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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56분22초)"아니, 구명조끼를 왜 꺼내? 미친…우리 뒤지기 싫어요"
제5부 救助(구조)①단원고 2학년 故 박수현군이 남긴 동영상/(08시52분)진짜 침수되는 거 아니야? 아. 내리고 싶어. 씨바 진짜 진심이야. (08시58분02초)현재 지금은 배가 기울어졌습니다. 전 토할 것 같고요.

이동욱(조갑제닷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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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에 남은 학생들의 불안

세월호가 급선회를 하며 좌현으로 기울어지던 08시48분부터 해경의 구조 헬기와 P123정이 도착하던 09시30분까지 42분간 船體(선체) 안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08시48분 당시의 증언에 따르면 객실 안은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이건 사람이건 모조리 왼편으로 휩쓸렸다고 한다. 3층 복도에서는 자판기가 쓰러졌고 4층 객실에서는 벽걸이 TV가, 5층 라운지에서는 소파가 사람들과 함께 뒹굴면서 일제히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생존자 전영문(61) 씨는 학생들이 “엄마!”, “아빠!”를 찾는 비명을 질렀다고 기억한다. 순간적인 소동으로 인해 승객들 가운데는 자판기에 깔려 골절상을 입거나 가구가 쓰러지면서 부딪혀 입술이나 머리가 찢겨져 피가 나기도 했고, 아침 식사 중이던 식당에서는 끓는 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화상 환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객실에 남아있던 학생들은 이 모든 소동을 보지 못한 채 불안감을 즐거움으로 바꾸려 애쓰고 있었다. 325명의 학생들이 단체로 여행을 떠났지만 이들의 인솔 책임을 맡은 교사 14명은 위기상황을 맞아 학생들을 인솔하며 비상사태를 극복하지 못했다. 수학여행의 인솔 실패인 셈이다. 45도 이상으로 기울어져 엉망으로 변해가는 선실 내에서 인솔 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겁에 질려 있었고 몇몇 교사들만이 겨우 학생들의 안부를 물으며 안심시키는 수준이었다. 船上(선상) 안전교육을 인솔 교사들도 받지 않았으니 그들로서도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08시58분에 교감 강민규씨가 교사들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에는 방송 내용을 따른 듯 ‘움직이지 마시고’라는 지시가 포함돼 있다. 잘못된 안내 방송을 인솔 교사들이 증폭, 확산시키고 있었던 셈이다. 학생들은 안내방송을 따라 하는 교사들에게 의지할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듯 불안을 감추기 위해 자기네들끼리 애써 떠들었다.

그 배의 유일한 인솔자는 세월호 계약직 여승무원인 스물두 살의 박지영 양뿐인 듯했다. 그녀는 10시10분이 지나도록 계속 방송을 했다.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그녀는 여객선 세월호를 유원지의 작은 배로 인식한 듯 무조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어 달라”고 반복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476명의 승객 가운데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할 기회를 놓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294명이나 됐다(탈출 과정에서 사망한 단원고 정차웅 군 포함-注).

09시30분경 해경의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船室(선실)의 476명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었을까. 단원고 2학년 故 박수현군이 남긴 동영상에는 같은 방을 쓰던 여러 친구들과의 대화와 함께 불안을 감추려 애쓰는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번 들여다보자. (시간대별 세월호의 기울기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발표에 따른 것-注)


야, 팔 후들거려. 야, 더 기울어져. 더 기울어진다고?

08시52분 : 세월호는 30도로 기울고 있었다.

<동영상>

아, 기울어졌어.
야, 나 좀 살려줘.(웃음)
08시52분32초<안내 방송>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우려 사고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 중>

<동영상>

진짜 침수되는 거 아니야?
떨리는 거 장난 아니야.
…잡을 수 없어.
못 움직여.
내 핸드폰.
씨발. 말도 안 돼.
아. 내리고 싶어. 씨바 진짜 진심이야.
야, 나도 찍어줄래?
미친놈.
야, 어때, 상황이?
아, 씨발. ㅎㅎㅎ
안 돼.
야, 왜 나갔냐?
야, 이거 야, 이거 봐봐.
들어와.ㅎㅎㅎ
더는 안 내려가지 그래도?
야, 더 쏠리는데?
쏠림 장난 아니야. 그냥 힘 빼면 이쪽으로 가.
ㅎㅎㅎ힘 좀 줘.

잠깐만, 잠깐만.
들어가.
사다리.
다 떨어져 가지고…
조용히! 조용히!

08시53분28초<안내방송>

현재 자리에서 이동하지 마시고 안전 우려 사고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영상>

야, 방문 문 열어.
안에서만 열 수 있어.

내가 그랬잖아. 아까 그것 때문에 존나게 힘들었다고.

밖에서 못 열어. 아예.
아! 뭐야! 빨리 구하라고! 아…
신난다.
야, 여기 만약에…
야, 나 진짜 죽는 거 아냐? ㅎㅎ
창가 밖이었으면 우리 죽었어. 씨발.
야, 이거 존나 흔하지 않은 일 아냐?
씨발, 당연하지, 나… 살 때도 이따위는 아니었어.(웃음)
야, 나도.

이따위는 아니었어.
야, 팔 후들거려.
야, 더 기울어져.
더 기울어진다고?
어.
장난하나?
살짝만…
야, 나 신발 좀 올려주라. (주변 웃음소리 뒤섞인 소란스러움)
나 신발 다 여기다 버렸는데.
미친 새끼야 뭐해.
위급상황이 아냐, 이게 실제라고.
야, 누가 구명조끼 좀 꺼내 와라.

아, 뭘 꺼내.
아, 씨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잖아. 이건 실제야.
야, 이것 좀…달라고.
야, 혹시 모르니까 꺼내놔.
꺼내놔야 될 것 같아.
아. 이거 존나 웃긴다.

안 돼. 안 돼.
야! 못 가.
카메라! 카메라!
이 카메라로 잘 이게 안 찍혀.



아, 이상한 냄새 나. 가스분출된 거 아냐?

(소란)

야, 살려줘…
혹시 모르니까 이거 갖고 있어.

아니야. 아니야.
난 됐어. 난 됐어.

08시54분40초<안내 방송>

다시 한 번 승객 여러분들께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손님이 계시는 위치에서…

08시55분48초<동영상>

수학여행 클라아쓰.
수현!
나는 괜찮으니까.
수학여행 클라아쓰-. 하하하

아, 안정되고 있다.
안정되고 있어?
어.
아니야.
어. 점점 왼쪽으로 가고 있어.
아까보다는 괜찮아진 것 같아.

어.

08시56분10초<동영상>

아, 이상한 냄새 나.
가스분출된 거 아냐?

<안내 방송>

승객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선내에 계신 분들은 움직이지 마시고 잡을 수 있는 봉이나…



나 진짜 내려가고 싶어졌어.여기 무섭거든

08시56분22초<동영상>

야, 이거 뉴스에 뜨는 거 아냐?
야, 희범아 같이 있자.
아-
삶은 달걀 냄새나.
…삶은 달걀 냄새 나.
적응! 적응 완료!
아-, 씨발.
야, 나 받아줄 수 있냐? 떨어져도?

아이, 떨어지지 말라니까.
나 진짜 내려가고 싶어졌어. 여기 무섭거든.
나는 내려가지 않는 걸 추천할게.
진짜.
들고 있어 봐. 너도 들고 있고, 바닥에 놔.
아냐, 내가 갖고 있을게.
아니, 구명조끼를 왜 꺼내? 미친.
우리 뒤지기 싫어요. 뒤지기 싫어요.


엄마한테 전화해 볼까? 엄마가 마지막일 수…

08시56분55초<동영상>

넌 죽어도 난 죽기 싫다.
현아.
울었어?
아니, 아니.
지금 이 상황은. 지금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나 핸드폰 어디…
페이스북에 올리면 정말 재미있겠다.

아빠, 아- 나 죽기 싫어.
야, 물들어 오면 존나 재밌겠다.

(모두 웃음)

아, 진짜 물 들어오면 진짜 우리 나가야 돼.
엄마한테 전화해 볼까? 엄마가 마지막일 수…

08시57분20초<안내 방송>

현 위치에서 절대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절대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매우 강조함)

08시57분29초<동영상>

절대 움직이지 말래.
마지막이야. 나 지금 기울어진 거 보이지? 아, 모르겠구나.
고마워.
진짜, 그런데 갑판 위에 있던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니까.
유리 깨져서 다 떨어진 거 아니야?
그리고 아까 전에 갑판에서. 갑판에 창문도 없잖아.
1층?
그러니까 더 위험하다는 거지.
현재 보시는 거는.
조용히 해봐! 조용히 해봐!
현재 보시는 거는…

08시57분58초<안내 방송>

단원고 학생 여러분 및 승객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2층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명조끼 입으라는 것은 침몰되고 있다는 소리 아니야?

08시58분02초<동영상>

현재 지금은 배가 기울어졌습니다. 전 토할 것 같고요.

(계속 방송 중)

나 지금 다리 후들거리고 속도 안 좋아졌어.
저기서 태평하게 핸드폰 만지고 있는 한국인 옆에 있어.

08시 58분 26초<안내방송>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구명동의가 착용 가능하신 승객들께서는 구명동의를 착용해 주시고…이동하지 말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명동 착용 최초 방송)

08시58분35초<동영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구명조끼 입으라는 것은 침몰되고 있다는 소리 아니야?
아, 진짜 바다로 뛰어들 것 같애.
아, 실제 상황이야
만지지 마.
안 잡아. 안 잡아.
어?
안 잡고 있어. 지금. 닿기만 하고 있어.
아니 잡지 마. 거기.
잡다가 떨어질 수도 있어.
야, 이 상황에서 폰질 중이야. 우리. (헤헤헤)
패기의 한국인이다. 우리는.
와!
수현아. 마지막.
씨발, 진짜 패기 보소.
나도.
우리 이렇게 바다로 헤엄쳐서 이렇게 될 거야.
들어가자.
왜 니가 들고 있어? 나 이제 토할 것 같거든.

08시59분07초<안내방송>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구명동의가 착용을 다 하신 승객께서는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아, 실제상황이야. 구명조끼 더 줘

08시59분22초<동영상>

…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 이렇게 죽는구나.
왜? 안 입었잖아?
응.
야, 여기 진우혁? 또 누구냐? 한정무 또 누구 없냐?

08시59분44초<동영상>

일정 그대로 가는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12시에 간다더니.
아니.
어.
더워-

08시59분58초<동영상>

야, 애기까지 있어.

애기까지 있어. 미치겠다.

구명조끼, 너 있어?
아, 실제상황이야.

구명조끼 더 줘.
평소에 안 보이던 간절함이 여기서 다 본다.

네 뒤에 쪽에도 없어?
예. 없어요.
다 떨어졌어?
어, 어지러워? (아이 소리 들림)
여자 방에 누가
센서 어딨어?

<09시03분30초. 고 박수현군 동영상 종료>(계속)

[ 2014-11-28, 15:4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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