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부부의 비련(悲戀), 은방울자매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대히트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44)마포종점(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은방울 자매 노래, 1967년)

김장실(前 국회의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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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마포는 강가에 갈대숲이 우거지고 비행장이 있는 여의도로 나룻배가 건너다니며, 새우젓을 파는 등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가난한 서민들이 많이 살았던 이곳은 청량리를 오고가는 전차의 종점이 있었으나, 1968년 없어졌다. 겨울밤이나 비가 내리는 저녁이면 늦게 전차를 타고 오는 남편과 자식 등 가족들을 마중나온 여인들이 종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마포종점>을 작사할 당시 작사가 정두수는 연속적으로 히트곡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 한창 때의 박춘석 작곡가와 밤을 새워가며 작품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밤샘 작업 후 마포종점 인근에 있는 영화녹음실의 성우, 배우, 스태프 등이 새벽마다 모여드는 유명한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어느 날 그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설렁탕집 주인으로부터 어느 가난한 연인의 비극적 얘기를 들었다.
  
  어떤 부부가 방세가 싼 마포종점 부근의 허름한 집에 사글세로 살고 있었다. 대학 강사로 재직하고 있는 남편과 살고 있는 여인은 가난한 살림에도 악착같이 남편을 뒷바라지 하였다. 겨울이면 따뜻한 아랫목 이불에 밥을 묻어두고 남편을 기다리던 그녀는 남편이 일찍 귀가하면 마포종점에서 손을 잡고 인근 당인리로 이어지는 긴 둑길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그러다가 더 큰 도약을 위해 남편은 미국 유학을 갔는데 너무 과로하여 뇌졸중으로 쓰러져 졸지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런 비극적 소식을 접한 여인은 밀려오는 충격을 견딜 수 없어 마침내 실성을 하게 되었다. 정신착란 상태인 그녀는 이미 돌아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궂은 비 내리는 마포종점을 배회했는데 결국 종적을 감추어서 이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1966년 여름에 이런 비극적 얘기를 설렁탕집 주인으로부터 듣고 작사가 정두수 선생은 밤잠을 설치면서 가난 속에서도 서로 사랑하며 성실하게 살았으나 불행한 결말에 이른 연인들의 서러운 삶을 그리는 작사를 하였다. 박춘석 작곡가는 이런 비극적 요소가 담긴 가요시의 뜻을 잘 살린 애절한 곡을 만들어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는 듯 깨끗하고 독특한 화음을 구사하는 은방울 자매의 입사 기념으로 1968년 지구레코드에서 발매하였는데, 크게 히트하였다.
  
  1964년에 나와 크게 히트했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와 현미의 <떠날 때는 말없이>는 두 가수 모두 만삭(滿朔)에 녹음하였다. 큰 방울 박애경은 이 노래를 부를 당시 만삭이었는데, 그런 상태에서 녹음한 노래가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만삭에 녹음하면 대박이 난다’는 속설을 또다시 입증하였다.
  
  현재 마포 어린이 공원에는 이 노래를 기념하여 <마포종점> 노래비가 서 있다.
  
  이 노래를 만든 작사가 정두수와 작곡가 박춘석은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가요계를 주름잡은 음악인들이다. 그들은 <물레방아 도는데>, <흑산도 아가씨>, <우수>, <마포종점>, <가슴 아프게>, <그리움은 가슴마다>, <삼백리 한려수도>, <공항의 이별>, <아네모네>, <한번 준 마음인데> 등 500여 곡을 같이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곡들은 당대 인기가수 남진, 나훈아, 문주란, 은방울 자매 등 10여 명에게 주어 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 노래를 부른 은방울 자매는 섬세하고 세련미 넘치는 화음으로 유명하다. 1937년 동갑인 큰 방울 박애경과 작은 방울 김향미가 1962년에 트롯을 부르는 걸그룹을 결성하여 <삼천포 아가씨>, <마포종점>, <무정한 그 사람> 등 100여 곡을 발표하였다. 그러다가 김향미가 이민을 가면서 박애경은 1956년 <여인우정>을 불러 인기를 얻었던 가수 신해성의 부인 오숙남을 영입하였다. 그 후 큰 방울 박애경이 암으로 돌아가자 오숙남은 정향숙을 멤버로 다시 보강하여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어 우리나라 걸그룹 중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것으로 기록될 것 같다.
  
  <마포종점>
  밤 깊은 마포 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하나
  첫 사랑 떠나간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 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 종점
  
  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한들 무엇하나
  궂은 비 내리는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 2021-05-02, 03:5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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