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對北 '평화협정' 용의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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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 ‘평화협정’ 논의 용의와 한미동맹의 장래
  
   “미국이 북한과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아시아ㆍ태평양 담담 차관보의 8월18일자 발언은 한미동맹의 기본 틀의 변화를 예고하는 메가톤급의 충격적 발언이다. 한국 언론들은 북핵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의 이 발언을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유인책의 차원에서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 언론의 보도는 문제의 핵심을 헛짚어도 크게 헛짚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정세와 관련하여 미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특히 1971년 남북한 간에 직접 대화의 문호가 열린 뒤에는, 2개의 기본원칙을 비타협적으로 고수해 왔다. 그 하나는 “1953년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은 남북한 간의 문제이지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원칙이었고 또 하나는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 양국간의 문제이지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원칙이었다. 이 두 개의 기본원칙에 입각하여 미국은 일관되게 남북대화의 진전을 권장하면서 북한의 대미 ‘평화협정’ 체결 요구를 외면해 왔다.
  
   특히, ‘평화협정’ 문제에 관한 미국의 그 동안의 입장은 김대중 정권 이전의 역대 한국정부와 긴밀하게 조율된 것으로 매우 타당한 것이었다. 왜냐 하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서 6.25 전쟁의 성격이 달라지고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전쟁의 주당사자가 누구인가를 좌우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북한이 1953년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의 주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6.25 전쟁이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불법적 기습 남침”에 의하여 일어난 대한민국에 대한 침략전쟁으로 그 전쟁의 주 ‘교전당사자’(belligerents)가 남북한이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희석시키고 그 대신 미국과 북한을 6.25 전쟁의 주 ‘교전당사자’(belligerents)로 만드는 역사적 오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주 당사자가 되는 ‘평화협정’ 협상은 결과적으로 “남조선은 미제의 식민지”라는 북한의 입장을 정당화시켜 대한민국의 위상을 ‘상전국가’ 미국의 ‘뒷자리’(back bench)를 지키는 종속적 존재로 전락시킴으로써 1970년대 초 ‘월남전 종식을 위한 파리협상’ 방식을 한반도에서도 재연(再演)시키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그 내용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는 것은 미국과 북한 간의 ‘적대관계’가 명실 공히 종식되고 양국관계가 ‘우호적 관계’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북한 간의 ‘적대관계’가 종식되고 양국관계가 ‘우호적 관계’로 전환된다면 이에 따라 달라져야 할 일이 태산 같다. 첫 번째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아니면 ‘북한에 대해 우호적 군대’로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 두 번째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폐기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한미 연합사령부는 해체되고 한미 양국군 간의 연합작전체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네 번째로, 한미 양국군 간의 합동군사훈련은 종식되어야 한다. 다섯 번째로,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비상 군사계획인 ‘작전계획 5027’은 폐기되어야 한다.
  
   그 밖에도 또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다섯 가지는 바로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에 임의의 시간에 핵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내용‘들이다. 이 같은 ’내용‘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구호‘만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를 북한이 과연 수용하겠는가? 따라서 이들 다섯 가지의 기본 ’내용‘들은 반드시 ’평화협정‘에 담겨져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사실은 ’평화협정‘의 ’내용‘의 차원에서 북한의 ’요구‘는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아직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표현‘을 사용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북한의 ’요구‘에는 북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대한 ’안보‘뿐 아니라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 특유의 ’수령 독재체제‘에 대한 ’안보‘ 요구가 포함되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적어도 아직은 미국도 ‘무조건’ 미국과 북한 사이의 ‘평화협정’ 체결에 응하겠다고 말하는 단계는 아니다. 미국은 아직은 미국 나름의 ‘조건’들을 거론하고 있다. 우선 “먼저 북한이 핵을 전면 포기하겠다는 것을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분명히 해야만 그 후속조치로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을 가지고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 힐 차관보가 달고 있는 ‘사족’(蛇足)이다. 그리고 미국은 “핵문제 해결 후” 있게 될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협상 때는 앞에 나열된 ‘북한의 관심사’만이 아니라 미사일 문제, 화ㆍ생 등 대량살상 무기 문제, 재래식 군사력의 재배치 문제와 탈북자 문제를 포함한 인권 문제 등 ‘미국의 관심사’들도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미ㆍ북 ‘평화협정’의 길은 요원하다. 또 미ㆍ북 ‘평화협정’의 길이 요원하다는 것은, 북한이 이를 ‘전제조건’화 하고 있는 한, 북핵 문제 해결의 길도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동안의 ‘금기’(禁忌)가 깨어져서 문제의 ‘평화협정’ 논의가 이렇게 공식화되기에 이르렀고 더구나 미국이 이 논의에 호응하고 나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안보상황에 천지개벽(天地開闢)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이 그 동안 엄격하게 ‘금기’시 해 오던 미ㆍ북 간의 ‘평화협상’ 논의에 호응할 의향을 밝혔다는 것은 미국이 더 이상 전통적인 성격의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을 짐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미동맹은 더구나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로 앞으로 1-2년 사이에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게 되어 있다. 작년에 한미 간에 이루어진 합의에 따라 한수(漢水) 이북에서 ‘인계철선’(trip-wire) 기능을 수행하던 6개 주한 미육군 2사단의 보병기지들은 2008년까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해야 하게 되어 있고 이를 위해서는 내년 중에는 정부가 필요한 부지매입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 평택지역에서는, 의문의 여지없이 북한이 사주(使嗾)하는 가운데, 민노당, 민주노총, 통일연대를 포함한 남쪽의 친북ㆍ좌경ㆍ반미 세력이 전국적 연계(連繫)를 형성하고 일부 지역 주민들을 선동하여 정부의 부지 매입을 반대ㆍ저지하기 위한 유혈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 이들의 저지투쟁이 행동에 옮겨지고 과격해 질 경우 과연 남쪽의 노무현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실력으로 이를 제압할 것인가가 의문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만의 하나, 이 같은 좌익 세력의 저지투쟁으로 정부가 부지 확보에 실패할 경우 이미 한수 이북에서 엉덩이를 든 주한 미육군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렇게 되면, 갈 곳이 없어진 주한 미육군 2사단의 병력과 장비들은 1959년에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한국을 버리고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외면할 수 없는 사실로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이 되어 주한 미지상군이 사실상 한국으로부터 ‘축출’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한미동맹이 과연 서 있을 자리가 있을 것인가? 미국이 그렇게 반신불수(半身不隨)가 되어버린 한미동맹에 무슨 애착을 가질 것인가? 그렇다면 북한과 단독으로 ‘평화협정’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미국의 새로운 입장은 앞으로 필요하다면 한미동맹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 아닌가?
  
   김정일의 북한은 북으로부터 서울로 온 북측 대표단으로 하여금 세상 만난 것처럼 길길이 날뛰는 남측의 친북ㆍ좌경ㆍ반미 세력들과 손을 맞잡고 이번에 서울에서 있었던 소위 광복 60주년 기념 ‘남북 미족 대축전’을 ‘반미 통일전선’과 ‘주한미군 철수’를 공공연하게 선동하는 선전무대로 십분 활용했다. 이에 대해 “한반도의 대결과 정전상태를 종식하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자”고 맞장구를 친 남쪽의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은 과연 북한이 말하는 그 같은 ‘항구적 평화체제’라는 것이 한국을 배제한 가운데 미국과 북한 간에 이룩하자는 것이며 그 내용은 한미동맹의 붕괴에 있다는 것을 알고나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끝]
[ 2005-08-18, 23:4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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