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꾼 뺨치는 정치 투기꾼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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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에 대한 증오와 시기심을 나라 살리는 정의감으로 포장]
  
   노무현 정부의 강남 부동산에 대한 적개심은 땅 한 뼘 없는 서울역의 노숙자 눈에도 으스스하게 보일 정도로 시퍼렇게 날이 서 있다. 2003년 5월 23일, 2003년 10월 29일, 2005년 2월 17일, 고강도의 부동산 안정대책을 3번이나 냈는데도, 강남과 강남 짝퉁 분당의 아파트 시세가 계속 치솟거나 1%도 내릴까말까 하자, 화가 있는 대로 치솟아 2005년 8월말에 이전 것을 다 합한 것보다 강력한 세금폭탄으로 기어코 서울 강남과 더불어 전국의 투기지역을 초토화시키겠다며 재정부와 여당과 국세청까지 제쳐놓고 대통령 직속 특별반을 조직하여 밀실에서 밤잠도 재우지 않고 부동산 투기꾼을 때려잡는 프랑켄슈타인을 만들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막연한 시기심을 국가를 바로 세우는 정의감으로 부추겨, 가진 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거나 낯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기와 표를 얻는 데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다. 친일파, 군부독재, 재벌, 투기꾼이 대표적인 마녀사냥의 대상이다. 앞의 둘은 시체를 꺼내 매질하기로 크게 재미를 봤고, 뒤의 둘은 광화문 네거리에 그 목을 따서 내다 걸기 방식으로 재미를 쏠쏠하게 보려고 하는데, 세 번째 마녀는 필요할 때마다 어렵지 않게 잡았지만, 정체가 드러날 듯 말 듯한 마지막의 마녀들은 치고 빠지기에 어찌나 능한지 아직은 그 목을 따기는커녕 옷자락 하나 건들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의 10억 원 짜리 소형 아파트를 1억 원 짜리로 떨어뜨려 놓기만 하면 강남 외의 전국민이 실질소득이 갑자기 10배로 오르는 듯한 포만감을 맛보면서, 월드컵 축구에서 브라질을 꺾고 우승한 것보다 더 기뻐하며, 현 정부를 계승할 차기 대권 후보를 광란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더불어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데로 흘러 들어가고 부동산 안정으로 넉넉해진 소득이 소비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서 1인당 GDP가 3만불을 향해 훨훨 날아올라 갈 줄 아는 모양이다. 어쩌면 사회정의에 대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 시장경제에 대해서, 이렇게도 천진난만할까.
  
  [부동산 폭등은 세계적인 현상이자 金盧 두 정부의 합작품]
  
   부동산 폭등은 2000년 이후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단, 미리 히로시마 핵탄보다 수십 배 강력한 ‘거품꺼짐’ 폭탄을 맞은 일본만 제외하고. 전세계적인 이자율 하락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이 악성인 것은 맞다. 왜 그럴까. 그것은 두 정부의 잇따른 정책 실패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부동산의 각종 규제를 졸속으로 푼 것과 금리를 너무 가파르게 내린 것이 첫째고, 노무현 정부가 금리인상 시기를 계속 놓치고 반시장적 정책을 지속하면서 균형개발론을 들먹이며 전국의 땅값을 온통 부추긴 것이 둘째다.
  
   노무현 정부는 개방과 자율, 작은 정부와 규제완화로 세계화의 거센 물결을 파도타기로 역이용하고 중국의 부상(浮上)을 선진국 도약의 호기로 삼아야 할 때에, 80년대의 잘못된 생각을 권력을 잡은 김에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놀음이나 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남발했던 것이다. 자본은 이익을 쫓아가는 게 지극히 당연한데, 그런 환경을 조성해 놓고 도리어 정부시책에 적극 호응한 사람들을 싸잡아 부동산투기꾼으로 몰아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다.
  
  [엉터리 잣대로 과거에 함몰하여 현재를 불안하게 하고 미래를 어둡게 하다]
  
   노무현 정부가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자신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과거에 함몰하여 현재를 불안하게 하고 미래를 어둡게 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건립을 친일파와 친미파의 야합으로 폄하하고, 전세계가 특히 개도국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군 출신 대통령들의 산업화를 정경유착으로 단죄하고, 한강의 기적을 낙동강의 오리알로 내던지고, 극빈층 70%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쾌거를 분배왜곡으로 왜곡하며, 힘없는 국민들과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정치적 자유를 일부 제한했을 뿐 나머지 분야에서는 200년 민주주의 경험이 쌓인 선진국 못지않은 자유를 주었지만 그것을 전 주민을 공포와 기아에 시달리게 한 김일성 독재보다 더한 독재로 몰아, 국내의 정적 대신 김정일과의 화해를 국정의 최우선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이 투자를 하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노조가 양보하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은행이 떼일 염려가 없을수록 안 빌려 가는 기업 대신 땅 짚고 헤엄치기로 크게 돈을 버는 우수 고객들에게 부동산 투자 자금을 빌려 주지 않을 수 있는가.
  
  [보유세 비중이 낮을 뿐 한국의 부동산관련세는 현 상태로도 지나치게 많다]
  
   한국은 보유세만 낮을 뿐, 취득세와 등록세와 교육세와 농어촌세와 양도세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세금은 OECD 30개국 중 무려 7위로 지나치게 많다. OECD 국가 중에는 조세부담률이 40%가 넘는 나라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부동산관련세금이 제일 많다. 2003년에 이미 GDP 기준 3%이다. 2004년 GDP가 778조원이니까, 여기에 3%를 곱하면, 부동산 관련세금이 무려 23조원이나 된다. 유리알 봉투라는 1500만 근로자들이 내는 세금의 3배나 된다. 부동산세금을 내리면 내려야지 더 이상 올려선 안 된다는 말이다. 이번에 세금폭탄을 던지면 아마 여기에서 10조 원은 더 걷힐 것 같다. 일본 이상의 부동산 폭락이 현실화될지 모르겠다. 은행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크게 망한다는 말이다. 일본이 부동산 거품 전 가계대출 비중이 27%였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30%가 넘었으니까, 가만 두어도 조만간에 크게 조정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부동산 핵폭탄을 터뜨린다?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려면]
  
   일본의 예에서도 보듯이 이자가 낮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기업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리기 쉽다. 부동자금이 기업투자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반기업 정서를 없애는 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연구개발과 디자인에 인센티브를 많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다. 정부와 여당이 반기업 정서 조성에 앞장서고 노조의 편을 들어 주는 데 사활을 건다. 연구개발에서 정부 비중은 갈수록 낮아진다. 2004년 기준으로 정부 전체의 연구개발비(5.4조원)가 삼성 한 기업(6.1조원)보다 적다. 그런데도 정부 부채는 해마다 30조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무조건 돈으로 입막음할 생각을 하지 말고 경쟁력을 키워 주는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농민을 설득하여 FTA를 해마다 10개 정도 맺어 기업의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 투기꾼의 권력 휘두름과 이권 챙기기]
  
   제일 큰 문제는 부동산 투기꾼이 아니다. 정치 투기꾼이 제일 큰 문제다. 한총련이다, 시민단체다, 노조다, 정당이다, 하여 사회정의와 겨레사랑을 독점한 자들이 휘두르는 권력이 무시무시하다. 그들은 이를 발판으로 선거판에 뛰어들어 사기꾼을 이용하든지 무고를 하든지 흑색선전을 하든지 하여튼 대통령, 국회의원, 하다 못해 지방자치단체의 작은 감투라도 하나 쓰면, 점령군이라도 된 듯 기세가 등등하다. 어찌 그리 아는 것도 많고 어찌 그리 도덕적으로 깨끗한지 국민이고 공무원이고 기업인이고 군인이고 10리 앞에서부터 슬슬 기어야 한다.
  
   정치 투기꾼은 낙선한 자들도 출세한다. 세계 어디 내놓아도 그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한국의 대기업 임원에 비하면, 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우는 훨씬 나은 공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이 이들에겐 식은 죽 먹기다. 행정고시 합격하고 30년이 지나도 같은 기수 중에 한 명이 차지할까 말까 하는 장관 자리! 이렇게 어렵고 중요한 자리를 지역 안배 차원이라나 뭐라나, 낙선한 자들은 골라서 앉는다. 이들은 온갖 막강 위원회에서 좋은 자리도 다 차지한다.
  
   이보다 더한 모순이 어디 있으며 이보다 더한 비리가 어디 있는가. 이들 때문에 상식이 안 통하고 법이 안 지켜지는 것을, 어찌 대부분의 강남 서민들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연신 큰 숨을 들이키며 아파트 한두 채에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하는 것에 비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용케 집값이 올라갔을 뿐인데, 그것이 그리도 배가 아픈가. 난데없이 친일파 청산에 앞장선 자 중에 친일파 후손이 여럿 나왔는데, 정치 투기꾼 중에 부동산 투기꾼이 더 많은 건 아닐까. 정부시책을 미리 알고 재빨리 빼돌리지는 않았을까.
  
   (2005. 8. 22.)
  
  
[ 2005-08-22, 07:1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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