄현장에서 도끼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 오슈.”
영감은 나를 데리고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갔다. 소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랗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이 조경공사에 쓰려고 사다가 심어둔 건데 징역가니까 나무들이 저렇게 말라 비틀어 졌수.”
영감이 나무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가 구석으로 가더니 비닐하우스의 아랫부분을 뜯었다. 간신히 한 사람 굽히고 들어갈 구멍이 만들어졌다. 그가 먼저 뜯어낸 구멍 사이로 들어갔다. 내가 엎드려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고추들이 말라죽은 채 서 있었다. 개집들이 있고 닭장도 보였다.

“여기 고추는 그 사람이 농사짓던 거야. 닭과 개를 키워서 같이 살던 젊은 여자와 여름 한 철 장사를 하려고 했어.”
닭 몇 마리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고추밭을 뒤지고 있었다. 
“저 닭들은 닭장사가 가지고 가지 않은 걸 우리 집사람이 먹여 키운 거요. 살아있는 걸 죽일 수야 없잖아? 대신 여기를 돌 봐 준 셈이지.”
“강철윤이 농기구들을 어디 뒀었죠?”
내가 물었다.
“저쪽 구석이지.”
영감이 비닐하우스 한쪽 편을 손으로 가리켰다. 삽, 쇠스랑, 체인, 톱, 망치, 전정가위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강철윤이 도끼 가지고 일하는 거 혹시 못 봤어요?”
나는 자연스럽게 핵심을 물었다. 평소 옆에서 지켜보던 그 영감이야 말로 도끼의 존재를 확인해 줄 사람이었다.
“여기서는 일할 때 도끼가 필요 없어.”
영감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곳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흙바닥에 쳐 박힌 녹슨 쇠가 얼핏 보였다. 나뭇가지로 자루를 한 오랫동안 쓰지 않은 녹슨 도끼였다.
“이게 뭐죠?”
내가 도끼를 꺼내어 영감에게 물어보았다.
“어 그 도끼는 형사들도 못 찾은 건데….”
영감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사용하지 않은 녹슨 낡은 도끼였다. 결정적인 반증을 포착한 느낌이었다.

(계속)


“그 남자가 목탁을 치고 있었어요. 거의 매일같이 그러데.
중이 되려고 그러는지…. 머리도 빡빡 깎았어.”

[ 2011-10-21, 17:0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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