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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단서 - 진도 VTS의 ‘타겟 목록’이 보여준 眞實(진실)
제4부 세월호 사고원인 추적③08시48분37초에 세월호의 방향이 159도로 바뀌었다. 21초 사이에 135도에서 24도나 旋回(선회)하고 있다.

이동욱(조갑제닷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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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퍼즐조각을 찾아서

디테일한 정보를 취합해 시뮬레이션을 해야만 제대로 풀릴 것이지만 기자가 취재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추적해 보면 외날 스케이트 위의 貨客船(화객선) 세월호가 ‘연속 변침’을 하면서 침몰한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 발생 당시의 AIS 신호 수신 단절로 ‘잃어버린 퍼즐조각’이 생기는 바람에 이 또한 기자의 추론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취재가 6개월째로 접어들던 10월21일, 기자는 결정적 단서가 되는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세월호에 장착된 AIS는 약 20초 간격으로 시간, 경도, 위도, 방위각, 속력 등 항적 정보를 송출한다. 이 신호가 海警이 운용하는 진도 VTS를 거쳐 대전의 통합전산센터에 저장되고 해수부는 이 자료를 취합해서 항적도로 발표해 왔다. 문제는 당시 통합전산센터의 서버작업 등으로 사고 순간의 항해 정보를 수신하지 못한 채 불완전한 航跡圖(항적도)가 작성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해수부는 다섯 번이나 수정된 항적도를 발표함으로써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양산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이로써 세월호의 블랙박스가 될 사고 순간의 항해정보는 영원히 구해질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AIS의 항해 정보는 해수부의 통합전산센터로 가기 전에 진도 VTS를 거치고 있었고, 이곳에서도 세월호의 항해 정보를 수신해서 저장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海警의 진도 VTS는 해수부 통합전산센터의 서버작업으로 인한 단절과 무관하게 세월호로부터 항해 정보를 끊임없이 수신해 오고 있었다. 기자가 구해 본 이 자료는 세월호가 南行(남행)하다가 정확히 얼마의 속력으로 몇 시 몇 분 몇 초에 방향을 바꾸기 시작하는지를 약 20초 간격으로 연속적으로 기록해 두고 있어 사고 전후의 과정을 온전히 알아보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한 가지 결점은, 진도 VTS의 컴퓨터에 설정된 타이머가 실제보다 1분47초 빨리 되어 있어 이 자료의 시간에서 1분47초를 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정도이다.


진도 VTS의 ‘타겟 목록’

기사본문 이미지
기자가 입수한 '타겟 목록'
이 자료는 세월호가 4월16일 오전 7시08분에 진도 VTS의 관제구역으로 진입했을 때 海警의 이건호 관제사가 도메인 워치를 설정해 둠으로써 세상에 남게 됐다. 도메인 워치를 설정한 그 순간부터 세월호의 항해 정보는 자동적으로 진도 VTS의 컴퓨터에 저장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자가 입수한 이 자료는 ‘타겟 목록’이라고 불리는데, 관제센터의 컴퓨터에 보관된 세월호 항적도를 모니터로 불러낸 뒤 세월호에 마우스를 갖다 대고 ‘타겟 목록’을 클릭하면 숨어있는 항해 정보 자료가 화면에 뜨는 것이다.

많은 논란과 추론을 일시에 잠재워 버릴 수 있는 이 자료를 보면 세월호는 맹골수도를 통과하면서 136도의 침로를 유지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135도가 됐다가 133도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136도에서 137도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조타수가 선체의 균형을 잡거나 미세한 방향 수정을 위한 조타 행위로 발생하는 방위 변동이다.

타겟 목록은 한 번에 두 줄씩 항해정보를 보여주는데 윗줄에는 ‘기준점’과 ‘시간’이 표기되고 그 다음 줄에 다음과 같은 약호(괄호 속 한글 표기는 기자-注)의 구분대로 내용이 표기된다.
< Attr(속성) Name(船名) Calls(콜 사인) Lat(緯度) Lon(經度) Crs (코스) Spd(속력) >
먼저 샘플 자료로 읽는 법을 알아보자.

***  시간 : 16.04.2014  08:49:20 :
R!P   SEWOL   121832    N 34 09.9164    E 125 57.6946    136    18

윗줄의 *** 표시는 기준점에 관한 표기로 우리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그 옆의 시간을 보면 2014년 4월16일을 逆順(역순)으로 표기한 것임을 알 수 있고, 바로 옆에 시간이 나타난다. 진도 VTS의 컴퓨터 타이머 설정오류로 인해 1분47초 빠른 시간이므로 실제 시간은 08시47분33초이다. 바로 세월호 사고 직전의 시간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줄의 R!P는 Replay의 약호로 ‘再生(재생)’을 의미하며 이 자료의 속성을 뜻한다. 그 옆으로 세월호 船名(선명)이 영문 SEWOL로 나오고, 121832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이 번호는 세월호의 ‘콜 사인’이다. 다시 이어지는 N과 E의 숫자들은 北緯(북위)를 표시하는 위도의 숫자와 東經(동경)을 표시하는 경도의 숫자들이다. 그 옆으로 136의 숫자는 항로가 136도로 진행 중임을 의미하며, 끝으로 18은 18노트의 속력을 표시한다.


08시48분37초에 세월호의 방향이 159도로 바뀌다

그러면 이제부터 타겟 목록에 기록된 정보로 당시 세월호가 어떤 항해를 하고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편의상 08시47분54초부터 08시59분25초까지 약 12분간의 航跡(항적)을 추적해 보기로 한다. 이 시각은 타겟 목록에서 08시49분41초~09시01분12초로 나와 있다.


***  시간 : 16.04.2014  08:49:41 :
R!P  SEWOL  121832  N 34 09.8351  E 125 57.7912   135  17

***  시간 : 16.04.2014 08:50:03 :
R!P  SEWOL  121832  N 34 09.7673  E 125 57.8740   135  17


08시47분54초에 세월호는 17노트로 135도 방향으로 航進(항진)중이었다. 흔히 알려진 19~20노트가 아니라 속력을 조금 줄이고 있었던 것이다.

08시48분16초 당시에도 세월호는 135도로 항진중이었다. 이때까지 1차 변침은 없었다. 속도 역시 17노트 그대로였다. 그런데 21초 뒤엔 航跡(항적)이 완전히 달라진다.  

***  시간 : 16.04.2014 08:50:24 :
R!P  SEWOL  121832  N 34 09.6489  E 125 57.9479   159  16

08시48분37초에 세월호의 방향이 159도로 바뀌었다. 21초 사이에 135도에서 24도나 旋回(선회)하고 있다. 속력은 1노트가 줄어든 16노트. 이것만 보면 급변침이라고 주장해도 부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사이에 조타실에서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처음 5도 변침, 다음 5도 변침이 약 15초 사이에 일어났고 그로 인해 배가 좌현으로 쓰러지자 조타수의 방어적인 우변침이 더해져 145도에서 멈춰야 할 배가 159도까지 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 조타실은 조타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어, 배가 이렇게까지 넘어가도 되나?”

이 순간, 승객이던 김태환씨의 증언 퍼즐이 타겟 목록의 퍼즐과 꼭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의 증언을 다시 인용해 본다.

<5층 갑판에 올라와서 저는 右舷(우현) 뒤쪽 난간에 서서 섬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섬이 무척 가깝게 있었습니다. 지도를 펴서 이 섬이 무슨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보려고 했어요. 바로 그때 배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는가 싶더니 선체가 왼쪽으로 스윽 기울더라고요. 하여간 우회전은 굉장히 급하게 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거지요. 오토바이 탈 때처럼 말입니다. 그 때 저는 ‘어, 배가 이렇게까지 넘어가도 되나?’ 이런 생각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런데 기울기가 점점 심해지는 겁니다. 뭔가 이상한 거잖아요. 後尾(후미) 난간 양 끝에 주황색 구명조끼와 구명 튜브가 걸려 있었어요. 제가 그걸 가지러 한 발짝을 뗐지요. 그런데 船首(선수)쪽에서 ‘꽝’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뭔가 육중한 철제 물체가 부딪히는 소리였습니다. 고개를 돌려 앞을 보니까 바다에는 이미 붉은 색 컨테이너가 둥둥 떠 있고 흰색 스티로폼 같은 것들과 다른 화물들도 떠 있는 겁니다.

‘어, 이상하다. 이거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과 동시에 배가 왼쪽으로 ‘확!’ 넘어갔습니다. 저는 저대로 반사 신경 덕분에 양 팔을 뻗어 난간을 꽉 잡았지요. 이 배를 타고 나서 제가 두 손으로 난간을 필사적으로 붙잡은 게 그때가 처음입니다. 안 잡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고 지도고 전부 다 바닥에 떨어졌다가 左舷(좌현) 쪽으로 주욱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바다 속으로 튕겨져 나갔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에 언급된 진실의 퍼즐을 여기서 다시 한 번 대조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08:48 :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 이르자 침로 약 135도, 속력 약 19노트(최고 속력 21노트)를 유지한 채 우현 변침을 시도하면서 주변 수역의 조류 특성 및 변화에 주의하여 조타수 조준기가 조타기를 제대로 조작하는지 여부를 잘 살펴 조타기 조작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도록 지휘하였어야 함에도 레이더의 침로만 보고 있는 상태에서 만연히 피고인 조준기에게 1차 140도, 2차 145도로의 변침을 일임한 잘못을 범하고, 피고인 조준기는 그 지시에 따라 우현 변침을 시도하던 중 원하는 대로의 변침이 이루어지지 않자 당황하여 임의로 조타기를 우현 측으로 對角度로 돌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바람에 선수가 급속도로 우회전하면서 외방경사의 영향으로 선체가 좌현 측으로 급속히 기울어졌다.>

검찰의 공소장은 우선 속력이 17노트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19노트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조타수가 우현으로 변침 중 원하는 대로 변침이 이루어지지 않자 임의로 조타기를 우현으로 크게 돌리는 잘못을 저지른 결과 선수가 우회전하면서 좌현으로 기울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한결의 진술서에 따르면 140도 변침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145도 변침을 하면서 선체가 기울어졌다고 한다. 선체가 기울어지면서 조타수가 타를 우현으로 크게 돌린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선체가 기울어진 원인은 연속 변침으로 인해 원심력의 증가를 불렀고 불량 固縛(고박)된 화물들이 왼쪽으로 쓰러지면서 선체를 좌현으로 기울도록 한 것이었다. 이로써 검찰의 공소장은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실체적 진실을 완성할 수 있는 진실의 퍼즐조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불량 조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 직후의 航跡(항적)

지금부터 계속해서 인용되는 자료는 사고 직후 선체가 계속 우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에는 세월호의 방위각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선체가 완전히 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속력은 계속 떨어져 당시 현지 조류속도인 2노트 부근에 도달하고 있어 표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시간 : 16.04.2014 08:50:46 :
R!P  SEWOL  121832  N 34 09.5954  E 125 57.9432   183  15

***  시간 : 16.04.2014 08:51:07 :
R!P  SEWOL  121832  N 34 09.5319  E 125 57.8741   243  11

***  시간 : 16.04.2014 08:51:30 :
R!P  SEWOL  121832  N 34 09.5210  E 125 57.8056   261  10

***  시간 : 16.04.2014 08:51:51 :
R!P  SEWOL  121832  N 34 09.5307  E 125 57.7384   282  11

***  시간 : 16.04.2014 08:52:13 :
R!P  SEWOL  121832  N 34 09.5608  E 125 57.6669   305  10

***  시간 : 16.04.2014 08:52:34 :
R!P  SEWOL  121832  N 34 09.5999  E 125 57.6265   324  08

***  시간 : 16.04.2014 08:52:56 :
R!P  SEWOL  121832  N 34 09.6357  E 125 57.6068   336  06

***  시간 : 16.04.2014 08:53:17 :
R!P  SEWOL  121832  N 34 09.6690  E 125 57.5980   348  05

***시간 : 16.04.2014 08:53:40 :
R!P  SEWOL  121832  N 34 09.6950  E 125 57.5940   354  05

***  시간 : 16.04.2014 08:54:01 :
R!P  SEWOL  121832  N 34 09.7248  E 125 57.5902   354  05

***시간 : 16.04.2014 08:54:23 :
R!P  SEWOL  121832  N 34 09.7430  E 125 57.5928   000  04

***시간 : 16.04.2014 08:54:44 :
R!P  SEWOL  121832  N 34 09.7650  E 125 57.5940   001  03

***시간 : 16.04.2014 08:55:06 :
R!P  SEWOL  121832  N 34 09.7832  E 125 57.5968   002  03

***시간 : 16.04.2014 08:55:27 :
R!P  SEWOL  121832  N 34 09.7968  E 125 57.5968   003  03

***시간 : 16.04.2014 08:55:50 :
R!P  SEWOL  121832  N 34 09.8134  E 125 57.5969   004  03

***시간 : 16.04.2014 08:56:11 :
R!P  SEWOL  121832  N 34 09.8267  E 125 57.5980   004  02

***시간 : 16.04.2014 08:56:33 :
R!P  SEWOL  121832  N 34 09.8417  E 125 57.5982   004  02

***시간 : 16.04.2014 08:57:00 :
R!P  SEWOL  121832  N 34 09.8582  E 125 57.5999   004  02

***시간 : 16.04.2014 08:57:36 :
R!P  SEWOL  121832  N 34 09.8805  E 125 57.6021   004  02

***시간 : 16.04.2014 08:58:12 :
R!P  SEWOL  121832  N 34 09.9000  E 125 57.6038   003  02

***시간 : 16.04.2014 08:58:48 :
R!P  SEWOL  121832  N 34 09.9205  E 125 57.6065   003  02

***시간 : 16.04.2014 08:59:24 :
R!P  SEWOL  121832  N 34 09.9400  E 125 57.6075   004  02

***시간 : 16.04.2014 09:00:00 :
R!P  SEWOL  121832  N 34 09.9596  E 125 57.6075   002  02

***시간 : 16.04.2014 09:00:36 :
R!P  SEWOL  121832  N 34 09.9795  E 125 57.6084   001  02

***시간 : 16.04.2014 09:01:12 :
R!P  SEWOL  121832  N 34 09.9994  E 125 57.6084   000  02
<자료 끝>


세월호의 침몰 원인

검찰의 공소장, 박한결 항해사의 진술서, 강정민 변호사의 인터뷰 자료, 해수부의 항적도, 목격자들의 증언 그리고 진도 VTS가 보유중인 세월호 타겟 목록 등의 자료를 종합 분석해 보면 비로소 우리는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종합하면 ▲불법 改變造(개변조)로 인한 좌현 절름발이의 선체 ▲화물 過積(과적) ▲불량 固縛(고박) ▲평형수 제거 ▲미숙한 항해사의 연속변침 등 다섯 가지 요인들이 맞물려 발생한 사고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불행의 시각은 4월16일 08시48분16초에서 시작되어 37초까지 21초간 이어졌다. 이후엔 어떤 수단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 것이다.●

[ 2014-10-29, 10:5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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