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나는 '新羅三郞(신라사부로)' 이야기
일본 역사를 깊게 들여다 보면 예술과 문화에선 百濟 냄새가, 군사 부문에선 신라의 영향력이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의 장점들을 취하여 종합, 새로운 전통으로 만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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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발행되는 매일신문에 실렸던 일본 탐방 기사를 소개한다.
  
   <온조지(圓城寺`'미이데라'로도 불림)는 교토 근방 오츠시에 있다. 이 사찰은 교토의 엔라쿠지(延歷寺)에서 갈라져 나왔는데 엔라쿠지의 5대 좌주였던 엔진(圓珍`814~891) 대사가 세웠다. 사이초 대사의 제자인 그도 당나라 유학파로 신라인들의 도움으로 유학생활을 했다. 그는 귀국길에 풍랑을 만나 生死 기로에 놓여 있을 때 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그대를 지켜주겠다'고 했고, 귀국 후 신라선신당(新羅善神堂)을 세워 新羅明神을 모셨다. 국보인 신라명신상은 산(山) 모양의 갓을 쓰고 갈색 도포를 입었으며 흰 수염을 드리운 노인의 풍모이다. 엔진 대사가 배에서 본 노인 모습을 재현해 만든 좌상이다. 신라명신상은 50년에 한 번씩 공개된다.
   신라선신당 뒤편에는 '일본 무사의 표상'으로 불리는 한 무장의 묘소가 있다. 일본에서는 미나모토노 요시미쓰(源義光, 1045~1127)로 불리지만, 묘소 앞에는 신라사부로(新羅三郞)라 적혀 있다. 그는 신라명신 앞에서 관례(성인식)를 하고 신라사부로로 개명한 것이다. 붉은 갑옷을 입은 전쟁의 귀재였고 검술을 창안한 그는 天壽를 다하고 이곳에 묻혔다. 그는 일본 고대 명문인 '겐지'(源) 가문의 名將인 미나모토노 요리요시의 셋째 아들이었지만, 겐지 家門 전체가 신라명신을 모셨기에 자연스레 신라명신을 자신의 수호신으로 삼았을 것이다. 학자들은 겐지 家門을 신라계로 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화랑도와 일본 무사도도 연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일본에서 東北 지방이란 아키다(秋田), 이와데(岩手), 아오모리(靑森) 3개縣을 말하는데 일본 혼슈의 북단이다. 바다를 건너 북쪽에 北海道가 있다. 일본의 동북지방에는 10세기 전까지 에미시(蝦夷)라고 불리는 미개 종족이 살고 있었다. '에미시'는 오랑캐란 뜻인데 이곳을 정벌하기 위하여 만든 목책을 따라 1戶, 2戶식으로 이름붙인 것이 지금은 지명이 되었다(이 이름들이 牧馬場의 번호라고도 함). 여진족을 정벌하고 6鎭을 만든 것과 비슷하다.
   이곳을 근거로 하여 중앙에서 힘을 쓰던 후지와라 집안을 제압한 것은 신라 도래인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武家집단 미나모토(源, 겐) 집안이었다. 이 집안이 12세기에 도쿄 부근의 가마쿠라에 幕府(막부)를 세웠고, 이 막부는 몽골과 고려 연합군의 두 차례 공격을 神風의 도움으로 막아냈다.
  
   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戰國시대를 끝장내는 오다와라 대결전에 총동원령을 내렸을 때 이곳의 영주들은 참여하지 않아 영지를 몰수당했다. 명치유신 때는 이곳 영주들이 도쿠가와 막부가 퇴진했는데도 막부 편을 들었다가 새 정권을 잡은 싸쓰마, 조슈번 출신들로부터 홀대를 당했다.
   일본 東北 지방을 달려보면 아시아의 북방초원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마치 몽골고원 지역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다. 산과 대평원이 공존하고 있고, 덕분에 이곳은 좋은 牧馬場이었다. 많은 戰馬들이 여기서 공급되었다. 아오모리현에 하치노헤(八戶)라는 꽤 큰 도시가 있다. 이 도시 한 가운데 長者山이란 야산이 있는데 높이가 약50미터이다.
  
   이곳에 [長者山新羅神社]가 있다. 新羅신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신사가 모시는 主神이 新羅三郞源義光이기 때문이다. 源義光(미니모토노 요미미츠)은 11세기에 동북지방에서 벌어졌던, 후지와라 가문과의 전쟁에서 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산출되던 금을 확보하여 그 뒤 源씨 집안의 자금원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甲斐(갑비-일본어로는 가이라고 발음. 지명)源氏의 중시조가 되었는데 16세기 전국시대의 영웅 다케다 신켄은 그의 후손을 자처하였다. 義光은 자신이 신라도래인 후손임을 드러내기 위하여 이름 앞에다가 新羅三郞이라 붙였다는 說도 있다. 다케다 신켄도 軍旗에다가 新羅三郞이라 썼다고 한다.
   다케다 신켄은 기마전술에 능했는데 가마쿠라 막부를 세운 源씨 집안도 기마전술에 뛰어났다. 신라 金氏는 흉노 기마민족 계통인데 그 피를 이어받은 도래인들도 기마전술에 능통했다는 것이 이해할 만하다.
   이 신라신사에 올라가 보았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다소 삭막했다. 이 신사에서는 매년 8월2일에 騎馬打毬(기마타구)라는 게임이 벌어진다. 말을 탄 사람이 그물이 달린 막대기로 공을 쳐서 골인시키는 게임이다. 영국의 왕실이 즐기는 폴로(polo) 와 비슷하다. 일본 東北 지방에서 신라냄새를 느낄 줄이야.
  
   東北 지방의 위도는 한반도의 최북단과 비슷하다. 3월인데도 눈이 많이 쌓여 있었고, 여행중 눈이 내리기도 했다. 雪國이었다. 동북지방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함경도, 미국의 서부와 비슷하다. 변경의 역사이고 뉴 프론티어의 역사이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정복과 반란과 개척의 역사이다.
   희한한 전설도 많은 곳이다. 源義經이란 젊은 勇者는 가마쿠라 막부를 연 兄을 위해 잘 싸웠으나 형의 질투심에 희생된 사람인데, 그가 죽지 않고 바다를 건너 몽골평원으로 달아나 몽골민족을 통일했다고 한다. 즉 그가 바로 칭기즈칸이란 이야기이다.
   아오모리 新鄕村에는 예수의 무덤이란 게 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사람은 예수가 아니라 예수의 동생이고 예수는 일본으로 도망하여 이 마을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헤라이(戶來)라는 地名도 「히브류」를 일본식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인들은 이야기를 잘 지어낸다. 믿거나 말거나식의 전설인데, 그런 전설이 떠돌아다닐 만한 공간과 여유가 느껴지는 북방의 변경이 바로 東北 지방이다. 요사이는 新幹線 열차가 이곳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변경의 냄새가 점점 약해진다. 후쿠오카에서 아오모리까지는 비행시간이 두 시간이나 된다. 일본은 매우 긴 나라이다.
  
   일본 역사를 깊게 들여다 보면 예술과 문화에선 百濟 냄새가, 군사 부문에선 신라의 영향력이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의 장점들을 취하여 종합, 새로운 전통으로 만든 것 같기도 하다.
  
  
  
[ 2015-04-11, 18:5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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