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찻집 ‘다원(茶苑)’에서 태어난 ‘슬프며 아릿한’ 가요詩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26)그 겨울의 찻집(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조용필 노래, 1985년)

김장실(前 국회의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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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왕(歌王) 조용필이 불러 히트한 <그 겨울의 찻집>이다. 이 노래는 1985년 양인자 극본에다 박건삼이 연출하고 왕영은이 주연으로 출연한 MBC 라디오 드라마 <그 겨울의 찻집>의 주제곡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불치병이 있는 아버지가 죽기 전에 딸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딸이 다니는 대학교 인근에 찻집을 차린다. 어떤 여대생이 자주 그 찻집을 다니다가 주인아저씨를 좋아한다. 나중 알고 보니 그 아저씨는 여대생의 친아버지이다. 딸은 아버지를 남자로 사랑했다.
  
  그 당시 이런 내용의 드라마를 쓰고 있는 작가 양인자 씨가 경복궁 안에 있는 ‘다원’이라는 찻집에서 그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쓴 ‘슬프며 아릿한’ 가요시가 한국대중가요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가요로 탄생되었다. 특히 ‘아름다운 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가사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멋진 시적(詩的) 표현이다. 이처럼 가요의 생명은 뭇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가사의 아름다움에서 출발한다. 우리 가요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사로 정평이 난 노래 <봄날은 간다>와 <가슴 아프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그 겨울의 찻집>의 가사가 좋다.
  
  이 드라마가 방송될 때에는 주인공으로 활약하던 왕영은이 직접 이 주제가를 불렀다. 그런데 1985년 인기가수 조용필이 지금까지 부른 노래와 “다른 노래를 하고 싶다”며 꼬냑 한 병을 들고 김희갑 작곡가의 집으로 와서 작사, 작곡을 부탁하였다. 이 일을 계기로 조용필이 제 8집 음반을 만들 때 이 노래를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함께 그의 음반에 넣었는데 엄청나게 히트하였다. 또한 시인들이 뽑은 한국 10대 가요에 <킬로만자로의 표범>은 2위, <그 겨울의 찻집>은 9위를 차지하였다.
  
  이 노래를 작곡한 김희갑은 1936년 평양에서 출생하였다. 평양 광성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그의 아버지와 남동생과 함께 월남(越南)하였다. 북에 남았던 어머니와 그의 누이 둘은 뒤늦게 월남하여 10년 뒤 대구에서 만났으나, 이미 그때는 김희갑 씨의 권유로 아버지가 새어머니를 만난 이후였다. 그러자 새 살림을 차린 아버지를 포기한 친어머니는 93세까지 딸과 함께 살다가 돌아가셨고, 새어머니는 남동생 둘을 낳고 대구에 살고 있다고 한다. 6·25 전쟁으로 이처럼 기막힌 일이 작곡가 김희갑의 가족에게 일어났다.
  
  그는 15세에서 18세까지 대구에서 성장하며, 미군부대에서 허드렛일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김영순의 <목포는 항구다>라는 기타 연주를 듣고 감흥을 받아 그 악기를 배우기로 결심하여 새벽 3시~4시까지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곧 기타 연주의 명인(名人)이 된 그는 고교생 신분임에도 미군클럽에서 1주에 3~4회 공연을 했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고교 동창들과 김희갑 악단을 결성하여 연주를 하다 박춘석 작곡가의 권유로 음반 녹음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 후 오아시스 레코드 손진석 사장의 부탁으로 대중가요를 작곡하기 시작하여 1967년 태원의 <사랑아 내 사랑아>라는 노래를 발표하였다.
  
  한편 한명숙, 윤복희, 윤향기 등과 함께 미8군 에이원쇼 악단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작곡가 그곳에서 할동하던 이봉조가 <밤안개>로 히트하는 것을 보고, 나이트 클럽에서 나와 이대 음대 이교숙 교수로부터 본격적으로 작곡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이 노래를 작사한 양인자는 1956년 함북 나진 출신으로 유복자이며, 어릴 때 부산에서 성장하였다. 그녀는 부산여중 3학년 때 학교 숙제로 쓴 소설 <돌아온 미소>가 선생님의 주선으로 우연히 출판되어 히트하였다. 그 후 그녀는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에 수석입학하면서 김동리 소설가의 제자가 되었다. 그러나 어릴 때 글 쓰는 것으로 쉽게 성공했지만, 성인이 된 후 그녀가 도전하는 신춘문예의 벽은 높아, 30세까지 계속 낙방하였다. 어쩔 도리가 없어진 그녀는 <여학생>이라는 잡지에서 후일 드라마 작가로 이름을 날린 김수현과 같이 기자로 근무하면서 한국문학에 <외항선>이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하였다. 그 후 그녀는 방송국 드라마 작가로 전신(轉身)하여 <제 3의 교실>, <혼자 사는 여자>, <하얀 달> 등 300여 편의 드라마를 집필하였다.
  
  두 사람은 1985년 작곡가와 작사가로 만난 이후 1987년 결혼하였다. <우린 너무 쉽게 헤어 졌어요>, <그대는 나의 인생>, <타타타>, <사랑의 미로>,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 양인자가 쓴 가요시를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한 김희갑의 작곡으로 탄생한 명작은 너무 많다. 김희갑은 부부 간에 합작하여 만든 400여 곡을 포함하여 모두 4500여 곡을 작곡하였다. 그는 <명성황후>, <몽유도원도> 등 뮤지컬도 작곡하고, 300여 편의 영화음악도 작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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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겨울의 찻집>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 2021-03-29, 08:0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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