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의심의 눈길
嚴相益 연재소설 ‘환상(幻想)살인’ <14회>

嚴相益(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기사본문 이미지

수사기록 중에 고소장이 증거로 붙어 있었다. 살인의 동기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였다. 강철윤은 송양숙을 고소했었다. 고소내용은 대충 이랬다.

<송양숙은 저에게 침을 놓으러 오면서 자기 가정생활에 대한 불만을 자주 호소했습니다. 그녀와 관계를 맺고 가까워 졌습니다. 한 달 쯤 되자 그녀가 저에게 “저를 받아주시면 안돼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나이도 들고 비닐하우스에서 혼자 사는 입장이었습니다. 다행히 자그마한 조경공사들을 맡아 조금씩은 저축을 할 정도였습니다. 외로웠던 저는 당장에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송양숙은 얼마 후 이혼까지 했다고 하면서 저에게 왔습니다.

그 여자는 저에게 삶의 기쁨이었습니다. 저는 통장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송양숙에게 맡겼습니다. 그게 부부간의 신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송양숙은 폰뱅킹을 하면 편리하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얼마 후 그녀가 통장에 있던 돈을 모두 자기통장에 집어넣은 걸 알게 됐습니다. 같이 살면서 ‘네 돈 내 돈’을 따지는 것은 졸렬한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제 차도 자기명의로 해 두는 게 혹시 빚을 지더라도 안전하다고 하면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저는 그 무렵 그녀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때마다 그녀는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하면서 나중에 하자고 했습니다.

얼마 후 그녀는 임신을 했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녀는 비닐하우스가 살기가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조그만 집이라도 사려고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석 달 쯤 되던 어느 날 그녀가 돌아와 아이를 낙태시켰다고 했습니다. 뱃속 촬영을 해 보니까 아이가 비정상이라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 무렵 송양숙이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거는 걸 몇 번 목격했습니다. 나한테 말하기 쑥스러운 친정집과의 대화라고 생각하고 모른 체 했습니다. 한 번은 비닐하우스의 밖에서 통화하는 소리가 찢어진 비닐 틈을 넘어 들어왔습니다. 전남편과의 통화 같았습니다. 모르는 체 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오래 살았는데 정리 못한 문제도 당연히 있을 것으로 추측을 했습니다. 저는 그저 송양숙이 다시 가겠다고 할까봐 그게 근심 걱정이었습니다. 일을 보러 갈 때도 꼭 옆자리에 태우고 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송양숙의 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때 비닐하우스에는 딸이 저를 보러 와 있었습니다. 송양숙의 오빠라는 사람은 각목을 들고 늙은 놈이 젊은 여자를 강간해서 억지로 데리고 산다면서 때리려고 했습니다. 같이 왔던 남동생이라는 사람은 옆에 있던 낫을 들고 저를 겁주었습니다. 심지어 정식으로 이혼했다는 전남편까지 저의 멱살을 잡고 죽여버리겠다고 하면서 흔들어 댔습니다. 딸이 겁에 질려서 “아빠 대꾸하지 말고 빨리들 가라고 해”라고 외쳤습니다. 제 딸이 송양숙의 전남편을 보고 “왜 그러세요?”라고 따졌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에게 “아빠, 어떻게 저런 여자를 만났어?”라면서 울부짖었습니다.

그때 송양숙은 전남편을 끌어안으면서 “이제 됐어. 당신 왜 이래?”하면서 밖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그 사람들은 송양숙을 데리고 가 버렸습니다. 저는 너무 억울해서 송양숙에게 전화를 해서 “나한테 왜들 그래?”하고 따졌습니다. 며칠 후 송양숙은 저의 비닐하우스를 찾아와 용서해 달라면서 저를 달랬습니다. 그러면서 호적등본을 가지러 친정을 다녀온다고 하고는 가서 아주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송양숙이 돌아오지 않자 저는 전화를 걸어 돌아오라고 사정했습니다. 송양숙은 “이제 그만 살래”하면서 냉정하게 거절했습니다. 그 얼마 전까지 저를 사랑하는 것 같던 송양숙이 아니었습니다.

며칠을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속은 것 같았습니다. 여우에게 홀렸던 제가 정신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송양숙과 전남편이 살고 있던 집 주소의 등기부 등본을 떼어 봤습니다. 전남편이 살고 있는 집이 아직 송양숙 명의였습니다. 관계가 끝난 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송양숙이 그동안 이혼을 한 전남편 전화요금까지 대준 걸 알았습니다.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런 것들을 묻는 편지를 보내자 송양숙은 오히려 저에게 돈을 뜯기고 얻어맞고 협박당했다고 터무니없는 말을 만들어 뒤집어 씌웠습니다. 이래서 저는 명예훼손과 절도사기 협박으로 고소하는 것입니다>

상당부분 진실이 느껴졌다. 고소 전에 그가 송양숙에게 보낸 편지도 수사기록에 끼어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당신이 그러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만약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 모든 걸 바쳐 기필코 진실을 밝혀야겠어. 당신의 전남편에게 책임을 기필코 물을 것이며 당신의 형제들도 고려중에 있는 실정입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돈을 저에게 돌려주고 전남편과 살던지. 당신이 전남편을 대동해서 행패를 부린 점, 형제들이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점, 전남편과 이혼했다면서도 그 사람 전화요금까지 그동안 납입해준 점 그런 이유들을 꼭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혼자 살던 나이 먹은 강철윤이 송양숙에게 푹 빠졌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 털린 후였던 것 같았다. 검찰은 고소장과 편지에 담긴 그의 분노를 살인의 동기로 보고 있었다. 그런 원망이 바로 대담한 도끼살인으로 연결됐을까? 의문이었다.

며칠 후 법정에서였다. 사십대쯤의 작달막한 사내가 증언대에 앉아 있었다. 인디언 무늬의 티셔츠에 밝은 회색바지를 입은 곱상한 얼굴이었다. 죽은 송양숙의 전남편이었다. 검사는 그가 진술했던 조서를 들어 보이며 간단히 확인했다.

“검사실에 와서 사실대로 다 진술하셨고 그게 여기 다 적혀있죠?”
“그렇습니다.”
“강철윤의 비닐하우스로 간 적이 있었죠?”
“네, 처(妻)인 송양숙이 어떤 남자에게 납치 감금당해 있다고 해서 그 가족들과 함께 갔었습니다. 제가 거기서 처를 구해 데리고 왔습니다.”
“당시 처인 송양숙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동안 남자무당한테 잡혀있었는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게 아내 송양숙과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그 후 처남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가 혼수상태라고요. 전화를 끊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었죠. 아내는 의식이 없었습니다.”

송양숙의 거짓이 많았던 느낌이 들었다. 변호사인 나의 반대 신문차례였다. 죽은 자의 거짓을 두고 말다툼을 벌일 실익(實益)이 없었다. 나는 남편을 통해 진범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차라리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강철윤은 그의 친구 중에 죽은 송양숙을 집적거리던 스포츠머리의 남자를 직접 봤다고 말했었다. 강철윤의 제보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집에 와서 함께 잘 정도로 친한 친구가 몇 명 정도입니까?”
내가 물었다.
“여섯 명에서 일곱 명 정도 됩니다.”
너무 많았다. 범위를 좁혀 다시 물었다.

“결혼이후 평소 집에 와서 잠을 잔 친구가 있다고 하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죠?”
“왜 물으시죠?”
그가 갑자기 의심의 눈길을 내게 던졌다.
“그냥 물어봅니다. 말해 주시죠.”
내가 재촉했다.
“왜 물으시는데요?”
그가 가득 경계의 빛을 얼굴에 띄운 채 되물었다.
“지금은 대답해 주시는 자립니다. 질문이 있으시면 끝나고 개인적으로 성실히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내가 그를 달랬다.

“김철정, 박세권, 양윤구 세 명 정도 됩니다.”
그가 할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 친구 중 스포츠머리 형태는 누구죠?”
“그건 왜 물으세요?”
그가 다시 날카로운 경계의 표정이 됐다.
“그냥 대답해 주세요.”
“아마 박세권일 겁니다. 다른 두 사람은 장발이구요.”
그가 범인일 수도 있었다.

“박세권이 놀러와 같이 술 마시고 잤고, 다음날 아침 증인이 먼저 출근했던 날이 없었나요?”
내가 물었다.
“그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의 얼굴에 순간 뭔가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죄송한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내가 양해를 구했다.
“뭡니까? 하세요.”
그가 대답했다. 사전에 달래놓아야 반발하지 않는다.
“처인 송양숙이 노래방 도우미를 했었다는데 사실인가요?”
내가 물었다.
“제가 실직을 하고 있을 때 친구 박세권이 소개해 줘서 그런 적이 있습니다.”

(계속)


“결혼이후 평소 집에 와서 잠을 잔 친구가 있다고 하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죠?”
“왜 물으시죠?”
그가 갑자기 의심의 눈길을 내게 던졌다.

[ 2011-11-16, 11:2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