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터트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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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담 공동성명후 북핵문제
  written by. 송영대
  
  
  
   미국의 「선 핵포기, 후 경수로 논의」입장과 북한의 「선 경수로 제공, 후 핵포기」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물밑접촉이 관련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6자회담 공동성명에 의하면,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것을 약속하고 여타 당사국들은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관한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문맥상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선 핵포기, 후 경수로 제공 논의」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를 뒤집어 「선 경수로」주장을 하고 나온 의도는 무엇일까. 북한은 「선 핵포기, 후 경수로 논의」의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경우 자칫 자기들의 핵무기만 버리고 경수로 문제는 논의과정에서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북한은 「선 경수로」카드를 꺼냄으로써 경수로 제공 「논의」를 「합의」의 차원으로 격상시켜 이를 기정사실화 시키려는데 일차적 목표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경수로 제공에 설령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완공되기까지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하다. 북핵의 포기 및 검증기간이 3년 정도 소요되고 또 경수로 건설기간이 10년 정도 걸린다고 할 때, 실제로 북한에 경수로가 제공되기까지는 10수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그 기간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하에 북한으로서는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입장에서 「조기 경수로 건설」주장을 하고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서는 경수로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이용, 핵물질을 생산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 핵포기」를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절충안으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핵포기와 경수로 제공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안이 제기될 개연성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미·북의 태도 여하에 따라 11월의 차기회담은 실패와 성공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의 실패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보유국으로 치닫게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협상의 성공은 공동성명에 대한 이행계획(로드맵) 작성으로 발전하게 되고 그에 따라 핵폐기, 검증, 보상 등의 절차가 하나 하나 추진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합의사항의 실천과정에서 예상되는 난관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핵의 포기 대상·시점과 검증의 범위·방법 등에 있다.
  
   핵포기의 대상과 관련, 북한은 농축우라늄(HEU)의 존재를 부인해왔고 미국은 존재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쌍방간 입장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핵포기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겉으로는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일부 핵무기를 은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 때문에 미국이나 IAEA는 의심지역·시설을 모두 사찰하려고 할 것이나 북한은 제한되고 통제된 사찰만을 수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 결과 IAEA가 북한이 숨겨온 핵을 모두 볼 수 있느냐가 최대쟁점으로 부각될 소지가 많다. 이 밖에 미·북, 북·일 관계정상화 속도와 조건, 에너지 제공과 북한의 요구 수준 차이, 그리고 미국과 북한내 강경파들의 반발 강도 등 수많은 지뢰밭이 깔려 있다.
  
   그 결과 합의이행은 난항과 차질을 빚으면서 시간만 흘러가게 되고 북한은 그 사이 내부적으로 핵무기고를 늘려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갈 공산이 크다. 이것은 6자회담 공동성명이 동상이몽식 미봉책의 성격을 띄고 있는데다가 핵의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사실상 내리기 어려운 김정일정권의 속성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등 관련국은 경수로 제공에 신중을 기하고 북핵에 대한 검증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실시해야 하며 북한의 시간끌기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 특히 우리 정부는 경수로 제공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고 미·북간 중재역할에 대해서도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한국외교의 승리」니 「기분좋은 국무회의」니 하는 등 축제무드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며 오히려 핵보유국의 꿈을 버리지 않고 고도의 협상전략으로 이를 호도하면서 국익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북한의 대전략을 경계해야 할 때이다.(konas)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소장, 前 통일부차관)
  
  
  
  
  
  
[ 2005-09-26, 01:1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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