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치 있는 가사와 비음(鼻音) 섞인 맑고 고운 음색(音色)이 만나다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50)안개(박현 작사, 이봉조 작곡, 정훈희 노래, 196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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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고와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를 졸업한 김승옥은 <서울 1964년 겨울>, <서울의 달빛 0장>, <무진기행>을 발표하여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과부와 결혼한 주인공이 무진에 휴가를 와서 만난 무진중 동기인 세무서장, 과학 선생 박, 음악 선생 하인숙 등과의 여러 에피소드를 그린 <무진기행>은 그를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킨 소설가로 평가받게 하는 등 문학적으로 대단한 성가를 거두었다.
  
  이 소설이 인기를 얻자 1966년 김승옥이 각색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김수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성일, 윤정희, 주증녀, 이낙훈, 이빈화 등을 캐스팅하여 영화 <안개>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여자를 도피처로 본 남자 주인공(신성일)과 남자를 탈출구로 생각하는 여자 주인공(윤정희)의 심리를 ‘몽환적(夢幻的)인 영상과 대화’로 잘 드러낸 당시로서는 ‘전위적인’ 예술작품이었다. 영화 <안개>는 1967년 아카데미 극장에서 개봉하여 14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상업적으로 성공하였다. 또한 이 영화는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아시아 영화제에서 수상을 할 정도로 예술적 평가도 좋았다.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 <안개>의 음악을 맡은 이봉조는 이 영화의 주제가 <안개>를 부를 가수를 찾고 있었다. 그럴 즈음 가사는 없었지만 이봉조의 색소폰 연주에 남성사중창단 ‘쟈니브라더스’가 뒤에서 허밍과 함께 ‘안개’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대중가요 <안개>의 오리지널 버전이 있었다.
  
  가수를 꿈꾸며 고1 방학 때 부산에서 상경한 정훈희는 밴드마스터인 삼촌의 주선으로 그랜드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훈희의 작은오빠 소개로 이 자리에 와서 그녀의 노래를 들은 이봉조는 “쪼맨한 가시나 건방지게 노래를 잘한다”며 즉석에서 이 미완성 <안개>를 주어 멜로디를 익히게 하였다. 이와 함께 그는 MBC 라디오 음악감독인 박훈에게 부탁하여 노래시를 마무리하였다.
  
  음반사에서 데모 음반을 만들어 각 방송국에 보냈는데, MBC 라디오에서 첫 방송을 탄 이후 이 노래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청이 쇄도하였다. 이 노래를 이끄는 팝스타일의 멜로디는 식상한 느낌마저 주는 그 당시 주류음악인 트롯과 뚜렷하게 구분되었고, 운치 있는 가사와 비음이 섞인 정훈희의 맑고 고운 음색이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 노래가 갑자기 인기를 얻자 방송국 PD의 요청으로 신세기레코드사는 1967년 영화 <안개>의 한 장면을 앨범 재킷 사진으로 사용하여 레코드를 만들었다. 이 음반에는 <안개> 등 정훈희의 노래 5곡, 차중락의 <철없는 아내> 등 3곡, 유주용 노래 2곡이 들어있다. 이런 노래들 중에 정훈희의 <안개>와 차중락의 <철없는 아내>가 인기를 얻어 레코드가 무려 40만 장이나 팔렸다. 이로 인해 정훈희는 데뷔 4개월 만에 서울신문 문화상, 대전 및 대구 MBC 10대 가수상 등 5개 상을 받았다. 1970년 11월 20일 제 1회 동경국제가요제에 참가하여 이 노래로 월드베스트 10에 뽑혔다.
  
  가수 정훈희는 1951년 부산 출신으로 아버지(정근수)는 피아니스트이고, 작은아버지는 밴드마스터이며, 큰오빠(정희택)는 기타리스트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972년 아테네 국제가요제에서 <너>로 4위에 입상하였고, 1972년 도쿄 야마하가요제에서 <좋아서 만났지요>로 가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1975년 칠레가요제에서 <무인도>로 3위에 오르고 최고 가수상도 받았으며, 1979년 칠레가요제에서 <꽃밭에서>로 최우수 가수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가요제 입상경력이 화려하다.
  
  그녀는 작곡가 이봉조와 콤비를 이루어 <안개>, <그 사람 바보야>, <빗속의 연인들>, <무인도>, <꽃밭에서> 등 여러 인기곡을 양산하였다.
  
  <안개>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아~아~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가다오
  아~아~아~아~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
  
  
[ 2021-05-09, 03:2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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