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술집에서 써내려 간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가신…’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36)카츄샤의 노래(유호 작사, 이인권 작곡, 송민도 노래, 1960년)

김장실(前 국회의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해방 전 일본 게이오대학을 다닌 유두연 감독은 러시아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을 몹시 좋아하였다. 그래서 그는 늘 입버릇처럼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다. 마침내 영화를 만들 준비가 되자 그가 메가폰을 잡고 당대 최고의 인기배우 최무룡과 김지미를 주연배우로 출연시켜 영화 <카츄샤>를 제작하게 되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제시대 어느 시골마을 부농(富農)의 집에서 시중을 드는 옥녀(김지미)는 방학 때 시골집에 온 그 집의 상속자이자 대학생인 원일(최무룡)과 사귀어 아이를 가진다. 원일이 서울로 간 사이에 옥녀는 그 집에서 쫓겨난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서울로 올라와 ‘카츄샤’라는 이름으로 카바레에서 일하다 뜻하지 않게 살인미수를 범하게 된다. 그 사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검사가 된 원일이 옥녀와 관련된 이 불운한 소식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직장에 사표를 내고 그녀에게 달려온다. 그리고 그녀는 원일의 품에 안겨 죽는다.
  
  1958년 가을 명동의 어느 양주집에서 유두연 감독은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 <카츄샤>의 주제곡 작사를 작사가 유호에게 부탁하였다. 이 자리에서 유두연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네푸류드 공작으로 나오는 남자 주인공을 이 영화에서는 누구로 할 것인가 하는 얘기를 하면서 자신이 그 역할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하였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은 유 감독은 “내가 다리만 성한다면 무슨 연기든 마음대로 해낼 텐데…” 하는 얘기를 덧붙였다.
  
  술을 마시면서도 이 노래의 작사를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유호는 유 감독이 방금 말한 ‘마음대로’라는 단어가 자꾸 뇌리에 맴돌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매듭이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자 그는 술집 마담에게 메모지를 얻어 구석자리로 가서 영화의 원뜻을 잘 살리는 주옥같은 가사를 금방 완성하였다.
  
  <카츄샤의 노래>로 제목이 정해진 서정시처럼 아름다운 이 가사를 받은 유두연 감독은 다음날 작곡가 이인권에게 작곡을 의뢰하였다. 곡이 완성되자 가수 송민도가 노래를 불렀는데, 영화는 물론 노래도 모두 크게 히트하였다. 원래 이 영화의 타이틀곡은 유호 작사, 이인권 작곡, 최무룡 노래의 <원일의 노래>였으나 송민도가 부른 <카츄샤의 노래>가 훨씬 히트하였다. 이 노래는 1970년대 가수 김부자가 다시 불러 공전(空前)의 히트를 하였다.
  
  허스키한 저음이 매력적인 송민도는 1925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이화여고를 졸업했다. 1947년 서울 중앙방송국(KBS 전신) 전속가수 1기로 뽑혀 <고향초>로 가요계에 데뷔하였다. 1950년대 <나 하나의 사랑>, <청실홍실>, 1960년대 <카츄샤의 노래>, <서울의 지붕 밑>, <청춘 목장> 등을 불러 인기를 얻었다. 그녀는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 노래를 작곡한 이인권은 1919년 청진 태생이다. 그는 1938년 <눈물의 춘정>으로 가수로 데뷔한 후 해방 전 <꿈꾸는 백마강>, <귀국선>을 불러 히트를 하였다. 해방 이후 그는 작곡에 손을 대어 <꿈이여 다시 한번>, <카츄샤의 노래>, <미사의 노래>, <단골손님>, <바다가 육지라면>, <들국화> 등을 작곡하여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작사가 유호는 이미 여러 번 소개한 대로 한국 대중가요계의 빛나는 별이 된 작사가이다. 그가 만든 수많은 노래들을 부르며 한국인들은 전쟁과 가난, 그리고 이별의 신산(辛酸)이 닥치는 고난의 세월을 견디며 살아갔다.
  
  <카츄샤의 노래>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가신
  첫사랑 도련님과 정든 밤을 못잊어
  얼어붙은 마음 속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오실 날을 기다리는 가엾어라 카츄샤
  찬바람은 내 가슴에 흰 눈은 쌓이는데
  이별의 슬픔 안고 카츄샤는 떠나간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진정으로 보내드린
  첫사랑 맺은 열매 익기 전에 떠났네
  내가 지은 죄이기에 끌려가고 끌려가도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보고파라 카츄샤
  찬바람은 내 가슴에 흰 눈은 쌓이는데
  이별의 슬픔 안고 카츄샤는 흘러간다.
  
  
[ 2021-04-13, 05:0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천영우TV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자유민주연구원  |  이승만TV  |  이기자통신  |  최보식의 언론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