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자신감

대한민국은 나같은 베이비 붐 세대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피땀 흘려 만든 나라다. 북쪽보다 잘 사는 우리가 그들에게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김훈의 역사소설 ‘남한산성’의 한 장면이다. 북에서 온 군대의 ‘홍이포(紅夷砲)’가 왕의 행궁을 조준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기술이 전해진 여러 명을 살상할 수 있는 신병기였다.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저항도 없이 국토가 유린됐다. 지도자들은 안보 불감증이었다.

적이 압록강을 넘어왔을 때 비상봉화가 타올랐지만 도원수는 “설마 이 추운 겨울에 공격하겠는가?”라며 무시해 버렸다. 사대부 집 여인들이 적의 군막(軍幕)에서 노리개가 됐다. 위력적인 신병기의 공포 아래서 왕은 구세주같이 생각했던 명나라를 향해 살려달라는 슬픈 춤을 추고 있었다. 북쪽에서 온 군대는 백성을 어육(魚肉)으로 만들고 수만 명을 잡아가서 노예로 팔았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다. 북한의 핵무기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안보 불감증이다. 미국을 향해 ‘어떻게 좀 해봐 주세요’ 하는 의식들이 퍼져있다. 미국은 과연 구원의 천사일까. 한미동맹은 등뼈 같은 안전보장책일까. 우리를 도와준 미국에 대해 감사할 건 감사한다. 그러나 6·25전쟁시 중공군이 개입하자 백악관 회의에서는 어떻게 하면 국제적으로 망신당하지 않고 빠져나갈 것인가를 궁리했다. 모택동에게 평택을 경계로 휴전을 하자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

베트남전쟁에서 패배도 굴욕적인 상처로 남아있다. 핵개발에 성공한 북한이 미국과 맞서고 있다. 백악관은 한국을 제치고 미군철수 카드를 꺼내들고 협상에 나선다는 얘기가 돈다. 국민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했던 나라라는 자조적인 의식이 전염병처럼 돌고 있다.

나는 어떤 나라에서 살아왔을까. 어린 시절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가난한 나라였다. 거지가 우글거리고 굶어죽는 사람도 많았다. 나의 아버지는 6·25전쟁 때 병사로 전방고지에서 싸웠다. 아들인 나는 아버지가 지키던 최전방 철책선 부대에서 근무했다. 얼어붙은 밤하늘의 별 아래서 순찰을 돌면서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개개인이 존중받는 자유로운 민주사회였다.

내가 차고 있는 권총은 유사시 비굴하지 않게 삶을 마감하는 도구라고도 여겼다. 보기 전에는 적에게 유령처럼 겁을 먹어도 막상 마주 대하면 그들 역시 보통사람이었다. 적이 총을 한 방 쏘면 화력 좋은 발칸포를 사용해서 백배 보복을 하겠다는게 전방 군인들의 의지였다. 유사시 고지에서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죽음으로 이 나라를 사수하겠다는 의식이었다.

사람들은 가난을 벗어나 잘 살아보자며 이를 악물었다. 품삯을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간 광부와 간호사들이 그곳에 온 대통령과 함께 짙은 눈물을 흘렸다. 대한민국은 세계 8위의 수출대국이 되고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룬 발전모델이 됐다. 나같은 베이비 붐 세대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피땀 흘려 만든 나라다. 더 이상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야 할 친일파와 지주의 나라가 아니다.

반세기 동안 보통사람들이 기울인 각고의 노력과 눈부신 성취가 국가의 정신적 정체성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운명은 우리 손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카터 대통령이 미군철수를 통보했을 때 우리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나라를 스스로 지키겠다고 했었다. 전쟁수행 능력도 현대에서는 결국 돈이다. 북쪽보다 잘 사는 우리가 그들에게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문제는 자신감이 아닐까. 죽으면 죽으리라 하는 마음이 핵보다 더 무서운 병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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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건 2017-09-04 오후 12:43

    오랜만에 공감이 가는 시원한 소리 입니다.
    저도 오늘 이런 글 써봤습니다.
    -
    적화통일의 기회는 625때, 419때, 1970년-75년 인도지나 공산화 때.
    그때는 북한이 남한에 비해 힘이 세고
    미군이 남한에서 철수분위기에 반해 소, 중이 밀어줄 때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정 반대의 현실입니다.
    -
    설사 적화통일로 입에 넣었다 해도 가시가 걸려 넘기지는 못할 겁니다.
    그래도 넘겼다고 하면 속이 뒤집혀 죽을 겁니다.
    북한식으로 하다가는 모두 떨쳐 나오고 예비군 총까지 들 건데요.
    -
    419, 518. 629선언, 촛불 등을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70년간 폐쇄속의 북한인민과 달리
    개방과 민주속의 남한국민은 다루지 못한 다는 겁니다.
    -
    다 죽여야 하는데 다 죽일 수 없을 겁니다.
    그전에 독재자가 넘어갔으니까요.
    먹고 죽느니 안 먹고 좀 더 사는 편이 훨씬 낮지요.
    -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허세이고 암흑권세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광명으로 강하게 비쳐야 합니다.
    -
    적화통일 말씀은 나라사랑의 마음의 발현이라고 봅니다.
    조심하고 각성하라는 뜻으로 이해하지만
    따지면 지나친 표현으로 공감이 상실될 가 우려되어
    충심으로 의견 드립니다.
    넓은 아량과 식견으로 헤아리실 줄 믿습니다.

  • 정답과오답 2017-09-04 오전 8:42

    문재인 탓이 아닙니다
    민족의 수준 탓입니다
    노예수준의 민족이기 때문이란거죠
    노예의 유전자가 노예로 돌아 가려고 발광 하는 겁니다

  • 굽은잣대 2017-09-03 오후 9:08

    그때와 지금이 다른건 그때는 이승만 박정희 같은
    투철한 반공애국 대통령이 있어서 국민들은 자신들의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는데...지금은 북을 추종하는자가
    청와대를 차지하고 대한민국을 무력화시키고 있어서
    그들을 그냥 두고서는 적화는 시간문제다.
    핵무장한 김정은앞에 무장해제된 대한민국의 신세....
    이거 우째 이런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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