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는 '공황'으로 가는 프리패스
'경제 살리기'를 위한 5大 아젠다

한정석(미래한국)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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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10월 24일 기세 좋게 오르던 뉴욕 증시가 돌연 폭락으로 돌아섰다. 흔히 대공황의 전조라고 불리던 ‘검은목요일’의 시작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이란 정확히 1929년부터 1933년까지의 경기침체를 말한다. 이 시기에 미국의 실질가처분소득이 28%나 하락했고 실업률은 1929년 3.2%에서 1930년 8.9%, 1933년 25%로 증가했다.

1929년 160만 명이었던 실업자는 1933년 1,280만 명으로 폭증했다. 4명 중 1명이 실업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주가는 이 시가에 10분의 1로 폭락했다.

이러한 대공황은 왜 왔을까? 사람들은 흔히 자본주의 투기가 주식폭락을 가져와 대공황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러한 생각에 대해 결과를 원인으로 생각하는 오류라고 지적한다.

사실 뉴욕의 주가는 1929년 10월 폭락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29년 결산에서 주가는 하락폭의 40% 이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철강과 같은 주식은 반대로 폭락전 보다 더 올랐다는 점이다.

미국 대공황의 주범은 경제민주화

이러한 회복 국면에 결정적으로 찬물을 붓는 사태가 일어났다. 다름 아닌 후버 대통령과 루즈벨트 시기에 일어난 잘못된 경제 민주화 처방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1929년 그해 말, 미국의 의원들 사이에는 수입품에 관세를 더 매기면 자국의 제품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유행했다. 이른바 스무트 홀리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법이 통과될 시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것을 우려한 1,000명의 미국 경제학자들이 이 법에 대한 반대 서명을 의회에 보냈지만, 1930년 6월 후버 정부는 이 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스무트 홀리법은 외국제품에 대한 수입금수 조치로서 이로 인해 887개의 관세가 인상됐고 관세 대상이 3,218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미국에서 무역장벽을 높이자 이번에는 미국에 물건을 팔기가 어려워진 외국 정부들이 보복조치로 미국 제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가장 많이 타격을 받은 품목은 미국의 농산물이었다.

미국 농부들이 시장의 약 1/3을 잃게 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수만 명의 농부들이 파산했다. 농업의 붕괴는 이번엔 지방은행들의 도산을 불러왔다. 1929년 증권폭락을 경험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은행에 달려가 돈을 찾는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 바로 이 때였다.

미국 대공황은 시장 아닌 정부의 실패

상황이 악화되자 후버 정부는 세금폭탄을 때렸다. 1932년에 제정된 세입법으로 인해 소득세는 배로 증가했고 최고한계세율이 24%에서 64%로 증가했다. 조세감면도 줄었다. 당연히 법인세와 상속세가 올랐고 증여, 휘발유, 자동차에 대한 세금이 신설됐다.

후버 정부는 공공요금 가운데 우편 요금도 급격히 인상했다. 루즈벨트는 후버처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했고, 기업의 배당에 대한 5% 원천과세를 도입했다. 증세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선호한 정책이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마지막 해에 최고 소득세율이 94%까지 올라 최고조에 달했다.

밀턴 프리드만 같은 시장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은 잘못된 정책으로 예전 같으면 1~2년 만에 끝날 수 있는 불황을 더욱 심화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으로 던져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공황은 어떻게 끝났을까?

뉴딜정책이 공황을 끝냈던 것일까. 결국 전쟁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케인즈는 자신의 이론대로 아무리 재정적자를 늘려도 경기가 좋아지지 않자 한 잡지 기고에서 “전쟁 정도의 수요가 필요할지 모른다”라고 썼다. 그의 꿈은 그렇게 이뤄졌다.

이렇듯 불황기에 정부가 세금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했던 잘못된 정책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다.

한국 경제, 지금도 성장이 분배를 개선시킨다

2012년 9월말 현재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는 2575만 명이고 그 중 취업자는 2500만 명, 실업자가 75만 명이다. 취업자 중에는 고용이 안정적인 상용근로자는 1129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43.9%에 불과하다.

나머지 714만 명이 이미 과포화상태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인 비임금근로자이고 그 가운데 420만명은 영세한 1인 자영업자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취업자 중에는 임시 일용직이 657만 명에 달한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약 1100만 명 정도가 불안한 고용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영세 1인 자영업자 중 약 300만 명 정도가 월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 657만 임시 일용직의 월평균 수입이 130만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략 약 1000만 명 정도가 월수입이 100만원 안팎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복지를 강화하고 증세와 규제를 더 크게 늘리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오정근 교수는 매우 중요한 검증을 시행했다. 잠시 그의 연구를 따라가 보자.

오 교수는 자신의 통계모델 검증에서 한국은 1990년대 초반 이전에는 소득분배가 지속적으로 개선돼 오다 1992년을 전환점으로 해서 최근까지 소득분배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음을 발견했다. 오 교수는 그 원인을 그 시기를 전후해서 추세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한 경제성장률, 높아지기 시작한 경제개방도, 가속화된 기술 발전, 강성화된 노조운동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밖에도 고령화의 진전, 1인가구의 증가 등 인구사회학적인 요인들도 소득분배구조의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오 교수는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경제성장률, 경제개방도, 기술 발전, 노조조직률 네 변수를 가정해 실증분석을 한 결과, 한국에서는 경제성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소득분배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실질GDP 1% 증가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지니계수가 0.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

노동생산성 1% 상승시에는 지니계수는 0.2%, 경제개방도가 1% 상승시에는 지니계수는 0.1% 각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조직률 1% 상승시에는 분배구조를 0.2%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정근 교수의 이러한 발견은 성장이 분배를 개선시키지 못한다는 정치인들의 주장과 정 반대되는 것이다. 즉 분배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성장이 분배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등장했던 것일까.

여기에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중소기업들과 수직적 분업관계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는 점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다시 말해 대기업은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해 완성품을 국내나 해외에 판매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스마트 기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대기업의 스마트 기기산업에서 국산 부품 조달률은 40%에 불과하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이고 근로자의 80%가 이 중소기업들에 고용돼 있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경제 혁신의 필요를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경제민주화라는 컨셉은 단순한 재벌 규제와 세금 폭탄과 같은 개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오정근 교수는 다음과 같은 공생발전을 위한 5대 정책의 아젠다를 제시한다.

공생발전의 5대 아젠다

첫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규제완화와 투자환경개선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고용불안과 분배불평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일반서민들에게는 반듯한 일자리가 가장 소중하다. 반듯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규제완화로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국내투자활성화와 외국인투자유치는 물론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기업의 국내 유턴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해외진출 기업 약 5만3,000개의 10% 귀국 정책을 추진하자. 평균 고용인원이 100명이면 53만 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2013년 예산 중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355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5조 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늘리자. 모든 규제에 대해 일몰 조항을 도입하고 신규규제는 금지하자. 6대 기업 순환출자해소비용에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30조원을 투자에 사용할 경우 약 23만 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둘째, 지식기반 고부가치 서비스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세계경제 불안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내수를 확대하되 현재 과포화 상태로 생산성이 낮은 음식 숙박업 위주에서 벗어나 의료 교육 금융 관광 법률 컨설팅 등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가 첫 걸음이다. 투자병원을 허용해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할 경우 21만 명 고용이 창출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교육의 경우 2011년 유학비 지급에 44억7000만 달러가 사용됐다.

동 교육비 지급의 50%를 국내에 소비할 경우 4만2,0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관광의 경우 2011 일반여행지급으로 150억 달러가 사용됐다. 이중 약 30%가 국내에서 소비되면 약 4만5,0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싱가포르와 같이 금융허브가 되면 고급금융인력 수요가 급증한다. 이밖에 사회 서비스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면 약 40만 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셋째, 좋은 일자리 만드는 대기업을 육성하자. 대기업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경제 성장률 반토막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기업을 규제하기 보다 더 육성해서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국가의 몰락(Nations Fall)’이란 근작으로 유명해진 미 MIT대의 에이스모글루(Acemoglu) 교수는 한국은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10개 정도 더 만들라고 충고하고 있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바로 이런 곳이다. 일부에서는 재벌은 안 되고 대기업은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계열기업 없는 단독 대기업이 치열한 글로벌경쟁과 칠흑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 문제다. 다만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 차원에서 제재해야 하고 재벌 총수의 전횡과 불법도 합당하게 단죄돼야 함은 물론이다.

넷째,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강소 중소기업을 육성하자.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강소 중소기업을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 일류 완성품을 수출해야 하는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술과 품질이 일류인 소재부품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이 낮고 그 결과 수출의 온기가 국내 중소기업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거나 대기업의 울타리 속에서 안존하도록 하기보다는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우수한 소재부품이 수출용 일류 완성품 생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강소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자.

규제완화와 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지식기반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과 대기업 육성,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강소 중소기업 육성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계층이 기초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면 빈곤층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사회불안이 증가하는 반면 과도하면 근로의욕이 감퇴하고 재정이 악화된다. 따라서 사회안전망은 공급내용과 공급체계에 이르기까지 주도면밀하게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조건 ‘시장으로 돌아가라’

이상과 같은 5대 아젠다를 통해 진정한 공생발전이 가능하다는 전제는 ‘정부에서 시장으로’라는 테제다. 대공황기의 후버 정부와 아이젠하워 정부가 시행한 큰 정부와 보이는 손으로는 경제 불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들이다.

아울러 레이건 시대의 작은 정부와 감세, 그리고 대처 총리의 노조개혁과 같은 생산성 중요시 정책은 불황기에 기업가들에게 더 많은 기업가 정신과 인센티브에 대한 욕구를 이끌어 내게 된다.

흔히 이러한 것을 ‘자본주의의 탐욕’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이 만든 제도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탐욕스럽지 않은 것은 없었다. 과거 사회주의도, 나치도, 민족주의도 모두 탐욕스러웠다. 문제는 개인의 이익과 손해라는 원리로 움직이는 자본주의보다 더 나은 경제 시스템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인류가 어느날 모두 개과천선해서 이타적인 존재가 되지 않는 한 말이다.

세계경제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로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제2의 대수축(The 2nd Great Contraction)’, ‘대폭풍(perfect storm)’ 또는 ‘대불황(great recession)’으로 명명될 정도로 전세계적인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

자연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단기적으로 침체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저성장기에 진입하는 구조변화마저 감지되고 있다.

지금은 불황기다. 불황에 세금을 높이고 정부 지출을 늘려 성공했던 사례는 역사적으로 단 한건도 없거니와 왜 그렇게 되지 못하는지는 이미 이론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정부 돈은 곧 국민의 소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위 기사의 출처는 미래한국입니다.

[ 2012-11-11, 13:2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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