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4차 6자회담 시말 관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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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4차 6자회담 始末 觀賞法
  
   14개월 동안의 공백 끝에 지난 달 26일 베이징에서 속개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은 열사흘 간의 마라톤회담 끝에 7일 주최국인 중국의 제의를 받아 들여 아무런 합의 없이 ‘휴회’에 들어갔다. 노무현 정권의 입김에 놀아나고 있는 한국의 일부 언론은 성급하게 이 회담이 “오는 30일경 속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무책임한 예보를 하고 있지만 이번의 ‘휴회’는 말이 ‘휴회’지 사실은 언제 속개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장기간의 ‘개점휴업’이 되거나 아니면 ‘결렬’의 수순을 밟을 전망이 오히려 유력해 보인다.
  
   6자회담의 조속한 속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회담의 핵심 현안에 대한 미국과 북한 간의 입장 차이가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좁혀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6자회담의 진행 경과는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첫째로는 북한이 결코 협상의 방법을 통해 그 동안 비밀리에 추진해 온 핵무기 개발 계획을 전면적으로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고 둘째로는 6자회담이 결코 북핵문제 해결의 무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노무현 정권은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아무런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원인에 대해 마치 “평화적 핵 프로그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미국이 끝내 수용해 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처럼 설명하려 하고 있다. 요컨대 “미국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번 6자회담에서 보여 준 북한의 행동은 김정일의 북한이 이번 제4차 베이징 6자회담에 참가한 것은 핵을 포기하는 조건을 협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로 핵을 포기하지 아니 할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이었다.
  
   북한은 하나의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이번 베이징 회담에 나왔었다. 그것은 미국과 그 밖의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을 새로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상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사실은, 북한의 이 같은 요구는 이것으로 6자회담을 끝장내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공인’된다면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다른 ‘핵보유국’들은 제켜두고 유독 북한만을 상대로 ‘핵포기’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도 그 밖의 다른 ‘핵보유국’들의 ‘핵’과 함께 ‘핵군축협상’의 차원에서 공동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이 정당성을 지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7일 ‘휴회’에 이르기까지의 열사흘 동안의 회담 석상에서는 이 문제를 공식으로 꺼내 놓지 않았다. 그것은 북한이 이 요구를 공식으로 제기할 경우 이것으로 6자회담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을 염려한 중국의 작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관심은 분명히 북한 핵문제의 해결 그 자체보다는 6자회담의 파국 없는 지속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었다. 6자회담의 지속을 통해서 중국이 챙기는 외교적 실익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6자회담의 진전이 다시 교착되자 중국은 쟁점 현안의 타결보다는 참가국들이 각기 제시한 입장들 가운데 ‘공통점’만을 모아놓은 ‘원칙적 합의’를 담은 공동발표문을 채택ㆍ발표하려고 진력했지만 북한이 다른 5개국이 합의한 문안의 수용을 거부함으로써 그나마 불발탄이 되고 말았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남한의 노무현 정권은 평양에서 정동영 통일부장관에게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고 했다는 김정일의 발언을 가지고 북한이 무슨 ‘전략적 결단’을 한 것처럼 법석을 떨었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몰라서 그랬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같은 노무현 정권의 판단에는 큰 착오가 있었다. 그 것은 김정일의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표현은 ‘비핵화’였지만 그 의미는 ‘비핵화’가 아니라 ‘비핵지대화’였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었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 주장은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이 주장은, 요약하자면, ‘북한의 핵’과 ‘미국의 대북 핵전쟁 위협’을 맞물려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미ㆍ북 국교정상화’와 ‘미ㆍ북 평화협정’이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를 거론하고 있지만 북한이 말하는 ‘미국의 대북 핵전쟁 위협’에는 주한미군의 전술핵 보유 ‘의혹’과 ‘대북 핵 공격’을 가상하는 한미 안보동맹 및 미국이 제공하는 대한(對韓) ‘핵우산’과 함께 가동 중인 원자로들을 이용한 한국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근거하여 북한은 미국의 ‘북한 핵’에 대한 ‘검증’ 요구에 대해서 ‘미국의 대북 핵위협’에 대한 ‘검증’의 동시 수행 요구로 맞장을 뜨고 나섰다. 이 주장에 의하면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로 북한이 ‘의혹’을 제기하는 모든 주한미군 기지와 시설과 한국의 모든 핵 활동은 물론이고 대한(對韓) 안보공약 이행에 동원되는 미국의 전략 육ㆍ해ㆍ공군의 핵전쟁 자산(資産)에 대해서도 동시에 ‘검증’을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보유 ‘핵무기’에 대해서는 ‘동결’과 ‘해체’로 단계를 양분하여 ‘해체’는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로 일단 뒤로 미루고 ‘동결’에 국한하여 소위 ‘말 대 말’ㆍ‘행동 대 행동’의 차원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해 요구하는 비현실적 ‘양보’와 맞물려 이행하자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이 강력하게 의혹을 제기한 ‘우라늄 고농축’ 문제와 소위 ‘평화적 핵 활동’은 ‘동결’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대해서는 완강한 거부의사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 같은 무리한 요구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핵 포기’ 요구와는 대칭성(對稱性)이 없는 것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 같은 무리한 요구는 물론 그 것을 관철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즉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국내ㆍ국제여론은 물론 남한의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6자회담을 파국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는 거역하기 어려운 압력을 받고 있다는 상황에 편승하여 이 같은 무리한 요구로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장기화시킴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핵 포기 압력을 외교적 차원에서 차단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아직도 무기한 핵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이번 베이징 6자회담에서 모든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적 합의’를 담은 합의문건을 만들어 내려는 중국의 편에 서서 미국을 설득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것은 과거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얻은 모든 경험률을 무시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그 같은 ‘원칙적 합의’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한 헛일인 경우가 많았었다. 북한은 어느 회담이든지 회담에 나오기만 하면 애매모호한 ‘원칙적 합의’를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건’을 생산하는 데 급급했고 그 같은 ‘합의문건’이 생산되면 그 시각부터 거기에 담겨진 ‘원칙적 합의’에 대해 상대방과는 상이한 일방적인 해석을 앞세워 합의사항의 이행을 좌절시키는 행태를 반복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갈파했던 것처럼 “나쁜 합의는 없는 합의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사실은 바로 여기에 북한의 숨겨진 노림수가 있다는 것을 노무현 정권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즉, 북한은 한편으로는 중국의 도움을 얻어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장기화 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엉뚱하게 이른바 ‘민족공조’를 앞세워 공공연하게 북한 편을 들고 있는 남한의 노무현 정권과 함께 이 같은 교착상태 장기화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시키는 적반하장의 역선전을 통해 남한 사회 내의 반미정서를 조장ㆍ증폭시키면서 한미 동맹관계를 이간ㆍ훼손시키는 호기로 이를 역이용하는 데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노무현 정권은 이 같은 북한의 노림수를 알면서도 이를 국내정치 목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매우 위험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쯤 되면 여기서 우리는 6자회담의 한계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6자회담은 어디까지나 북핵의 폐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 6자회담을 과연 무한정 계속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과연 6자회담에 대한 대안은 없는 것인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에 관해서는 우선 미국과 일본의 다음 행보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속셈을 보다 속속들이 간파한 미국이 과연 6자회담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질 것이냐의 여부도 문제지만 일본에서 일고 있는 대북 제재론의 향배도 주목의 대상이다. [끝]
  
  
[ 2005-08-08, 00:3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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