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고 내가 왔던가’로 더 잘 알려진 곡…작사가는 월북, 작곡가는 납북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45)선창(船艙: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곡, 고운봉 노래, 194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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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창(船艙)>이라는 노래가 나왔던 1941년은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이 때는 전시총동원체제가 선포되면서 조선인에 대한 인적, 물적 수탈이 강화되던 시절이었다. 연예인에게 기예증(技藝證)을 발급하여 전시동원체제에 강제동원하는 등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노래조차 마음대로 부를 수가 없었다.
  
  1920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고운봉은 본명이 고명득이다. 예산농고를 다니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그의 나이 17세 때 서랍장에서 아버지 돈을 훔쳐 무조건 상경(上京)하였다. 태평레코드에서 작사가 박영호와 작곡가 이재호를 만난 그는 노래에 소질을 보여 전속가수로 채용되고, 고운봉이라는 예명을 받았다. 그는 북선(北鮮)지구와 만주 일대를 돌면서 공연하는 순회공연을 한 후인 1939년 유도순 작사, 전기현 작곡의 <국경의 부두>와 <아들의 하소>로 가요계에 정식으로 데뷔하였다. 그는 1939년 무적인 작사, 이재호 작곡의 <남강의 추억>으로 상당히 인기를 얻었다.
  
  태평레코드에서 성가를 올리기 시작한 그의 장래성을 보고 흥행의 천재인 오케레코드사 이철 사장은 1940년 가을 그를 스카웃하여 <홍등일기>를 발표하도록 하였고, 조선악극단 주역으로 배치하였다.
  
  이런 가운데 1941년 8월 그는 울림이 깊고 우수어린 창법으로 대중적 호소력이 큰 <선창>을 발표하여 크게 히트하였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부둣가에는 쓸쓸하게 찬 비가 내린다는 가사를 가진 이 노래는 식민통치 하에서 어디 기댈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조선인의 불행한 처지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특히 이 시대를 어렵게 살아가는 학생과 지식인들이 세미클래식 분위기를 풍기는 곡조에다 빼앗긴 조국의 한스런 현실을 간접적으로 개탄하는 가사를 실은 이 노래를 좋아했다고 한다.
  
  <선창>은 해방 전보다는 해방 이후 더 인기를 얻었는데, 이 노래 제목인 <선창>보다는 속칭 <울려고 내가 왔던가>로 더 알려져 있다. 이 노래는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는 영화의 삽입곡으로 사용된 바 있다.
  
  해방 이후 일본에 가서 재즈를 배웠던 고운봉은 1998년 정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0년 6월 그의 고향인 충남 예산군 덕산온천에 그의 히트곡 <선창>의 노래비가 세워졌다. 2001년 8월 1일 뇌경색으로 사망하였다.
  
  이 노래를 작사한 조명암은 1913년 충남 아산 출신이다. 본명이 조영출인 그는 김다인, 김운탄, 이가실 등 작품 활동을 할 때 여러 필명을 사용하였다. 15세 무렵 그는 금강산 건봉사에 들어가 중련이라는 법명을 받고, 부설 봉명학교에서 공부하였다. 시인 한용운의 추천으로 1930년 서울 보성고보로 진학하였고, 1937년 일본 와세다대 제2 고등학원을 졸업한 후 1941년에 와세다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였다. 그는 70여 편의 시와 <바다의 교향시>, <꿈꾸는 백마강>, <선창>, <낙화유수> 등 60여 편의 대중가요를 작사하였다. 해방 후 좌익 문학활동을 하다 월북하였다.
  
  작곡가 김해송은 1901년 평남 개천에서 출생하여, 충남 공주에서 성장하였다. 본명이 김송규인 그는 공주고보와 숭실전문학교를 거쳐 일본 도요대 법학과를 졸업하였다. 재즈 음악의 귀재인 그는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 <해조곡>으로 유명한 가수 이난영의 남편이다. 그는 <연락선은 떠난다>, <역마차>, <항구의 무명초>, <다방의 푸른 꿈>, <울어라 문풍지>, <선창>, <울어라 은방울> 등 여러 곡을 작곡하였다. KPK 악극단을 결성하여 활동하다 6·25 전쟁 때 납북당했다.
  
  <선창>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엔 이슬 맺은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 날도
  지금은 어디로 갔나 찬비만 내린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울어본다고 다시 오랴 사나이의 첫 순정
  그대와 둘이서 희망에 울던 항구를
  웃으며 돌아가련다 물새야 울어라
  
  
[ 2021-05-03, 00:3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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