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價공개는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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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프리존 김광동의 대한민국 2005/08/01
  
  
  
  아파트 건설원가 논쟁이 뜨겁다. 뜨거운 만큼 원가논쟁에는 오늘의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 과연 시장경제에 원가(原價)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돼지고기와 컴퓨터의 원가가 있는가? 미니스커트와 화장품의 원가가 있는가? 국회의원의 일에, 노동자 노동에 원가가 있는가? 오늘 자신이 한 일의 노동 원가를 계산할 수 있는가? 원가가 있다면, 왜 같은 상품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것인가? 또 원가가 있다면 왜 하나씩 사면 1만원이던 것이 1만개를 사면 6천원에 주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사회주의 경제를 전제로 하지 않는 시장경제에서 원가는 애초부터 없다. 사려고 하는 사람이 지불하는 값인 가격만 있을 뿐이다. 가격이 고정될 수 없는데 어떻게 원가가 있을 수 있겠는가? 중학교 <사회>과목에서부터 <경제원론>까지 누누이 배워온 대로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10만원을 들여 만든 의자도 예술성과 편의성이 있다면 100만원에 팔리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2만원에 팔릴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쓰레기밖에 안된다며 의자 값은커녕 오히려 의자쓰레기 치우는 비용 2천원을 달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격이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지불하는 대가일 뿐이다.
  
  가격이 없는데 원가를 계산하고 보장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원가논쟁(原價論爭)에 빠져있다. 원가논쟁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민노당이 처음 제기했던 것으로 열린우리당이 작년 총선에서 민중주의적 필요에 따라 공약으로 우려먹었다가 총선후 노무현대통령의 반대로 잠수했던 것이었다. 그것을 이젠 민중주의의 편승으로 재미를 본 한나라당이 나서서 추진하고 있다. 민노당은 그렇다고 치고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까지 국민환심을 사겠다고 원가공개를 검토하더니 급기야는 노대통령까지 나서 “원가공개를 못할 것도 없다”며 추진의사를 밝혔다.
  
  이것이 바로 전체주의로 가는 사회의 단면이다. 이것이 바로 민중주의(populist)로 가는 사회의 풍경이다. 도대체 원가를 어떻게 산출하겠다는 것인가? 어떻게 검증하겠다는 것인가? 땅값은 말할 것도 없고 목재 값, 모래 값 등의 원자재 값, 휘발유 값, 노동임금 값, 유리 값, 운전기사 값, 차량대여 값, 마케팅 값, 건축설계 값, 조경 값, 조경용 나무 값 등 아파트를 짓는데 필요한 무한대에 가까운 세세항목의 가격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설사 측정했다고 쳐도 내일 바뀌고, 모레 바뀌는 가격이 어떻게 원가가 될 수 있는가? 원가가 있다는 논리나, 원가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회주의적 논리다.
  
  만약 원가가 있고 원가와 함께 일정 이윤을 보장받는다면 경쟁이 필요 없게 된다. 부도나는 기업이란 있을 수 없다. 원가를 다 인정받으며 원가에 덧붙여 5%든 10%든 이익을 보장받는다면 효율을 향한 경쟁과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경쟁이 있다면 이익 최대화를 위한 원가 부풀리기 경쟁만 남을 것이다. 사회주의처럼 원가를 보장한다면 경영(management)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경영이란 아파트 한 채를 2억원에 공급하겠다고 약속(분양)을 하고 대신 최대한 2억원 이하로 만들기 위해 공동구매도 하고, 공법개선도 하며, 싸고 좋은 노동력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노력이 곧 경영이자 경제다. 그것이 없는 경제는 곧 사회주의경제다.
  
  만약 원가가 공개된다면 그 원가는 과거 공개이전의 원가보다 적어도 30%이상 급격히 증가될 것이다. 왜냐하면 원자재 구입비 절감이나 공법 개선을 위한 노력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이 없어질 것이고, 오히려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한 원가 부풀리기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원가공개가 제도화되는 순간 공개된 원가가 맞느냐, 안 맞느냐하는 원가진위여부의 다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가공개가 제도화되면 사회의 다른 모든 영역에서도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의 길이다. 나의 이익추구는 정당하다고 굳게 믿으면서 다른 사람의 이익추구는 못 보겠다는 그 내재된 심리가 바로 사회주의로 이끄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나라 망하는 길이다.
  
  원가를 인정하지도, 보장하지도 않는 것이 시장경제다. 구매하는 사람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값을 쳐주지 않는 한 가치가 없다고 보는 것이 시장경제다. 그렇기에 원가를 보장받지 못해 망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그것이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의 방식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시장경제다. 경쟁원리와 이윤동기를 부여해 죽어라고 창조적 노력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시장경제다.
  
  그런데도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럼 만약 건설원가가 예정된 아파트 분양가보다 높아지면 국민세금으로 보전할 것인가? 그렇게 되면 아마 3년 내에 모든 아파트의 원가는 예정된 분양가보다 높아질 것을 확신한다. 결국 생산성은 떨어지고 그 차액을, 그 손해를 세금으로 메워줄 사회주의경제가 열릴 것이다.
  
  국민의 79.3%가 아파트 원가공개를 원한다고 조사되었다. 맞는 수치일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원한다고 그 방향으로 가고 그것이 정책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민중주의다. 히틀러, 무솔리니, 김일성, 페론 등 모든 전체주의와 민중주의는 경험과 지식의 힘을 무시하고, 국민의 표피적 감정을 선동해 그에 부응하는 정책으로 온존하고 성장했다. 우리 사회가 그 길을 가고 있다. 민족주의가 그렇고, 국적법이 그렇고, 대북지원이 그러하며, 반미-반일감정의 고조가 그렇다. 그 바이러스가 민노당에서 시작되어 열린우리당으로, 다시 한나라당으로 전파되더니, 이젠 노무현대통령에게까지 옮겨 붙여 나라전체가 너무도 뻔한 눈에 보이는 실패와 허구적 논쟁의 길로 가고 있다.
  
  
  
  김광동(나라정책원장)
  
[ 2005-08-07, 03:1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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