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의 말을 누가 믿을까, 북한에서!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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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경대 정신 이어받자던 강정구가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맥아더 알기나 하나요?]라는 칼럼 하나로 시청률 50%를 자랑하던 삼순이 이상으로 붕붕 뜨고 있다. 차제에 김정일이 그에게 눈도장을 콱 찍을 듯하다. 머잖아 강 '동지'를 만경대 학원의 교장으로 초빙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자유를 파괴하는 자유도 허용되는 이상한 민주 국가에서 강정구는 북한식 표현인 '조국해방전쟁'을 약간 중화시켜 6․25사변을 '통일전쟁'이라 규정하고 미군이, 맥아더가 아니었으면 1만 명의 희생만으로, 399만 명의 추가 희생 없이 한반도에는 통일 국가가 세워졌을 거라며 통탄하고 있다. 그는 소련과 중공의 전쟁 지휘와 감독, 지원과 참전 등은 쏙 빼고 브루스 커밍스를 인용하면서, 소련의 문서 공개로 그 평생 공부가 벌거숭이 임금님을 단박에 알아 본 어린애의 바른 소리 한 마디보다 못하게 된 브루스 커밍스를 최고의 권위자로 인용하면서, 미국을 분단의 원흉으로, 맥아더를 학살자로 규정하고,
  
   '맥아더 동상 허물기가 너무나 당연한 민족사적 요구이고 합리적 행보임을 피력하겠다.'면서 '욕설이나 비방이 아니라 상응하는 차분한 반론을 기대해 본다.'라고 싸잡아, 1% 주사파 외의 절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을 비합리적이고 무지몽매한 중생으로 매도했다.
  
   대한민국의 정통보수세력과 설마설마 하며 중립을 지키던 사람들까지 나서서, 강정구의 망언을 규탄하고 시위를 벌이라는 것을, 머리 좋은 강정구는 미리 예상하고 이를 한갓 '욕설과 비방'으로 단정한 것이다.
  
   좋은 대학 나와서 미국에 건너가 박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김일성 부자가 대를 이어 지난 반세기 동안 줄기차게 부르짖던 독재 유지용의 조직적인 거짓말을 양심선언하듯 자못 온갖 수치를 들먹이며 분단 국가의 ‘불행한’ 국민을 계몽시키려 든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80년대 이후부터 치외법권 지역으로 바뀐 대학 교정의 담벼락에 유홍준이 좋아하는 북한식 뾰죽글자체로 밤에 몰래 대자보에 써 붙인 게 아니라, 대통령에게 잘 보이면 언제든지 몇 개월 동안 장관으로 기용될 수도 있는 대학교수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특수 신분을 십분 활용하여 강정구는 홍보효과를 한껏 높이고 있다.
  
   김일성대학에 모스크바대학이 아니라 서울대에 위스콘신대학이니, 불문곡직 친일독재 또는 군사독재로 대학물만 먹었다 하면 너나없이 20세기 후반의 세계적 기적인 한국의 현대사를 짓이기는 걸 자랑스러워 하는 위선적, 유아적, 모방적 학문 풍토에서 민주와 진보와 통일을 미국의 각종 이론을 들먹이며 슬쩍 슬쩍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비판하면, 대학생과 언론은 깜빡깜빡 잘도 속아 넘어 갔을 것이다. 매미가 되어 마음껏 노래하기 전에 땅속에 하염없이 기다리며 그는 차근차근 진지를 구축했을 것이다. 속으로는 어벙한 한국인들을 마음껏 조롱하면서!
  
   자본주의의 단맛은 날카로운 빨대로 있는 대로 빨아먹으면서 대한민국과 미국을 헐뜯고, 대학 교원이라야 겨우 월급 2~3달러 받으며 강냉이 한 포대로 한 달을 살면서 날마다 자아비판 호상비판 생활총화하면서 살라고 하면 혼비백산하여 한강철교 위로 올라갈 작자가 북한과 소련과 중공을 찬양하는 데에 일찌감치 붉은 심장을 팔았다. 그는 한국이 친북좌경화되길 끈질기게 기다리다가,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아무도 잡아가지도 않고 잡혀가면 도리어 통일영웅으로 태어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자, 고개를 조금씩 조금씩 내밀기 시작했다. 백낙청, 이영희 등의 뒤에 숨어 있다가, 386 주사파가 세련되지 못한 말로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위대한 학자처럼 보이는 흰머리를 흩날리며 표표히 무대 위에 올라가 지팡이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
   마이크가 없는 곳에서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강정구 칼럼!”
  
   한국에서는 중국의 공산통일에 감격하고 그 문화혁명에 전율하고, 베트남의 적화통일에 환호하던 도착적 민족주의와 동구의 ‘이상사회’를 동경하던 허구적 진보사상은 김일성 김정일의 국수주의와 봉건주의를 사모하는 마음을 위장하기 위한 방패였다. 생활보호대상자도 베트남의 부자보다 잘 사는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가, 통일 후에도 10년 이상 증오와 분노에 가득 차서 무장해제된 남부 사람들을 상대로 수백만을 투옥하고 고문하고 학살한 이념의 악몽에서 벗어나, 정신없이 시장경제를 배우고 있는 베트남에 가서, 600년만에 위선적 명분을 벗어 던지고 실용적 실리에 눈을 떠서 전세계에서 제일 부지런한 일본인보다 더 열심히 일하던 한국의 60년대처럼 정신없이 시장경제를 배우고 있는 베트남에 가서 따이한의 파병에 대해 사과하고, 또 다른 국가 원수가 중국에 가서 이미 13억의 말과 꿈에선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독재자를, 자국민을 3천만이나 학살한 독재자를, 대한민국의 자유통일을 가로막은 원흉을 가장 존경한다고 고백한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한 대통령으로서 그 권력을 이용하여 학자도 차마 드러낼 수 없는 사상을 그들 두 나라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국내용으로 작심하고 평소에 사모해 마지않던 나라에 가서 공론화한 것이다.
  
   여기 비하면 강정구의 말은 그 진심을 다 드러냈을 뿐이지, 그 영향력으로 보아 별 것 아니라고 낮추 말할 수 있다. 이런 큰 환경이 조성된 데다가 6․15 남북공동선언이 강철 보호막이 되어 줌으로써, 소련과 동구가 무너지면서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겪은 한국의 자칭 민족주의자와 진보파는 북한의 체제가 아직 무너지지 않고 중국이 북한의 종주국으로 남아 있다는 것에 크나큰 희망을 걸고 막판 대역전을 꿈꾸게 되었다. 국가 권력에 이어 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것은 방송과 초고속인터넷망이다.
  
   한국의 방송은 반공의 나팔수에서 어느 날 아침 깨어나 보니 반공의 원수로 돌변해 있었다. 인류 최악의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고 북한주민의 희망인 대북 진실보도도 슬그머니 왜곡축소 보도로 바꾸는 등 사회의 중추로 떠오른 386 주사파가 광범위하게 포진한 방송국은 당국의 철저한 지도편달을 받는 북한의 단조로운 방송국보다 훨씬 더 김정일을 기쁘게 했다. 국민에게 서서히 최면을 걸기 위해, 그들은 온갖 향기로운 말로 모든 프로그램에 당의정을 입혔다. 통일(친북), 자주(반미), 평화(김정일 살리기), 친일파 청산(한국의 정통성 부정하기), 민주(군 출신 대통령 부관참시와 야당 ‘조지기’), 분배(정경유착 침소봉대로 노조를 정치세력화하기), 정의(친여 시민단체의 박수부대화), 개혁(사회주의화), 화해(뒤통수치기) 등으로 10여년에 걸쳐 진실을 호도하고 비판을 원천 봉쇄하는 풍토를 구축했다.
  
   지금은 소비자 시대이다. 지금은 민주 시대이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다. 어떤 회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정부도 다른 회사도 그 회사 자신도 아닌 소비자이듯이, 어떤 나라의 정책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더 이상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다. 관광지에서조차 지역주민을 한 명도 못 만나게 철조망을 두르고, 1000만 이산가족이 60년이 넘도록 편지 한 통 못 주게 받게 기를 쓰고 가로막아도 전파는 차단할 수 없고 상품과 식량은 끊을 수 없다. 그 무엇보다 민초의 배고픔은 속일 수 없다. 전쟁 한 번 없이 300만이 굶어 죽었기 때문이다. (강정구, 잘 들으시라.)
  
   북한에는 김정일 외에는 강정구의 말을 믿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북한주민은 노동당원과 군인을 포함하여 한 명도 남김없이 오직 결정적 순간만을 기다릴 뿐이다. 오직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아 개처럼 충성하는 척하면서 때만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북한에서 가장 충성스러워 보이는 자를 한 명 자유의 나라 미국에 데려가서 북한의 보위원과 안전원이 절대 손을 댈 수 없는 미국의 위스콘신대학에 가서, 6․25는 통일전쟁이고 미국은 분단의 원흉이라는 당신 말을 진지하게 들려 줘 보라. 1년을 설득해도 안 될 것이다. 아마 사흘도 안 지나 당신의 입에는 재갈이 물릴지도 모른다. 그가 정색하면, 저승사자란 말이 즉시 떠오를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국에는 당신의 말에 찬동하는 자들이 수백만이 될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주희와 마르크스의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발적 주사파가, 김씨 왕조에 영혼 깊이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 어쩌면 수천만이 될지도 모르지만, 북한에는 딱 한 명밖에 없다. 어쩌면 그 한 명도 그것이 거짓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지 모른다.
  
   “신 선생, 저건 다 가짜야. 거짓으로 하는 소리지요.” (연회장에서 자정이 넘은 시각에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만세!’를 외치며 무대에서 깡충깡충 뛰는 여성 밴드원을 보고 김정일이 신상옥에게 한 말)
  
   (2005. 7. 29.)
  
  
[ 2005-07-30, 09:5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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