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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S 관제사가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은 이유
제2부 마지막 出航(출항)④세월호는 AIS(선박자동식별장치)를 설치한 선박이어서 목포지방해양항만청 해상교통관제운영규정(제10조)에 따라 연안 VTS의 관제구역 進出入(진출입)시 보고 의무가 없었다.

이동욱(조갑제닷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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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 07시 00분 진도 VTS…제주도 면적의 2.2배 管制(관제)

4월16일 07시00분. 진도 연안VTS(Vessel Traffic Service·해상교통관제서비스) 관제센터의 펜트하우스 7층에서는 15일 근무조인 팀장 정안철 경위(44세), 관제사 기선영 경사(35세·女), 이건호 경사(36세), 노영현 경장(40세) 등 네 명이 전날 오전 9시부터 만 22시간째 근무를 서는 중이었다. 비상시가 아닌 평시 근무임에도 이들은 24시간 연속 근무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진도 연안VTS가 관제하는 서남해역은 서해와 남해가 교차하며 황간수도, 맹골수도, 장죽수도, 우이수도, 및 매물수도 등을 통해 연간 10만여 척의 선박이 통행하는 복잡한 길목이다. 게다가 이곳 水道(수도)들은 조류가 빠르고 안개가 자주 끼어 전국 해양사고의 30%가 이곳에서 발생할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다. 진도 연안VTS가 관제하는 해역의 면적은 3800㎢로 제주도 면적의 2.2배가 된다. 일평균 300여 척의 중·대형 선박이 통항하는 이곳을 김형준 센터장의 지휘로 4명 1개조가 24시간을 근무하며 48시간 뒤에 다시 근무하는 12명 3교대 방식으로 유지하고 있었다(현재 광주지검은 센터장을 포함한 이들 13명 전원을 기소하고 그 중 5명은 구속시킨 상태다).

해경은 진도 연안VTS를 해수부로부터 인수받은 2010년 7월15일 이후 현재까지 인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12명 3교대 24시간 연속 근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24시간 동안 모니터만 보고 관제근무를 한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틈만 나면 상부로 增員(증원)을 요청했지만 4년여 동안 변한 것은 없었다. 늘상 “당신들은 이틀 연속 쉬면서 말이 많다”는 식의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통상 이 정도 규모의 VTS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70여 명의 인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제항로표지협회에 따르면 관제석당 매일 최소 9.6명의 인력수요가 요구되지만 진도VTS는 달랑 1명에게 근무를 맡겨 놓은 셈이다.

관제사들은 넓은 섹터를 좌우로 나누어 제1관제사(당시 이건호 경사)와 제2관제사(당시 기선영 경사)가 선박들을 추적하고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 정안철 경위가 어선과 경비함정 위주로 해역 전체를 지켜보는 전체관제를 하는 중이었다. 1관제사, 전체관제사, 2관제사가 나란히 앉아 근무하다가 한 명이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우면 전체관제를 맡은 사람이 그들의 모니터까지 함께 관제해 주는 근무 방식이었다. 이때 자리를 비운 관제사의 모니터상에서 기록해 두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메모지에 적어 두었다가 관제사가 자리로 돌아오면 그 메모지를 전해주곤 했다. 메모를 받은 관제사는 자신의 근무일지에 이를 기입해 두는 식이었는데, 검찰은 이를 트집잡아 허위공문서 작성이란 죄명으로 관제사 전원을 기소해 버렸다.

연안 VTS는 자신의 관제구역 내부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선박들의 선장과 항해사들에게 주변상황 및 해상교통상황을 적시에 제공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일종의 교통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이들의 자리는 1시간 또는 1시간 반마다 로테이션하는 식이어서 1관제사, 2관제사, 전체관제, 상황대기 순으로 임무를 돌아가면서 맡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만 그나마 졸음을 이기고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 업무 방식이었다. 4월16일 오전 7시 무렵 상황대기는 노영현 경장이었다. 그는 문서 수발이나 팩스 송수신 등을 담당했다. 약 한 시간 동안 모니터에서 해방되고 의자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이동할 수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임무였다. 나머지 세 명의 관제사들이 주시하는 총 12대의 29인치 모니터에는 육지와 구분된 푸른색 해상의 화면 위로 선박의 종류를 나타내는 수많은 아이콘들과 船名(선명)을 나타내는 영문자들이 어지럽게 널린 채 꼼지락대고 있었다.

레이더와 AIS(Auto Identification System·선박자동식별장치)를 통해 들어오는 신호로 해역 전체를 관제하는 연안관제센터에서는 낮과 밤이 있었다. 일출부터 일몰까지는 크고 작은 어선들이 총출동하다시피 바다로 나오지만 어둠이 찾아오면 연안 어업을 생계로 하는 어선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서 비교적 한산해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더라도 관제센터에는 밤이라고 완전한 밤은 아니다. 세월호 같은 대형 여객선이나 유조선과 화물선은 낮과 밤이 따로 없다. 게다가 채낚기 어선 같이 야간작업을 주업으로 삼는 어선들은 여전히 通航(통항)을 하고 있어 낮에 비하면 한산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충돌사고와 좌초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관제센터에서는 낮보다 통항하는 선박이 적은 어두운 밤이 오히려 근무하기가 더 버겁다고들 한다.

07시00분에 기선영 제2관제사는 東進(동진)중인 ‘명진 801호’ 우현으로 ‘금강호’란 어선이 내려오고 있음을 보았다. 그녀는 경고를 하기 위해 명진 801호를 호출했다.

진도 VTS  : 명진 801호. 진도 VTS 감도 있습니까?
명진 801호 : 네. 말씀하십시오.
진도 VTS  : 귀선 우현쪽에서 금강호란 어선 남하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그러자 이번에는 동방 첼린저 호에서 진도 VTS를 호출해 왔다.

동방 첼린저 : 진도 VTS. 동방 첼린저, 감도 있습니까?
진도 VTS  : 네. 동방 첼린저. 말씀하세요.
동방 첼린저 : 본선 전방 6마일에 있는 북상하는 선박 정보가 없어서 혹시 정보 있습니까?
진도 VTS : 북서진하는 선박 저희도 정보 없구요.
동방 첼린저 : 양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AIS를 설치하지 않은 작은 어선들은 레이더로만 잡힐 뿐 관제센터에서 선박 정보를 알 수가 없다. 이런 선박들이 해상에서 돌발적으로 나타나 해상 교통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관제사들은 AIS가 장착된 선박들에게 충돌 경고를 주고, 의심나는 선박은 인근 해역에서 순찰중인 해경 P정을 출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거의 분당 1회 이상 각종 선박과 교신하는 관제센터 내부는 언제나 무전기의 스피커를 통해 쏟아지는 각종 교신음으로 시끌시끌했다.


연안 VTS를 海警(해경)이 관리하기까지

세월호 사고 이후 현재까지 검찰과 언론에 의해 해경의 VTS 관리능력이 엉망이라는 식으로 보도돼 왔다. 대다수 국민들은 해경이 VTS를 운용하는 것 자체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VTS 관리능력도 없다는 해경이 VTS를 관장하게 됐는지 잠시 그 내막을 들여다보자.

우리나라의 VTS는 최근에 신설된 통영 VTS까지 모두 18곳이 있는데 <항만 VTS>와 <연안 VTS> 두 종류로 나뉜다. 인천, 부산, 마산, 제주도 등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들을 관제하는 <항만 VTS>가 15곳, 진도와 여수 및 통영 등 연안을 오가는 선박들을 관제하는 <연안 VTS>가 3곳이다. 1993년 포항만 VTS에서 시작되어 하나 둘씩 늘어난 이 모든 관제센터를 처음에는 해수부가 관리했다. 이들 중 연안 VTS인 진도와 여수 VTS만을 해경으로 이관하게 된 것은 2007년 12월7일 발생한 ‘태안만 기름 유출 사고’에서 연유한다.

이 사고는 당시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삼성중공업 소속 삼성 1호 크레인 바지선을 예인선이 경남 거제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예인선과 연결한 와이어가 끊어져 바지선이 표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지선은 2시간가량 떠내려가다 태안만 앞바다에서 정박중이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를 들이받는다. 그 후 이틀간 13만2000 갤런의 원유를 태안만 일대에 쏟아내며 광활한 지역을 오염시켰다.

직접 피해를 입은 어민과 태안만 일대의 1만2000여 주민들은 건강과 생계위협을 동시에 받게 되었고 석 달 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보상 규모를 4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 발표했다. 항목별로는 방제작업 1100억 원, 어업·양식업 1700억 원, 관광업 720억∼1440억 원 등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피해주민들이 주장하는 최고 수조원 피해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라 지금까지 논란이 수그러지지 않는다. 특히 무면허, 무허가, 무신고 등 이른바 ‘3無 어민’들의 피해까지 포함하면 그 피해 규모와 보상 액수가 10배가량 증폭하는데, 국제법상 보상대상에서 이들이 제외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막대한 국가적 피해가 발생했던 이 사고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 관제대상이었던 예인선과 유조선 양측 모두 VTS의 무선 청취를 아예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연안에서 사법권이 없는 해수부의 관제망을 의무적으로 청취하지 않아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부연하자면, 바지선이 제멋대로 떠내려가는 것을 모니터상으로 발견한 VTS 관제사가 예인선 선장을 호출했지만 그는 무선청취를 하지 않고 있었다. 선장을 호출하는 데 실패한 VTS 관제사는 1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선장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 통화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미 예인선은 조류를 타고 흘러가던 바지선을 따라잡기에 너무 늦어버렸다. 게다가 떠내려가던 바지선은 정박 중인 유조선으로 접근 중이었다. 이번에는 관제사가 유조선 선장과 무선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마저 통화실패로 이어지면서 뻔히 보는 와중에 13만2000 갤런의 기름이 쏟아져 나오는 사태를 맞아야 했던 것.

당시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정부는 2010년 7월15일, 국무총리령에 의해 진도와 여수 등 ‘연안 VTS’는 사법권을 가진 해양경찰청이 관할, 운용토록 했다. 진도와 여수 등 연안 VTS가 해경으로 이관된 이후에는 해당 해역을 항행하는 모든 선박들은 VTS의 호출에 응답하지 않았을 경우 강력한 법적 제재를 받게 되면서 VTS의 통제력이 강화될 수 있었다. 대신 해경은 인력증원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해경 상층부의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지금껏 24시간 3교대 근무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고 이후 검찰과 언론은 해경의 무능력을 강조하면서 VTS 관리체제의 이원화가 무조건 나쁜 것처럼 보도하는 중이다. 한 술 더 떠 언론은 해경과 해수부의 VTS 관할권 다툼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현재의 여론대로라면 VTS 관리체제가 ‘태안만 오염사건’ 이전의 해수부 관리체제로 일원화되어 환원될 조짐이다. 정확한 사고의 원인을 찾아내야 할 검찰과 언론이 합작한 엉터리 진단과 대책이 국가 행정을 진보가 아닌 퇴보로 유도하는 중이다. 이들의 엉터리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사건을 따라가 보자.


07시07분18초

南行(남행)하던 세월호가 4월16일 07시07분18초에 흑산도 부근으로 내려와 진도 연안VTS의 관제구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진도 VTS 관제석에 설치된 29인치 푸른색 화면의 모니터에 붉은 네모상자 속 두 사람이 팔 다리를 벌린 모양의 조그만 타깃(아이콘·표식)이 SEWOL이란 영문자와 함께 관할 구역 표시선상에 나타났다. 이 타깃 모양은 여객선임을 말해준다. 타깃의 진행방향으로 약 2cm 되는 안테나 같은 선이 붙어 있었다. 방향을 알려주는 벡터(Vector)로 선박의 船首(선수) 방향이다. 세월호의 벡터는 남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월호 타깃의 위치 변동이 6초 간격으로 나타났다. 항해속도가 14~23노트 사이의 선박들은 AIS의 신호전송 주기가 6초이기 때문에 세월호의 속도가 이 범주에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레이다(Radar) 신호와 AIS 신호를 조합해 모니터로 보여주는 해상 관제 시스템은 선박의 충돌이나 좌초를 예방하기 위한 설비이지 세월호처럼 자체적인 결함으로 운항 중 침몰하는 경우, 응급신호가 오기 전엔 모니터만으로 알 수가 없다. 진도 VTS에 근무하는 제 2 관제사 이건호 경사가 자신의 섹터에서 육지쪽으로 몰린채 항해중인 약 80여 척의  中·大型(중․대형) 선박들을 주시하다 비교적 한적한 화면 왼쪽 흑산도 부근에서 남행하는 세월호의 관내 진입을 발견했다. 모니터로 보면 육지로부터 약 60여 km 떨어진 세월호의 인천-제주 항로상에는 다른 선박들이 거의 없는 반면 세월호의 좌측으로는 연안을 따라 작은 어선을 포함한 선박 100여 척이 작은 점들로 꿈틀대고 있었다. 항공관제의 경우는 비행기가 정해진 항로를 따라 이동하므로 관제가 용이하지만 선박관제의 경우 드넓은 바다에서 제각기 자유자재로 움직이므로 관제하기가 쉽지 않다.

이건호 경사는 세월호의 타깃을 주시하며 마우스를 타깃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는 붉은 네모상자로 둘러싸인 세월호 타깃을 클릭해 붉은 네모상자를 해제시킨 뒤 마우스 우측버튼을 클릭해서 도메인 설정 메뉴를 열었다. 화면에 작은 메뉴 상자가 나타났고 500m, 1000m, 2000m 식으로 거리 수치가 나열됐다. 관제사는 500m을 선택한 뒤 설정을 눌렀다. 세월호 타깃 주위로 500m를 표시하는 빨간 동그라미가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도메인 워치(Domain Watch)가 설정된 것이다. 이때가 07시08분.

도메인 워치는 VTS 관제구역 내의 모니터상으로 관제되는 모든 선박들에게 관제사들이 설정하는 경고 시스템이다. 관제구역 내에서 항해하는 선박들 주위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붉은 동그라미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동그라미들이 서로 접근해서 접촉하면 VTS의 모니터에 경보가 울린다. 선박끼리 충돌 위험이 있으니 경고를 하라는 신호인 것이다. 이때 관제사는 해당 선박과 교신하여 항로 변경을 유도해 해상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VTS이 역할과 기능에 무지한 사람 중에는 세월호가 괴선박이나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헛소문도 만들어 내곤 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사전에 도메인 워치에서 경보가 발생했을 것이다.

특히 사고 발생 후 감사원과 언론은 세월호가 관내 진입 직후 VTS 관제사가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진입 보고 없었다’며 근무태만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세월호는 AIS를 설치한 선박이어서 목포지방해양항만청 해상교통관제운영규정(제10조)에 따라 연안 VTS의 관제구역 진출입시 보고 의무가 없었다. 항만을 드나들 때엔 항만 VTS에 보고의 의무가 강제되고 있으나 항해에 집중해야 하는 연안에서는 보고 의무가 없는 것이다. 교신을 하지 않더라도 진도 VTS의 관제사들은 선박의 종류, 승선인원, 화물의 종류, 항해 속도, 목적지 등 각종 항해정보를 마우스로 한 번만 클릭하면 알 수 있다. 선박에 설치된 AIS에 해당 정보들이 입력되어 있고 이 데이터를 진도 VTS에서 자동수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연안을 오가는 선박 주변에 충돌이나 좌초의 위험수요가 없는 한 승조원들이 불필요한 무선교신으로 안전운항을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항로 상 위험수요가 등장하면 즉시 관제사의 모니터에서 붉은 색 원이 뜨면서 경보로 알려준다.

세월호도 이런 도메인 워치가 설정됐으니 다른 선박과 충돌위험은 거의 사라진 셈이었다. 더구나 세월호의 항로상에는 다른 선박들이 거의 없었으니 위험 수요가 제로에 가까운 상태였다. 한 명의 관제사가 관제하는 선박들이 대략 80~100여 척이 되는데, 그 중 세월호는 가만 두어도 될 만큼 안전한 곳에서 항해중이었던 것이다.

검찰과 언론은 관제센터에 설치된 ‘지능형 해상교통관제시스템’의 ‘위험경보분석장치’를 거론한다. 이 장치는 배가 급선회하거나 기울게 되면 자동으로 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리는 장비인데 진도 VTS에서는 나흘 전에 고장난 채 방치해 두어서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재결과, 이 또한 사실과 달랐다.

진도 VTS에 이 장치가 있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이 장비의 기능은 관제사가 쓸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노르웨이의 노스 콘트롤(North Control)社 제품인 이 장비에 대해 어느 관제사의 증언은 이렇다.

“그 장비는 관제용으로 도저히 쓸 수 없는 舊式(구식) 장비였습니다. 메인 서버는 인천 해경청에 있어요. 우리가 여기서 화면에 마우스를 대고 배 한 척의 선박정보를 클릭하면 한 참 걸려요. 심하면 1분 이상 화면이 멈춘 채 있습니다. 그동안 다른 선박을 관제해야 하는 데 언제 이것만 지켜보고 있어야 합니까. 그러다 사고나면요? 그래서 우리는 12개 모니터 사이에 이걸 보조용으로 두고 경비함정과 어선의 위치파악 용으로 사용해 왔던 겁니다. 더구나 우리 업무가 충돌과 좌초를 예방하는 교통관제이잖습니까.”

모니터로 선박의 운항을 관제하는 관제센터에서는 사고 예방을 주목적으로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90% 이상이 사고 선박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고서 알게 된다고 한다. 모니터상으로  선박의 급선회나 기울어짐을 즉각적으로 알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언론은 '왜 몰랐냐'며 관제사들을 다그쳐 왔던 것이다.

4월15일 오전 9시부터 22시간을 연속 근무해 온 관제사들은 앞으로 2시간 후면 교대를 하여 48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들이 관제하던 모니터상의 선박 중 가장 안전한 선박에 속하는 세월호로 인해 진도 VTS 근무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악몽을 체험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계속) 

[ 2014-10-07, 11:3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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