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보고서 “북한 시리아와 화학무기 관련 부품 거래”
“北 기술자 시리아 화학무기시설서 활동…화학 공장 건설에 사용되는 내산성(耐酸性) 타일·밸브·온도계 등 전달”

金永男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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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 법원, 알아사드의 화학무기 관련 전쟁범죄 혐의 검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2018년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 시리아와의 불법 거래 현황을 공개했다. 당시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일부 언론은 해당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이를 요약해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약 300쪽에 달하는 보고서의 전문(全文)은 바로 공개되지 않았다가 얼마 후 공개됐다. 당시 일부 언론은 보고서에 민감한 내용이 많아 공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과 각국의 제재 위반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과 시리아의 관계는 약 6쪽 분량으로 다뤘다. 북한과 시리아가 탄도미사일, 재래식 무기, 이중용도 부품 등을 불법으로 거래했다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북한이 최소 40차례 이상 시리아에 물건을 실은 선박을 보냈다고 했다. 해당 선박의 배송 과정은 처음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시리아가 관련 물건들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시리아과학연구개발센터(SSRC)의 위장회사를 통해 받았다고 했다.


북한이 시리아에 보내다 적발된 화물에 실린 물품들 중에는 화학무기 공장 건설에 사용될 수 있는 특수 타일과 밸브 등이 포함돼 있었다. 보고서는 북한 기술자들이 시리아 바르자와 아드라, 하마 지역에 위치한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 프랑스와 독일 법원에 바샤르 알아사드와 관계자들을 수사해달라는 소(訴)가 제기됐다. 이들 재판부는 수사를 진행할지 여부를 곧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 곳의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청원인들은 알아사드가 사용이 금지된 무기인 화학무기를 자국민에게 사용했고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된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이 2013년 반군 지역인 구타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14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근현대사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학무기 공격이었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발생한 내전 이후 약 40만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는 내전 기간 중 300차례 이상의 화학무기 공격을 가했고 어른과 아이들이 가스에 중독돼 발작을 일으키고 거품을 내뿜는 장면이 여러 차례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이런 과정에서 전문(全文)이 공개된 2018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보고서에는 시리아와 북한의 불법 거래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는 식의 단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내용이 많다. 보고서의 소개된 내용을 차례로 소개한다.


탄도미사일 협력 및 기술 교류
보고서는 한 유엔 회원국이 북한의 련합-2 기업소가 2008년 방향조정이 가능한 재진입 발사체인 시리아의 스커드 D 미사일 사업에 개입했다는 점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시리아 대표단이 중국 베이징을 경유, 2011년 2월부터 2017년 3월 14일까지 시리아를 방문했다고 했다.


또 다른 유엔 회원국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기술자들이 2016년 11월 시리아를 방문한 사실도 보고했다. 북한 기술자들은 베이징과 두바이 공항을 경유했으며 시리아항공 여객기를 타고 다마스쿠스에 도착했다. 북한은 기술진들을 2016년 8월에도 한 차례 시리아에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이들은 특수 저항용 밸브와 온도계 등을 이전했다. 이들 부품들은 화학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보고서는 시리아와 북한이 이 외에도 약 60개의 부품을 추가로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2016년 4월에도 북한 미사일 기술자들이 시리아를 방문했는데 당시 군시설에서 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유엔 회원국은 북한의 기술자들이 시리아 바르자와 아드라, 하마 지역에 위치한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시리아 정부는 유엔 전문가 패널에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북한 기술 회사는 없고 개인 일부가 운동선수와 체조선수를 훈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북한인들은 국가 간의 계약이 아니라 민간 차원의 계약을 통해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시리아와 북한 회사들의 활동 내역
유엔 전문가 패널은 유엔 제재 대상인 조선광업개발회(KOMID)의 시리아 사무소 고위 관계자인 류진을 비롯한 직원들을 계속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류진은 시리아 육군의 납품 분야를 담당하는 알리 살림 소장(小將)에게 보낸 제안서에서 자신의 계급을 소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013년 1월 13일 KOMID의 계열사로 지정된 토송(Tosong) 기술무역회사의 로고가 찍힌 용지를 사용했다. 한 유엔 회원국에 따르면 시리아에 있는 KOMID 직원들은 군수품을 시리아에 수입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2016년 7월에는 북한 글로콤이 만드는 군사용 통신 안테나를 수입하려고 했다. 류진은 2015년 7월과 2016년 6월 사이 볼베어링과 광섬유케이블을 시리아로 보냈고 북한 기술자 3명을 시리아로 초청했다. 류진은 최소 5만 6000유로(약 7400만 원)를 벌었고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단천상업은행으로 4만 8000유로를 이체했다. 이 회사는 인민군과 연관돼 있는 북한의 가장 부유한 은행 중 한 곳이며 1998년 이전에는 창광신용은행으로 불렸다.


여러 유엔 회원국과 항공회사들에 따르면 류진은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해외 여행을 자주했다. 중국과 레바논, 러시아, 우간다, 아랍에미리트 등을 방문했다. 그는 시리아 항공을 타고 수도 다마스쿠스와 항구 도시인 라타키아를 자주 오갔다. 이 항구는 과거 KOMID 관련 물건이 들어오는 곳이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류진이 현재 가명을 사용해 시리아 이외의 국가를 방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KOMID의 시리아 사무소 직원이던 강룡이라는 사람 역시 가명으로 외국을 다니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강룡이 평양으로 복귀한 뒤 박광일이라는 인물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박광일은 2015년 8월부터 2017년 1월 사이 레바논 국경을 통해 시리아에 15회 입국했다. 전문가 패널은 2017년 7월 시리아에 앞서 언급된 인물들과 단천상업은행에서 근무하는 시리아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다섯 번째 질의서를 보냈다. 시리아는 “이 편지에 언급된 두 명의 기관, 혹은 개인과 연관된 일이 없다”고 했다. 시리아는 박광일과 단천상업은행 직원, 류진에 대한 추가 정보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이들이 시리아로부터 추방됐는지 등을 물었다고 한다.


시리아와 유령회사와의 무기 거래 및 협력
유엔 전문가 패널은 2010년부터 2017년 사이 유령회사를 통해 진행된 무기 거래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탄도미사일과 화학무기 프로그램과 관련 있는 부품이 거래됐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유엔 회원국은 북한의 ‘코스트(Corst)’라는 회사가 북한 제2경제위원회를 대리해 시리아의 SSRC와의 무역을 담당했다고 보고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코스트 회사가 2010년 6월 무기 생산 기기 16 상자(359kg)를 다마스쿠스로 보내려고 한 문서를 확인했다.

 

유엔이 입수한 거래 관련 문서(출처: 전문가 패널 보고서)

 

코스트가 2017년 7월 시리아에 보낸 물건들은 SSRC 직원이 전달받았고 이는 불법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것이었다. 전문가 패널은 코스트가 발송인이라고 적혀 있는 문서를 확보했다. 명세서에는 시리아 측 수취인의 연락처가 포함돼 있었다. 이 연락처는 다른 회원국들과 유럽연합에 등록된 SSRC의 유령회사인 ‘메가 트레이드’의 연락처와 일치했다. SSRC는 ‘일렉트릭 파트’라는 또 다른 대리 회사의 연락처도 이와 같은 것을 사용했다. 이 회사는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관련 물건을 배송하다 2012년 대한민국 정부에 적발된 곳이다.


한 유엔 회원국에 따르면 북한은 부성무역의 최기용이라는 인물을 통해 시리아에 불법 물품을 전달했다. 부성무역은 제2 경제위원회 소속이다. 이 물건들은 ‘엘리트 서베잉 인스트루먼트’와 ‘메가 트레이드’라는 회사를 통해 시리아에 전달됐다. 전문가 패널은 항공우편으로 전달된 청구서를 확인했다. 북한 측 발송인은 ‘엘리트 서베잉 인스트루먼트’였고 수취인은 아디브 카베클리로 적혀 있었다. 주소는 “Aleppo Street, Building 54, Damascus, Syria, Tel: 00963-11-447-1081”로 돼 있었다. 이 주소와 전화번호는 2017년 코스트가 메가 트레이드에 보낼 때와 같았다.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는 시리아에서 각종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했다. 통상적으로는 하나의 문서에 발송자와 수취인의 정보가 함께 적혀 있다. 하지만 북한은 수취인의 정보만은 따로 항공우편으로 보냈다. 북한은 KOMID 시리아 사무소 직원인 김광철에게 실제 청구서와 물품 내역을 항공우편으로 보냈다. 이는 SSRC의 유령회사인 ‘메카니컬 시스템스’에 보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해당 화물의 발송자는 북한 평양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회사인 ‘China Delixi Group Pyongyang Office”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연락 담당자는 북한 국적자인 “Park Song Il”이었다. 수취인은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었다.

 

전문가 패널은 여러 국제 물류회사들이 북한의 화물에 대한 검사 절차를 강화하기는 했지만 봉인된 외교 화물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북한은 이런 방식을 통해 불법 활동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이런 방법과 외국계 회사를 내세우는 방법을 통해 금지된 화물의 배송 시간과 경로를 더욱 비밀스럽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전문가 패널은 2012년 12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앞서 언급된 회사들을 통해 북한이 시리아에 39차례 화물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한 유엔 회원국가는 북한 칠성무역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북한 국적자인 최진명(1962년 10월 14일생)이 대룡강무역회사의 베이징 사무소 직원인 한일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고 보고했다. 칠성무역은 군사용 통신기기를 거래하는 회사다. 칠성과 대룡강은 시리아의 군수회사인 ‘요나 스타 인터내셔널’과 함께 무기 관련 거래를 했다. 거래된 물건들 중에는 광대역 통신기기와 장거리 탐지 레이더, 폭발물 처리 차량이 포함돼 있었다. 또 다른 유엔 회원국은 전문가 패널에 “시리아가 북한의 천룡기술회사를 통해 수천 톤의 재래식 무기를 확보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시리아는 북한으로부터 2016년 9월 30mm 유탄발사기와 7.62mm 머신건, 30mm 기관포들을 조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화물의 선하증권에는 발송인의 이름으로 중국 회사인 ‘Cheng Tong Trading’이 적혀 있다. 발송일은 2017년 1월이었다. 화물은 다섯 개로 나뉘어 2016년 11월 3일부터 2016년 12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보내졌다.


‘Cheng Tong’ 측 거래 내역을 보면 다섯 차례의 화물은 모두 시리아 회사들로 보내졌고 전체 금액은 약 32만 달러였다. 계약서에 따르면 배송 전 전체 금액의 30%를 지불하도록 돼 있었다. 전문가 패널은 중국에 거래와 관련된 내역을 요청했다. 중국은 “Cheng Tong이 북한 조선광업개발회사 혹은 다른 회사들과 거래를 했다는 어떤 정황이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전문가 패널이 Cheong Tong과 조선광업개발회사와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다면 이를 중국에 제공해 추가 조사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운송 과정 중 적발된 이 화물들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메탈릭 제조 공장’으로 보내질 예정이었다. 한 유엔 회원국가에 따르면 이는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인 ‘메카니컬 건설 공장’과 연계된 회사다. 이 회사는 SSRC의 유령회사이기도 하다. Cheng Tong이 보낸 또다른 화물들은 다마스쿠스에 있는 ‘제너럴 케이블 회사’라는 곳으로 보내질 계획이었다. 이 역시도 SSRC의 유령회사다.


북한이 보내다 적발된 내산성 타일 화물(출처: 전문가 패널 보고서)

 

전문가 패널은 유엔 회원국들의 초청을 받아 적발된 화물을 조사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선하증권에 적힌 내용과 화물 내용이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화물의 경우는 내산성(耐酸性) 타일이 담긴 여섯 개의 컨테이너가 포함돼 있었다. 두 번째 화물에는 똑같은 내산성 타일과 접착제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정도의 타일은 5000제곱미터 정도를 덮을 수 있는 양으로 대형 산업 프로젝트에 사용될 수 있다. 내산성 타일은 일반적으로 화학 공장 내부 벽면에 사용된다. 한 기술 전문가는 이 타일들이 고온에서 버티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했다. 전문가 패널은 적발된 물건들이 무역 규제 품목에 포함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한 회원 국가는 전문가 패널에 “화물에는 화학 공장 내부 벽면에 사용될 수 있는 물품들이 포함됐다”고 했다.

 

2016년 11월과 12월 사이 보내진 화물에는 밸브와 용접관(23톤), 스테인리스 강관(鋼管, 27톤)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한 조사도 계속 진행 중이다.

[ 2021-04-04, 05:5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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