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韓·日의 밥상문화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먹을 것인가, 들고 먹을 것인가?

夫大珍(尙美會)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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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미마생, 오른손에 든 숟가락으로 설렁탕을 떠먹을 때 왼손은 어디에 둡니까?’
 
  얼마 전 일본친구를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소개하며, 설렁탕집에 같이 갔을 때 첫 숟가락을 들자마자 튀어나온 질문이다. 평생을 하루 세 끼 음식을 먹으면서도 의식하지 못했던 왼손의 위치와 역할에 대답이 궁해진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대답이 궁한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인은 그릇을 손에 들고 먹는 반면, 한국인은 食器(식기)를 원칙적으로 밥상 위에 있는 그대로 두고 먹는다. 한국의 식기는 크고 양이 많다는 점도 있고 열전도율이 높은 놋쇠나 스테인리스-요즈음은 좀 달라졌지만-를 사용하는 것이 木材(목재)가 주류인 일본과 다른 점이다. 이렇게 테이블 매너의 다름을 인정, 존경하지 않고 서로 헐뜯는 옛날 이야기는 이렇다.
 
  ‘그릇을 들지 않고 얼굴을 처박고 밥을 먹는 것은 개밖에 없지!’
 
  ‘그릇을 들고 먹는 놈은 거지들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일본에서 일본음식을 젓가락으로 먹으려고 애쓰고, 일본인은 한국음식 앞에서 젓가락 하나로 고군분투하지만 냉면과 칼국수를 만나면 거침없이 일본식으로 먹는다.
 
 
  몇 년 전 尙美會(상미회) 일본여행에서 일어난 일이다. 첫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30여 명의 일행이 맛 자랑으로 소문난 우동집으로 달려갔다. 먹음직한 우동그릇이 김을 모락모락 내며 부지런히 여러 테이블에 차려지자, 한쪽에서 ‘각 테이블에 다꾸앙(단무지) 한 접시씩!’ 주문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우동이 나오면 단무지가 따라 나오는 것은 우리에게는 상식이다. 각 테이블마다 단무지가 듬직하게 나오니 다들 입을 다시며 맛있게 먹은 것까지는 좋은데, 막상 식사 후 계산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단무지 값이 우동 값보다 많이 청구된 것이다. 여행을 통한 현지학습이다. 일본에는 츠케모노(漬(け)物)라고 하여 다양한 채소를 절인 밑반찬이 있는데 단무지도 그 중 하나며 주로 밥반찬으로 먹는다.
 
 
  1980년대 초 도시계획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한 일본인 건축가 K씨를 집에 초대하여 저녁을 먹는데, 이 사람이 김치를 너무 좋아해서 집에서 담근 김치 서너 포기를 들려 보낸 일이 있다. 몇 년 전 우리 집 큰애가 K씨를 만났더니,
  ‘당신 어머니가 만들어준 혼모노(本物)김치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고 칭찬의 말을 전해왔다. 조선사람의 마늘냄새가 구리다고 흉보던 일본사람들이 김치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이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도 적어도 30년은 지난 것 같다. 일본의 젊은 주부 35% 이상이 김치가 일본 전래의 음식이라고 알고 있다고 하니 김치의 세계화는 이미 이루어진 셈이다. 한편, 계절·재료·지방·집안에 따라 수백 가지의 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맛을 즐기려고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은 한국의 식당에서 무한정으로 제공되는 김치에 놀라고 또 천편일률적인 김치에 놀란다.
 
 
  지난 5월(2012년) 상미회에서 진행한 일본열도종횡단여행의 마지막 날 교토행 특급열차에서 3종류의 벤또(도시락)를 사서 무작위로 일행에게 나누어 주고, 자리에 돌아와 나의 도시락을 열어보니 연어가 주재료인 치라시즈시(ちらしずし)다. 달걀부침, 각종채소, 육류, 생선알 등 화려하게 뿌려진 topping 중에서 연어와 식초가 뒤섞인 진한 냄새가 역하게 후각을 자극한다. 맥주부터 한잔하고 입맛을 돋운 후, 도시락의 한쪽 구석을 허물어가며 topping과 밑에 깔린 밥을 섞어가며 먹기 시작했다.
 
  ‘식사중이신데 죄송합니다만, 치라시즈시는 칼로 한 입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잘라서 드시면 훨씬 맛이 있습니다.’
 
  옆에 앉아있는 점잖게 차려입은 일본인 노부인의 충고다.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무척 조심하는 일본인이 오죽 답답하였으면 한마디 했을까?! 물론 도시락에는 플라스틱 칼이 갖추어져 있다. 함께 걸으면 옆의 사람이 스승이라더니 여행이란 이렇게 많은 스승을 만나는 기회를 우리에게 주기도 한다. 비빔밥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치라시즈시는 일본판 비빔밥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尙美會 이사, 眞我建築 회장>
[ 2013-08-02, 11:1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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