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레미의 고호

趙甲濟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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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 문화 유산을 몇개나 구경하는가를 세어보면서 해외여행을 하면 재미가 있다. 지난 6월말 필자는 프랑스의 부르고뉴 및 南佛 프로방스와 니스 칸느 지방을 9박10일간 여행하면서 세계문화유산 세 곳을 구경했다. 리용의 舊시가지, 오랑주의 로마시대 극장, 그리고 한때 교황청이 있었던 아비뇽의 舊시가지.
  인구가 약9만 명인 아비뇽은 14세기 때 만든 길이 4.5km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성벽이 워낙 잘 보존되어 있고, 장엄한 교황청 건물이 압도하므로 城內로 들어가면 14세기의 중세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생긴다. 우리 尙美會 여행단 일행이 묵은 유럽 호텔도 500여 년 전에 지은 건물이고 나폴레옹이 묵었던 방도 있었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 중에 부하장군들이 춥다고 불평하면 '여기가 아비뇽의 유럽 호텔인 줄 아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아비뇽에 머물면서 가 볼 만한 곳이 주변에 많은데 우리 尙美會 여행단은 버스를 타고 약30분을 달려 생 레미로 갔다. 빈센드 반 고호가 자살하기 1년 전에 1년간 입원해 있으면서 不朽(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던 정신병원이 이 작은 마을에 있다. 이 病棟은 관광지로 유명해져 1년에 200만 명 이상이 생 레미를 찾는다. 정신병동은 기념관으로 변했고 고호가 썼던 방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이 천재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부귀영화를 누렸을터인데'하는 생각에 젖는다. 정신병동 부근 경치는 '추수하는 사람' '올리브 나무' '생 레미의 밤' 같은 그림에 있는 그것이다. 그림에 먼저 익숙해져서인지 현실이 그림을 본떠서 생긴 것 같다.
  생 레미 병동에서 고호가 그린 자화상은, 강한 의지력과 슬픔, 허무함, 그리고 초점이 잡히지 않는 맑고 푸른 눈동자로 해서 인간의 모든 고뇌를 다 진 일그러진 정신을 보여준다.
  1853년에 네덜란드의 탄광촌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37년간의 생애를 방황과 失戀, 열정과 狂氣를 넘나들면서 화가,
  설교사, 교사로 살았다. 그의 그림에는 가난한 가족과 열심히 일하는 농부들이 자주 나온다. 탄광촌 설교사로서 광부들과 함께 생활한 적도 있는 그의 순수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순수함은 수많은 상처를 받는 화폭이기도 했다. 그의 그림은 그의 心像이기도 하다.
  그가 파리에서 좌절하여 1888년에 프로방스에 내려왔을 때 네덜란드의 어두운 하늘에 익숙해 있던 그에게 南佛의 태양과 광채는 하나의 구원이었다. 그가 프로방스 시절 2년간 그린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밝음은 태양과 달, 대낮과 밤의 광채이다. 낙관과 비관이 동행하는 그림이다. 소설가 故李炳注씨가 '山河'라는 소설의 副題처럼 썼던 말이 생각났다.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고호의 그림을 보면 인간의 고뇌하는 정신을 절절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어빙 스톤이란 사람이 쓴 고호 傳記 소설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그가 프로방스로 불러내린 고갱에게 하는 말이다.
  '난 태양을 그릴 땐, 사람들로 하여금 태양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싶어. 엄청난 힘을 가진 빛과 熱波를 내뿜는 태양을. 한 인간의 초상화를 그릴 때 난 그 사람이 보고 행동하고 겪었던 모든 것, 그의 全인생의 흐름을 느끼게 만들고 싶소'
  생 레미에서 그린 자화상이 바로 그런 그림일 것이다. 화폭 하나에다가 인생의 모든 것을 그려넣으려고 인생을 불사른 그의 그림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지만 그는 돈도 명예도 인정도 받지 못하고 죽었다. 뒤늦게 천재를 알아본 사람들이 그 천재의 고뇌가 만들어낸 작품을 즐기면서 행복해지는 것은 도대체 무슨 연고인가. 고호와 비슷한 상태에서 자살했던 조각가 권진규가 남긴 낙서가 생각났다.
  <凡人에겐 침을, 바보에겐 존경을, 천재에게는 감사를!>
  
  
  
[ 2005-09-26, 10:2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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