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海警 인터뷰, "해경은 힘이 없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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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함정 근무 요원들은 40일째 바다에 떠 있는데...

이상흔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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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여름 해수욕 시즌이 되면 해변 안전관리를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과연 해경의 말을 듣겠습니까? 그동안 중국 어선들은 해경이 대한민국 경찰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공안(公安)과 같은 존재로 인식해서 고분고분 말을 들었던 겁니다. 국내 어선도 수사권이 없이 사실당 단속이 어렵습니다. 2016년부터 해안경계 업무를 육균과 해병대로부터 넘겨받을 예정인데, 그건 어떻게 될지. 참 여러가지 걱정입니다.”
어제 만난 해경(海警)의 모(某) 경위가 한 말이다.
이 해경 경위는 대학 졸업 후 해경이 되고 나서 줄곧 천직으로 알고 근무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바다를 수호하는 해경이라는 자부심은 지난 19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그는 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할 때 운전 중이었다고 한다.
“대통령 연설 중에 갑자기 ‘해경이 인명 구조에 실패했다. 해경을 해체하겠다 ’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그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운전하는 손이 떨렸습니다. 모든 게 무너지는 듯한 허탈감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여름 뙤약볕에 해변에서 물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을 구하려고 발버둥치던 모습, 전복된 배에서 어민을 구하던 모습, 중국 어선을 나포하기 위해 단정 하나에 목숨을 걸고 칠흑같은 어두운 바다를 질주하던 동료들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군요.”
마침 소식을 들은 그의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집 사람이 ‘여보 이제 우리 어떻게 되는거야?’하며 걱정을 했습니다. 나는 ‘괜찮다’며 위로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괜찮지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와 아내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아마 다른 해경 가족들도 어디 나가서 대놓고 술도 못 마시고, 집에서 저처럼 무기력하게 술잔을 기울였을 겁니다.
그는 ”현재 해경 내부 분위기는 멘붕을 넘어 거의 패닉상태”라며 말을 이었다.
“제주 해경 소속인 3012함은 지금 거의 40일째 육지에 정박 한번 못하고 바닷가에 떠 있습니다. 함정에 근무하는 요원들은 주말도 없이 고생하면서 지금까지 한 명도 집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 사람들이 해경 해체라는 뉴스를 듣고 구조활동에 전념할 마음이 들겠습니까.”
그는 또한 “많은 해경 식구들이 경찰직을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陸警)에서 전 해경을 다 받아주지는 못할 겁니다. 현재 승진 예정자는 또 어떻게 됩니까? 작년에 박 대통령이 해경 창설 60주년 행사 때 와서 해경의 노고를 위로하고, 해경의 미래에 대해 온갖 좋은 말씀을 해놓고는, 하루 아침에 해체라고 합니다. 다양한 인력을 새로 뽑아서 조직을 혁신할 기회도 한번 주지 않고, 실컷 두들겨 패다가 해체하겠다니 도대체 이럴 수도 있는지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믿었던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에 모두 할 말을 잊고 있습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해경이 힘이 없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피아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동안 퇴직한 해경이 갈 곳이 어디 한 군데나 있었습니까? 해경이 한 번이라도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있는 부처였습니까? 해경은 창설 후 온갖 푸대접을 받아온 부처입니다. 퇴직 선배들 보면 식당업을 하는 사람이 수두룩 합니다.
수년 전 ‘수상레저안전협회’‘해양구조협회’라는 게 생겨서 겨우 거기에 몇명 가 있는 걸로 아는데, 그에 반하면 국토ㆍ해양부 등 다른 부처는 퇴직 후에도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는 거대한 관피아 왕국을 만들어 놓았잖아요.
예전과 달리 해경은 그동안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을 꾸준하게 영입하여 조직이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뭘 좀 해보려고 하는 분위기였는데 한순간에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배에 근무하는 이상 승조원(乘組員) 전원이 구조ㆍ구난 인력으로 활동하는 해경의 특성을 무시하고, 122구조대 인력만 놓고 해경이 구조ㆍ구난 인력보다 수사인력이 많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해경 구성원들은 지금 솔직히 조직이 어떻게 되든지 아무 관심도 없을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해경 구조대원들은 제복에 쓰인 '해경'이라는 두 글자에 자부심을 가지고 온갖 어려운 일도 기쁘게 수행 해온 사람들입니다. 저도 조카나 주변의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되면 해경에 지원하라고 자랑스럽게 권유해 왔습니다. 이제 해경이라는 게 부끄러운 이름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넌덜머리가 납니다.”
그는 필자와 헤어지고 나서 장문의 카톡 문자를 한통 보내왔다. 어느 현직 해경이 모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은 글이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해경, 패잔병의 변
진도 앞바다에 떠있은 지 오늘로 35일 째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말이 불평불만이고 변명이 맞긴 하다.
잘한 것 하나 없는 입장이지만 나도 노동을 대가로 월급받는 노동자-법적으로 공무원은 노동자가 아니라나-이니 불평 좀 해보고 싶다.
하루종일 10미터도 안 되는 반경에서 생활하고 물이 모자라 양치질만 겨우 하며 5, 6일에 한번 샤워. 부식이 달려 곤란한 때도 종종 있었다.
3박4일로 나섰던 출동이 무기한으로 길어져 육지에서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채 단속하지 못하고 나온 빈집이 걱정이다. 다음 달이면 돌이 되는 아이는 재롱이 부쩍 늘었다는데 떨어진 지 두 달이 넘어선다.
실종자를 수색하려 이러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리 성과가 좋지 않다.
해양경찰은 결과적으로든 어쨌든 이번 세월호 구조에 실패했다.
작전에 실패한 우리는 낱낱이 파헤쳐졌고 갈갈이 찢겨지는 운명에 처해있다.
초기 대응에의 아쉬움, 대형사고에 대한 훈련의 부재, 구조된 선원처리에의 의문점, 구원파…. 등등
그런데 과연 해양경찰이라는 시스템이 부패하고 부정된 것인지, 존재 이유조차 없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모르는 부패한, 모종의 결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부정을 저지른 인간의 문제다.
썩은 환부를 도려낼 일을, 병에 걸렸다고 환자를 죽이는 일을 지금 정부는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장에 곰팡이가 슬었다면 조금 덜어내거나 쏟아붓고 다시 담궈야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 장독을 깨부실 일은 아니다.
해경을 해체한들 부패한 관료가,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이름만 바꿔 육경으로 안전처로 유입된다면 과연 국민이 만족할 일인지.
지휘부의 지휘가 무능했고 현장에서의 대응이 미진했다면 문책을 하고 어떤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면 행위자를 벌하고 재발방지에 주력해야 할테고 사고대응역량이 부족하다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선진화된 구조법 도입과 실질적인 훈련을 통해 역량을 키울 일이다.
해양경찰이라는 시스템 자체의 잘못이나 존재가 부정당할 일은 아닌 것이다.
징벌적인 의미로 해경을 벌하려 해체한다면 차라리 그게 납득할 만하겠다.
그에 따르는 예산과 행정력과 시행착오를 감안한다면 말이다.
그럴 것 같으면 경계에 실패하고 폭침된 천안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군은 왜 해체하지 않는지-해군출신이고 악감정은 없지만- 임진왜란 때 수군을 폐하고 육군으로 병력과 물자를 편입시키려던 우둔한 선조의 방식대로 말이다.
지금 청장이 행시출신이라 해양에 무지하다 비판받는데 육경에서 해상경비 임무를 맡게 된다면 육경청장은 어떤 사람이 맡아야 할는지-안행부 업무를 떠안은 국가안전처라면 과연 해양전문가가 기관장이 될 수 있을런지- 당최 앞뒤가 맞질 않다.
일반사법권은 떼간다 하더라도 해상에서의 구조, 경비 임무를 전담하는 전문화된 조직이 어떤 이름으로든 분명 있어야하는 게 맞지 않을지. 뭉뚱그려 합쳐놓을 게 아니라 내 한 몸 안위 따위 걱정해서 해경을 감싸고 도는 게 아니라….
많은 출혈이 있더라도 모든 면에서 대수술을 치르고 파헤쳐서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게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닐런지. 지금처럼 정말 말 그대로 탈만 갖다 바꿔쓰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업무를 끌어모아 만든 국가안전처라는 비대한 조직을 가지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려 먹을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할 일이다.
몇년 후가 될지. 없는 게 가장 좋은 일이지만 또다시 언젠가 이런 대형해상사고가 생겼을 때 똑같은 우를 범하고 해양경찰 재창설을 논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해체는 피할 수 없을 테고 정말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관이 태어나길 빈다.


[ 2014-05-21, 21:5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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